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2: 나를 깨운 발소리

8장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by 지우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란이 잦아든 길 위에서 비로소 나의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교실 안에서 밖으로 쏟아냈던 에너지가 다시 내 안으로 갈무리되는 시간이다. 집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혹은 낯설지 않은 하굣길을 천천히 걸으며 나는 비로소 멘토가 아닌 '나' 자신과 마주한다. 화려한 무대 위 목소리는 아니지만, 묵묵히 내 길을 걸어오며 나를 새롭게 깨운 그 차분한 발소리들을 이제 기록의 형태로 톺아보려 한다.


4. 항상 재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멘토링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 버스에 올라타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은 대부분 미소가 가득했다. 하지만 가끔은, 물음표가 가득한 얼굴인 적도 있었다. '오늘 나는 정말 좋은 멘토링을 한 것일까?' 정답 없는 고민과 성찰을 쏟아내며 때로는 아쉽기도, 때로는 깨달음과 보람을 느꼈다. 이렇게 적어 내려간 일종의 반성문들은 사실 나 자신을 향해 내딛는 가장 진솔한 발걸음이었다.

#230704
사실 오늘은 오랜만에 나에게 고민을 안겨준 강연이 되었다. 고등학교도 아니고 특히나 중학교 친구들에게는 아직 먼 미래일 입시나 공부법 보다는 마냥 재미있는 시간이 되는 게 좋지 않을까 했는데 오늘 강연을 해보니 "그래도 너무 얻어가는 게 없는 시간"은 아닌가 싶었다. 물론 학교와 학과 소개를 모두 다 하지만 게임에 쏠린 집중력은 어쩔 수 없나 싶다.. 내가 많은 것을 줄 필요는 없지만, 명색이 '대학생 멘토단'의 이름으로 방문하여 그래도 조금은 유익하고 정보를 줄 수 있도록 바꿔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의 학창 시절을 생각해 보면 대학생 멘토링으로 나도 뭘 얻은 게 없기도 하고ㅠ 참 하면 할수록 쉽고 재밌으면서도 어렵고 고민이 많아지는 것이 강연인 것 같다. 그래도 오늘도 역시 재미있었고 열정적으로 부딪혔으니 후회는 없다!
#230712
멘토링을 몇 번 다녀보니 중학교와는 또 다른 고등학교 만의 매력을 찾았다! 왁자지껄 같이 떠들며 신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학교의 매력이라면, 고등학교는 비교적 차분한 모습 속에 강연 내용을 습득하려는 치열한 집중력을 보여준다. 그래서 입시 전형이나 공부법 소개할 때 더욱 많은 것을 알려주려고 하다 보니 더욱이 최근 내용을 수정하여 보충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241120
사실 최근 몸 컨디션이 계속 안 좋으면서 잘 다니던 강연에 살짝 부담스러운 의무감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하기 싫은 건 절대 아니었지만) 설문지를 작성한 모든 학생들이 재미있게 들었다는 말을 보니 역시나 하길 잘했다, 오히려 에너지를 얻는 건 이것 밖에 없구나 하며 참 신기했다. 오늘도 하루 그 이상을 힘차게 살아갈 힘을 준 멘토링과 함께 한 친구들에게 감사하며!
#250530
여자고등학교에서 체육 관련 학과 희망 학생들을 만나기가 정말 쉽지 않은데 많은 친구들을 만나 열정적으로 멘토링을 들어주는 모습이 무척이나 고마웠다! 더욱 많은 여자 친구들이 체육 관련 학과 진학을 놓지 않아주길 바라며!
#250717
고등학교라서 입시 전형 소개 파트에 조금 더 힘을 실어 수정했는데 만족도 조사를 보니 긍정적인 호평을 적어주어 뿌듯했다. 사진 찍어 가고 합격자 평균이나 자격증에 호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5. 우연이 인연이 되는 순간

교탁 앞에서 항상 떠올리는 생각은 '다시는 보지 못 할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스치듯 지나가는 인연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흐른 뒤 다른 학교에서 다시 마주하는 얼굴들이 있다. 모교의 선생님을 다른 학교의 임장 지도 선생님으로 뵀을 때,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이 되어 아이들을 다시 만났을 때 등 나는 우리가 나는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한다.

#211112
중학교 때 나의 모교 선생님이셨던 분을 여기서 다시 만나뵈었다! 알아봐주셔서 신기하고 반가웠던!
#220708
고등학교 시절 찾아오는 외부 강사 및 멘토단을 보며 "나도 언젠가는 우리 학교로 와서 강연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었던 적이 있었는데... Dreams Come True! 똑같은 듯 달라진 점도 많았던 좋은 추억의 고등학교 모교 방문!
#220818
학교 근처를 자주 지나가긴 했지만.. 진짜 오랜만에 중학교 교문을 넘었다! 모교 갈 때마다 느끼지만 변한 게 많은 것 같으면서도 없이 그대로인 듯한! 친구들 보면 옛날의 내 모습이 떠올라 왠지 모를 뭉클함이 있다...
#221104
작년 C중학교 3학년에 출강 갔을 때 만난 친구를 올해 D고등학교 1학년이 되어 다시 또 만났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인연이... 살다 보니 정말 소중하고 값진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250619
오늘은 너무 영광스러운 칭찬을 많이 들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열심히는 하고 있다고 생각은 했는데, 이 정도까지의 칭찬을 많이 들어도 되나 싶었다. 그래도 성실히 꾸준히 하고 있던 모습을 좋게 봐주셔서 그런지 새로운 멘토링도 섭외 요청 주시고, 또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뭐가 됐든 열심히 해보자!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오늘도 감사한 일이 가득한 하루!
#250721
특히 E여자중학교의 진로 선생님께서 여러 번 출강한 나를 기억해주시고 올해도 출강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 주셔서 시간을 조정하여 올 수 있었다! 사실 한 번이면 끝날 가능성이 큰 단기성 학교 직접 방문 멘토링에서 이렇게 기억해주시고 불러주셔서 너무 감동이고 감사했다. 좋은 분들께 감사하면서도 부족한 점이 더욱 보여서 성장하고 팠던 하루!
#251119
듣다 보니 작년에 수강했다며 기억해준 친구들도 많았고, 점점 친해져 쉬는 시간이나 수업 끝나고도 말을 걸어와주는 친구들도 있었다! 최근 이제 나도 멘토링을 슬슬 그만해야 하려나 라고 생각했던 찰나 진행하게 된 이날의 수업은 나에게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준 시간이었다!



이렇게 매번 멘토링을 마치고 남겨놓은 후기를 차근차근 돌아보았다. 2021년의 서툴렀던 첫 수업부터, 이제는 아이들의 눈빛만 봐도 그날의 분위기를 짐작하게 된 지금까지. 내가 내딛은 발소리는 단순히 학교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것에 그치지 않았는 것을 깨달았다. 그 소리는 누군가의 막막한 진로에 작은 이정표가 되기도 했고, 때로는 나 자신을 대학원이라는 새로운 도전으로 이끄는 단단한 발판이 되어주기도 했다.




앞으로 수많은 실패와 시련이 와도 쉽게 무너지거나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꾸준히 도전하며 나만의 경험을 쌓아가는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내가 멘토링을 통해 아이들에게 수없이 건넸던 이 말은, 사실 나 자신에게 가장 해주고 싶었던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정해놓은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부딪히고 기록하며 만들어낸 이 궤적들이야말로 나의 진짜 정답이었다.


교실을 채웠던 수많은 목소리는 이제 내 마음속에 깊은 울림으로 남았다. 그리고 그 울림을 따라 걷는 나의 발소리는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 또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될까. 그날이 오면 나는 지금보다 조금 더 깊어진 목소리로, 그리고 조금 더 단단해진 발소리로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싶다.


"이상으로 오늘 멘토링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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