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에 첫 차인 흰둥이.
중고차여도 내 뚜벅이 신세를 면하게끔
제 역할을 충실히 다하고 있으니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던 어느날 흰둥이 앞부분이
꽤나 긁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검정색이 듬뿍 묻어난 것을 보건대
어떤 놈의 검둥이가 긁어버린 것이다.
친 놈이 모를 리 없는 스크래치였다.
그 고얀 놈을 잡겠다는 일념으로
유일한 목격자인 블랙박스를 불러와
탐문하는 과정은 길고도 길었다.
너무 지루했던 까닭인지
어느새 내 마음에
발견하지 못했으면, 하는
소망마저 일렁이는 것이 아닌가.
고얀 놈이 누구이건 간에
빨리 이 일을 끝내고 싶었다.
마침내 모든 영상을 다 보아도
아무 흔적을 찾지 못하였을 때
내 마음은
안도하고 있었다.
정신승리라고 해야할지
체념이라고 해야할지
이해할 수 없는 내 마음
그 이후로
흰둥이의 스크래치를 볼 때마다
어이가 없어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