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교실, 5분의 마법과 소통의 기술

2장

by 지우

철저한 준비를 마치고 마주한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차가운 긴장감이 감도는 곳이었다. 함께 멘토단 활동을 하는 사람들과 연습을 거듭하며 깨달은 대원칙은 하나였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쉽게 이야기 해야 한다는 것. 상대는 오늘 나를 처음 만났고, 아마 앞으로도 다시 만나기 쉽지 않을 사람들이다. 1시간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안에 나의 인생 스토리를 펼쳐놓고 공감을 이끌어내야 하며, 내가 대학교에서 4년 동안 배우고 있는 전공에 대한 전체적인 흐름을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그들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조언까지 건네야 한다. 그것이 멘토로서 내게 주어진 쉽지 않은 임무였다.


나의 첫 타임은 '진로' 멘토링이었다. 함께 출강한 다른 멘토들은 진로와 학과 멘토링을 같이 진행한 가운데, 일정 상 이유로 나는 '학과' 소개 파트를 맡은 다른 멘토와 짝을 맺어 준비했다. 사실 학생들은 체육 분야와는 접점이 전혀 없던 학과의 이름을 보고 선택한 친구들이 모인 것이었기 때문에, 학과 정보를 듣기 전 나의 진로 이야기에 얼마나 귀를 기울여줄지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 반응은 나쁘지 않았고 멘토링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마음 한편에는 '확실히 진로 시간보다 학과 멘토링 시간에 더 궁금한 점도 많고 적극적이네' 하는 아쉬움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이 아쉬움은 '다음에는 우리 학과를 직접 선택해서 온 학생들 앞에서, 우리 학과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어떨까?' 하는 묘한 기대감으로 연결되었다.


그 기대감을 안고 현장을 누비며 나의 멘토링은 조금씩 수정되고 보완되었다. 처음 온전히 나의 진로와 학과 멘토링으로 채웠던 2시간을 잊을 수 없다. 내가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전공까지 선택하게 된 과정, 그리고 학과에서 배우는 내용과 조언까지. 내가 생각했던 맥락과 흐름이 자연스럽게 흘러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흡수된 모습을 보며 정말 큰 뿌듯함과 보람을 느꼈다.


하지만 가장 먼저 반성한 것은 '내가 너무 내 이야기만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내용을 설명하는 부분만 계속된다면, 아무리 재미있는 코미디언이나 유튜버가 와도 학생들의 집중력은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무엇보다 흥미 유발이 필수였다. 흔히 말하는 '아이스브레이킹'으로 초반 5분을 휘어잡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또 하나의 문제는 그 열기가 오래 가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고민 끝에 고안한 방법은 중간 중간 게임을 추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게임 역시 무작정 집어넣는다고 능사는 아니었다. 전체적인 전개 흐름과 맞지 않는 게임은 오히려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웠다. 강의 초반 5분에 실시하는 '아이스브레이킹' 전용 게임과, 내용 흐름에 따라 진행해야 하는 게임 역시 달라야 했다. 시간대마다 어떤 게임을 선택해야 하는지, 그리고 강의의 맥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아이들의 에너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지점을 찾는 것, 그것이 멘토링의 완성도를 결정 짓는 기술이었다.


학과 소개 멘토링 후 진행하는 학과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게는 수십 번 반복해 익숙하고 쉬운 과정일지라도,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게는 아무리 쉬운 설명도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어야 했다. 헤매는 아이들을 보며 다시 눈높이를 맞추고, 그럼에도 나름의 재미를 찾아 열정적으로 참여해주는 학생들을 볼 때 형언할 수 없는 뿌듯함과 고마움이 밀려왔다.


교실의 환경에 따라 전략도 달라져야 했다. 정해진 일반 학급에 들어갈 때는 학과에 관심 없는 학생들까지 아우를 수 있는 보편적인 재미가 필요했고, 학과 이름을 보고 선택해서 들어온 학생들을 만날 때는 조금 더 깊이 이는 흥미를 채워줘야 했다. 물론 선택해서 온 아이들 중에도 특별한 흥미 없이 선착순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앉아 있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까지 계산에 넣어야 했다. 그 모든 고민의 끝에는 언제나 하나의 질문이 남았다.


"내가 학창 시절로 돌아가 이런 수업을 듣게 된다면, 어떤 수업일 때 가장 행복하고 재미있었을까?"


나는 그 답을 찾기 위해 매번 낯선 교실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질문은 나를 단순한 발표자에서, 학생들의 시간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고 싶은 진정한 멘토로 성장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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