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 원어치의 직감
중대한 일들은 직감을 비껴간다.
나는 직감에 조금 자신있는 편이다.
당첨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날에
로또를 5000원어치 사면 5000원 당첨되는
딱 그 정도의 직감을 타고났다.
하지만 중대한 일들은 직감을 비껴간다.
합격한다 확신했던 대학에 떨어졌고
오래간 꿈꿔온 교사가 된 후 얕은 우울증에 시달렸고
사진 속 인상이 날카로워 나와는 영 안 어울릴 것만 같던 남자와 결혼했다.
좋을 줄 알았지만 나쁘거나
나쁠 줄 알았지만 좋은 경우가
그간에 얼마든지 있었고
앞으로 얼마든지 있을거고
한치 앞도 모르는 인생을 깨닫는
그런 일들은 나를 조금 겸손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