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기획안이 교실에서 무너질 때

3장

by 지우

학교 현장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아무리 완벽한 기획안을 준비해도 교실 문을 여는 순간 예상치 못한 변수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중 하나가 바로 '타이밍'의 문제다. 이른 아침이나 점심 직후의 수업은 나만큼이나 아이들도 피곤에 절어 있다. 게다가 학기 초인 3-5월 사이에는 아이들끼리도 아직 서먹서먹한 경우가 많아 분위기를 띄우기가 배로 힘들다. 반면 아이들끼리 충분히 친해진 1학기 후반이나 2학기가 되면 분위기는 한결 유해지지만, 그만큼 통제가 어려워지는 또 다른 숙제가 생긴다.


프로그램의 구성 또한 현장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다듬어졌다. 처음에는 학과 체험을 무조건 '2인 1조'로 구성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늘 변수가 생겼다. 친구들끼리 홀수로 왔거나 혼자 온 학생이 생기면 짝이 맞지 않아 소외되는 아이가 생겼다. 또한, 두 명씩만 묶어놓으니 학생마다 체험을 따라가는 속도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누군가는 너무 쉬워 금방 끝내고 지루하게 기다리는데, 누군가는 어려워서 헤매다 흥미를 잃고 눈치만 보기 바빴다. 이 과정에서 나는 3인 1조 혹은 4인 1조로 상황에 맞춰 조 편성을 변경하는 융통성을 발휘하며 모두가 소외되지 않는 최적의 지점을 찾아 나갔다.


학과 멘토링의 핵심은 '대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졸업 후 어떤 길을 가느냐'를 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이는 대학교에 다니는 우리조차 명쾌하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가 전공 수업에서 쓰는 어려운 용어들을 그대로 가져오면 중, 고등학생들은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학생들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우리조차 완벽히 소화하지 못한 지식은 결코 쉽게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나를 구원해 준 것은 오히려 대학교에서 수강한 전공 수업 시간이었다. 교수님이 보여주신 흥미로운 영상이나 수업 중에 다뤘던 재미있는 사례들을 떠올려 나의 멘토링 시간에 활용하니, 아이들의 반응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내가 강의실에서 배운 경험이 교실 현장에서 학생들의 웃음으로 퍼져 나가는 것을 보며, 배움의 진짜 가치를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다. 나만이 겪은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 '진로 및 학과 스토리 텔링'은 결국 내가 배운 것과 경험한 것을 나만의 화법으로 이끌어 가는 능력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지식 전달보다 더 큰 산들이 존재한다. 바로 즉흥적으로 만나는 돌발 상황들이다. 컴퓨터 소리가 안 나오거나 폰트가 깨지는 건 일상이고, 노트북 연결 잭이 준비되지 않아 당황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학생 통제는 또 어떠한가. 아이들이 너무 친하면 교실 맨 앞과 맨 뒷자리에서 대화를 나누느라 떠들썩하고, 반대로 너무 안 친하면 교실 전체에 무거운 정적이 흐른다. 이 묘한 공기를 읽고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은 온전히 멘토의 몫이다.


여기에 방학 직전 단축 수업으로 인해 50분 수업이 45분, 40분, 심지어 30분으로 줄어드는 시간 문제도 발생한다. 그날그날의 반 분위기, 임장 지도 선생님의 성향, 비나 눈이 오는 날씨, 심지어 그 시기 우리 사회에 터진 경조사들까지 학생들의 집중력에 영향을 미친다. 내 컨디션까지 포함해 이 모든 변수가 얽혀 한 시간의 멘토링이 완성된다.


이 수많은 변수 속에서 매번 중심을 잡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을 하나하나 헤쳐 나가며 깨달은 것이 있다. 멘토링이란 단순히 준비한 내용을 전달하는 시간이 아니라, 수천 가지 변수 속에서도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최선의 접점을 찾아가는 살아있는 소통 그 자체라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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