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멘토링을 거듭하며 깨달은 사실 중 하나는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니즈(needs)가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이러한 지점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멘토단 활동 초반에는 모든 학교에 동일한 강의자료를 들고나갔다. 그러다 보니 중학교에서는 괜찮았던 반응이 고등학교로 가면 지루함으로 변했고, 반대로 고등학교에 맞춰 수정하면 중학교에서는 도통 이해하기 어렵다는 얼굴들을 마주해야 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모든 과정을 지나온 대학생의 눈에는 '꼭 필요한 정보'일지 몰라도, 아이들에게는 각자의 '현재'에 맞는 이야기가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마주한 이들은 중학교 학생들이었다. 사실 나의 중학교 시절을 떠올려 봐도, 이 시기는 진학이나 대입에 큰 관심이 있을 때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당연히 대학은 갈 것이라 믿고, '대학생'이라는 존재보다 막연하게 '20대 성인'의 모습을 그리며 설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수시'와 '정시'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입시 전형을 줄줄이 읊어주는 건 시기상조였다. 출신 학과의 입시 전형 결과를 알려주려다 "수시랑 정시가 뭐예요?"라고 물었던 천진난만한 목소리가 생경하다. 아직 꿈이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도 결정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어떻게' 대학에 가느냐가 아니었다. 꿈꿔온 대학 생활은 '어떠한지', 그리고 그곳에서는 '어떠한' 공부를 하는지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래서 나는 중학교 강단에 설 때면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발견하는 즐거움과, 대학이라는 새로운 세계의 풍경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많은 중학생들이, 아니 어쩌면 모든 전 학년의 학생들이 간과한다. 아이들은 진로를 설정하기 위해서 무언가 특별한 체계를 밟아야만 한다고 느낀다. 이렇게 진로에 대해 막막해하는 아이들에게 나는 늘 '호기심'의 가치를 강조한다. 자신의 뚜렷한 흥미는 자신도 모르게 꾸준히 시도하는 작은 경험에서 시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러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도전과 수없이 얻어가는 경험 속에서 자신의 진로 찾기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학교에서는 꼭 수많은 도전과 경험을 재미있게 즐겨보라는 말을 함께 남긴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으니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 그것이 내가 중학교 멘토링에 반드시 담는 진심이다.
때로는 그 진심이 아주 소소하고 구체적인 질문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대학교 가면 국어, 수학 똑같이 배워요?", "화장실 갈 때 정말 허락 안 받아도 돼요?", "학식이 급식보다 맛있나요?" 같은 본인의 현재와 미지의 세계를 비교하는 귀여운 궁금증들이다. 나는 그들의 희망을 꺾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현실적이면서도 긍정적인 답변을 주려 애쓴다.
물론 늘 환영만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가끔 교실 문을 열 때면 '체육학과'라는 타이틀에 으레 몸 좋은 남자 선생님이나 예쁜 여자 선생님을 기대했던 아이들의 묘한 실망감과 마주하기도 한다. 대놓고 드러내는 아쉬운 기색에 내심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나는 그것을 강의력으로 정면 돌파한다. 상처 받지 않은 척 나를 믿고 밀고 나가면, 어느샌가 시작 전의 불안함과 싸늘함을 사라져 있다. 멘토링 끝에 "재미있었다", "또 오시면 좋겠다"라는 고백과 함께 쏟아지는 박수를 들을 때면, 그간의 고민은 씻은 듯이 사라지고 형언할 수 없는 뿌듯함이 차오른다.
물론 여전히 부족함은 느낀다. 집에 돌아오는 길이면 '내 말만 너무 많이 해서 아이들이 지루하진 않았을까, 그들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었을까?' 반성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만 도전과 경험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나 역시 학생들을 마주하며 또 한 번 도전하고 경험하며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