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지인의 어린 자녀가 사라진 적이 있다.
주변을 돌아다니며 큰 소리로 불러봐도 대답이 없자
머릿 속에는 온갖 염려가 생중계되어 공황 상태였다.
경찰에 신고해야 할까를 심각하게 고민하던 중
가까스로 저 멀리 태연하게 걸어가고 있는
두 꼬맹이를 찾았다.
"이럴 거면 집에 가!"
혼을 냈던 제 엄마의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집에 가고 있는 중이었단다.
"나쁜 어른에게 잡혀갔으면 어쩔 뻔 했어!"
부모가 안도감 섞인 잔소리를 쏟아내자
어린 자녀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그럼 그 나쁜 어른 내가 태권도로 혼내 주지."
경험하지 못한 자의 순진무구함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깨닫게 하는 대목이었다.
어른인 우리는 살면서 보고 듣고 겪은 일들로
온갖 경우의 수를 떠올렸으니 심각했지만
순진무구한 당사자들은 아무 일도 없었는데
어른들이 왜그리 심각한지 의문스러울 뿐이었다.
연륜이 쌓인 사람의 말에 귀기울이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나 역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일이 더 많았다.
어린 아이의 순진무구함 뿐만 아니라
분명 내 또래의 순진무구함도 있을텐데
스스로 어른이다 여기며 그걸 간과했다.
미래의 내가 보내는 시그널일지도 모를 일인데.
30대 중반이 되어 제멋대로 늘어가는 주름을 보면서
20대 때부터 피부관리를 하라던 언니들의 말이
이제서 생각난다.
역시 나보다 세대를 앞선 사람의 말은 새겨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