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1: 교실을 채웠던 목소리

7장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by 지우

멘토링을 마치고 학교 정문을 나설 때의 기분은 매번 묘하다.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 홀가분하면서도, 아이들과 나누었던 눈빛과 목소리들이 마음에 남아 기분 좋은 무게감을 만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그 여운이 식기 전에 습관처럼 인스타그램을 켰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화려한 기록은 아니다. 그저 수업 내내 나를 웃게 했던 아이들의 엉뚱한 반응에 대한 기록이자, 한편으로는 ‘내 말이 너무 빠르지는 않았는지’,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도움을 주었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나만의 반성문이다. 때로는 아이들이 건넨 응원에 가슴 벅차올랐던 날의 기록이기도 하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했던 서툰 나의 고백이기도 하다.

일기처럼 차곡차곡 쌓인 이 짧은 포스팅 속에는 사진만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었던 현장의 뜨거운 온도와 멘토로서 고민하며 성장해 온 나의 시간이 고스란히 박혀 있다. 그날그날의 공기를 잊지 않기 위해 기록했던, 나의 진심들이 담긴 그날의 페이지들을 조심스럽게 꺼내 본다.


1. 교실에서 피어난 작은 기쁨

강의실의 무거운 공기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바뀌는 순간, 멘토로서의 고단함은 매 차례 신기하게도 눈 녹듯 사라진다. 별것 아닌 나의 이야기에 눈을 반짝여주던 그 순수한 환호들이 나를 계속 걷게 하는 가장 큰 동력이었다.

#210602
인생 첫 멘토링 수업이었던 A중학교 3학년! 일정 상 진로 텔링만 하게 됐었던 시간이었는데, 관심 학과와 다른 이야기였어도 진지하게 들어주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가장 인상 깊은 부분에도 나의 진로 텔링을 적어준 친구들이 많아서 더욱 고마웠던!
#221007
멘토링의 묘미? 라기엔 조금 거창할 수도 있는데. 멘토링할 때 가장 보람찬 부분은 처음 만나는 사람이기에 처음 인사할 때는 살짝 어색하지만, 함께 이야기하고, 게임하고, 체험하다 보면 다들 친해져서 마지막에 "고맙습니다!" 할 때 처음보다 훨씬 커진 박수 소리를 들으면 이렇게 신나면서 감동적인 순간이 없는 것 같다... 더 재밌을 수 있도록 더 재밌게 해야지~
#230901
"강연"이라는 것이 참 신기하다, 물론 나만 그럴 수도 있는데. 별 것 아닌 일에도 겁 먹기 일쑤였고 두려워하는 내가 유일하게 별 것이라도 어때! 마인드로 자신감 있게 말하게 된다. 오죽하면 매일 아침 혼자서 멘토링을 하고 나가라고 할 정도로. 그리고 절대 별 것일 수 없는 친구들의 '재미있었다', '도움이 많이 되었다', '진로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등의 고마운 말들!
#230927
중간에 컴퓨터가 잠깐 먹통이 되었음에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을 때 나중에 설문지를 보면 생소했던 스포츠 과학, 심리, 철학 등을 알게 되어 좋았다는 글을 볼 때 이런 맛으로 굳이 내 돈 시간 들여 멘토링을 다니는 것 같다. 100점 만점이면 200점 짜리 강연을 하고 싶게 만드는 이유:)
#231115
모든 수업 전후 큰 박수로 맞아주는 친구들에게 너무 고마웠다. 밥도 잘 못 챙겨 먹고 나와 아침부터 에너지를 쓰느라 힘들었지만 "수업 왜 이렇게 재밌냐?" 하며 친구들에게 말해주던, "가고 싶은 학과라 집중해서 들었는데 감사했다"며 나에게 말해주던, 이런 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기에 오늘 또한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값지고 소중한 경험을 채워갑니다.


2. 분위기를 바꾸는 비장의 무기

이론만으로는 전할 수 없는 현장의 에너지가 있다. 칠판 앞을 벗어나 아이들과 함께 부대끼며 만들어낸 '학과체험'의 시간들. 기획부터 준비까지 내 손때가 묻은 활동지 위로 아이들의 즐거운 목소리가 쏟아지던 날의 기록이다.

#210705
처음으로 2시간을 책임지며 진로+학과+체험까지 진행했던 B중학교 1학년! 나만의 수업으로 만든 2시간은 힘듦도 2배였지만 행복, 즐거움, 뿌듯함, 보람되는 것까지 순기능은 4배였던! 처음이었는데 다들 재밌었다고 해줘서 돌아가는 길에 감동받았던 게 기억난다.
#220622
너무 반응을 잘해줘서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았던 지라 시간이 살짝 초과되었다.. 그래도 체험도, 설문지도 끝까지 성실히 참여해주던 친구들.. 응원해주러 갔다가 내가 응원과 위로 받고 온! 이것이 멘토링의 진정한 의미인 것 같다.
#240909
멘토단 오리엔테이션 때 해보고 언젠가 활용해보고 싶다 생각했던 "너도? 나도! 게임"을 추가했는데 아이들이 꽤 재미있게 참여한 것 같아 다행이었다. 확실히 아이들도 체험하는 게임을 하면 더욱 신나게 참여해줘서 나도 고맙고 좋다. 오늘도 2시간 전보다 한층 가까워지며 큰 박수로 마무리할 수 있어 감사했던 하루!
#250417
2025년 들어오면서 학과 멘토링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게 되었다! 나의 대학원 이야기도 살짝, 그리고 원래는 그냥 A4용지에 하던 활동도 약소하지만 활동지를 만들어보았는데 나름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살면서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던 멘토링으로 대학원까지 가게 될 줄 몰랐던 나처럼 인생 어떻게 될 지 모르니 하고 싶은 걸 도전 해보라는 말을 올해는 특히 더욱 해주고 싶은 것 같다... 인생은 정말, 정말이지 정답이 없다! 내가 만드는 길이 정답인 길!


3. 완벽할 수 없기에 마주한 고충

모든 수업이 박수 속에 끝날 수는 없었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정적과 반응에 상처받고, 때로는 서툰 진행에 스스로 실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시린 시행착오들이 있었기에 나는 조금 더 단단한 멘토로 여물어갈 수 있었다.

#211126
멘토링 횟수는 점점 늘어가고 있으나, 내 실력은 점점 퇴화하는 듯... 못하는 부분만 더 신경쓰인다.. 더 노력하자!
#220204
살짝 지루한 감이 있어서 내용을 대폭 수정했는데 결과는 대성공! 올해 더 더 재미있는 멘토링으로 찾아가야지!
#240930
사람의 기분이 태도가 될 순 없다. 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당황하기도, 상처를 입을 수도 있지만 앞서 좋았던 기억들만 간직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왜냐하면 달라진 나의 태도로 인해 달라진 이야기를 전달할 순 없기에... 언제나 처음 만나는 학생들에게 초심의 마음으로! 오늘도 다시 한 번 강해지는 경험을 해본다!
#241211
나의 멘토링은 딱딱하고 지루한 것보다는 재미있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추구하기에 어느 정도 분위기가 붕 뜨고 활발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더욱 선호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옆 사람과의 계속된 대화는 지양해야 되지 않나 싶다ㅠ 나의 목소리와 겹쳐 오히려 잘 들어주고 있는 친구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에ㅠ 모든 것이 마무리된 학창시절의 연말을 겪어온 사람으로서 충분히 공감하지만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주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250605
이미 학과 선택까지 완료된 상황에서 학교 혹은 이전 멘토의 변경으로 바뀌게 된 것이라 기대하고 왔던 친구들이 이해는 됐지만 대놓고 관심 없다고 했던 게 약간 슬펐다... 그래도 내가 최대한 재미있게 해보려고 하면서 점점 X였던 친구들도 세모와 동그라미로 받아들여주는 모습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열심히 들어주고 재미있다고 해준 친구들에 감사하지만 친구들도 나도 당황스럽고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상황이었던 게 아쉬웠다.


이렇게 교실을 가득 채웠던 뜨거운 목소리들이 잦아들 무렵, 나는 다시 홀로 돌아가는 길 위에 섰다. 다음화에서 나를 채워갔던 그 시간들을 되짚어보며 긴 여정을 마무리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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