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한 학생들 2: 고등학생의 치열함

5장

by 지우

중학교만 출강하다 처음으로 고등학교에 방문했던 날이 기억난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고등학교의 분위기는 중학교보다 훨씬 '시기'를 탄다. 특히 시험과 같이 중요한 일정과 겹치는 날이라면 가라앉은 교실의 분위기를 끌어올리기란 결코 쉽지 않다. 대입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이들에게, 중학교에서 진행하던 강의자료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고등학생들에게 대학 생활은 이미 매체를 통해 접한 익숙하고 뻔한 이야기였다. 한 번은 멘토링 종료 후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이미 다 알고 있던 내용이라 새로울 것이 없었다"라는 의견을 받았던 적이 있다. 머리가 띵 했다. 그들에게 당장 절실한 것은 낭만적인 캠퍼스 라이프보다는, "어떻게 해야 대학에 갈 수 있을까?"라는 생존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멘토링은 주로 학생들이 자신의 희망 학과를 선택해 소그룹으로 모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덕분에 학과에 대한 집중도는 확실히 높지만, 그만큼 멘토가 건네는 정보의 질에 민감하다. 나는 이 치열한 눈빛들에 부응하고 싶었다. 공부를 아주 우수하게 잘하는 학생이라면 선택지가 넓겠지만, 현실에는 보통의 성적으로 고민하는 친구들이 훨씬 많다. 나 역시 첫 입시의 실패를 겪고 전략을 세워 도전한 끝에 반수에 성공했던 경험이 있기에, 그 노하우를 하나라도 더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나는 체육 관련 학과에 진학했지만, 흔히 말하는 실기를 준비하지 않는 '비실기 전형'인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입학했다. 선수 출신도 아닌 '비선수 출신'이자 그저 체육을 좋아하는 일반 학생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확신했다. 나처럼 운동선수 출신이 아니더라도, 직접 몸을 쓰는 것에는 자신이 없더라도 체육 분야의 진로를 꿈꾸는 친구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많은 사람이 체육 계열은 운동선수 출신이거나 실기 전형을 준비해야만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시작하기 전부터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들에게 학생부종합전형이나 수능 전형이라는 길을 알려주었다. 성실한 학교생활과 내신에 자신 있는 친구라면 생활기록부와 면접을, 수능을 준비하는 친구라면 수능 전형이 있다는 사실만 짚어줘도 아이들의 눈빛은 변한다.


물론 여전히 실기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비중도 건재하다. 비록 나는 실기 전형을 거치지 않았지만, 그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 대학교의 실기 종목과 만점자 기준 등 지난 5개년의 입시 자료를 한데 모아 정리했다. 스스로 찾아보기 어려운 정보를 한눈에 보여주는 자료를 보며 아이들이 서둘러 메모를 하거나 사진을 찍어갈 때면, 준비해오길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이들에게 필요한 준비가 무엇인지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고등학교 멘토링의 핵심은 결국 '치열함에 보탬이 되는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압박 속에서 저마다의 장단점은 뚜렷하다. 학생 각자의 상황을 파악하고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보와 전략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 고등학교 강단에 서는 멘토의 무게감이다. 성적이 조금 부족하거나 실기 점수가 아쉽다고 해서 무조건 불합격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의 입시 전형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합격 전략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들의 치열함이 헛되지 않도록 돕는 것, 그것이 내가 고등학교 멘토링에서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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