알 수 없는 인연에 대하여
작년 연말로 시간을 돌려보면, 세상에서 제일 재밌다는 '남의 연애 얘기'가 시작된다.
아빠의 대학 동기 모임이 있어서, 어릴 적부터 다섯 가족이 일침회라는 모임 이름 아래 함께 놀러 다녔다. 우리들은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몇 년 전부터 따로 만나며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나에게는 모두 오빠들이지만 쉽게 이야기를 하고자 남자 A, B, C로 칭한다.
남자 A는 본인에게 호감 있는 이성들은 많았지만, 본인이 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지는 못했다. 그러나 얼마 전에 만난 그녀는 달랐다고 했다.
남자 B는 남자 A가 소개해 준 그녀를 만나, 몇 번 만남을 이어왔지만 그녀가 오빠 동생으로 지내자고 선을 그었단다. 이번 소개팅은 끝이 났지만, 자신의 이상형이 이런 사람이라는 것은 알았다고 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놓칠 수 있겠냐고, 여자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몇 번씩 만나지도 않는다고 좀 적극적으로 해보라고 일장 연설을 펼쳤다.
남자 C는 오랜 연애를 했고, 모임에서도 인사를 한 사이였다. 그러나 남자 C의 마음과 다르게 그녀는 결혼 생각이 없어 결국 헤어짐을 택했다고 했다.
그로부터 1년이 채 되지 않은 어제 나는 결혼식에 다녀왔다. 누구의 결혼식이었을까?
(두둥)
바로 남자 A의 결혼식이었다.
처음으로 본인이 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 것 같다던 남자 A는 1년이 조금 안되게 연애를 했고 결혼을 했다.
남자 B는?
끝났다던 바로 그 소개팅에서 만난 그녀와 올 5월에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로 함께 왔다. 6개월도 안되어 결혼을 했고 연애 같은 신혼생활을 하고 있다. 만난 지 6일 만에 부모님을 뵙고, 2달 만에 상견례를 하고, 상견례 날 결혼식 날짜를 잡았다니 정말 모든 일이 순조로웠다.
그리고 남자 C는?
다른 그녀와 함께 결혼식에 왔다. 우리와 만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소개팅을 했고, 첫 만남에서 비혼 주의를 선언했던 그녀의 마음을 세 번의 만남으로 바꿔 놓았단다. 그리고 내후년쯤 결혼을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모임에는 내가 어릴 때부터 많이 의지해온 친언니 같은 언니가 있다. 언니도 내년에 결혼을 하고, 처음으로 형부를 만났다. 언니라면 누구를 만나도, 만나지 않아도 행복할 것 같았는데 언니에게 더 안정을 주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남자를 만난 것 같아 진심으로 기뻤고, 마음 깊이 응원했다. 앞선 세 남자와 다르게 언니는 몇 년간의 연애의 과정에 어려움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의 끝에 둘이 아닌 하나가 된 것은 두 사람이 그 관계를 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전부였던 것 같다. 그래서 더 돈독해지고 서로를 누구보다 이해하고 보듬어주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편안했다.
나는 누군가를 진득이 만나본 경험이 없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커서 나의 기준에서 벗어나면 쉽게 이별을 말했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와 잘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늘 품었다. 그런 의문은 지난 연애로 풀릴 수 있었다. 처음으로 오롯이 내 마음을 다 표현해보고 싶은 사람을 만났고, 결혼이라는 미래도 생각해봤다. 남자 A, B, C와 내가 좋아하는 언니처럼 내 소중한 인연을 언제 어떻게 만나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고, 결혼하면 따로 살아야 하는 우리 가족들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다. 전에는 누군가를 계속 만나봐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어서 소개팅도 열심히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 순간, 내게 주어진 상황과 시간에 집중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다르지만 서로에게 꼭 맞는 짝을 만난 그들을 보며, 내 인연은 어떤 사람일지, 얼마나 따뜻할지, 어떻게 빛날지 기대감이 커진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결혼식을 다녀오면 부럽고 허전한 마음이었는데 말이다.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는 나의 인연에게 내가 더 단단하고, 솔직하고, 멋진 사람일 수 있도록 스스로를 채워가고 싶다. 그리고 그런 일상들로, 충만함을 느끼는 순간이 많은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