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고 싶어요

낙숫물 모으기

by 우스갯소리

말그대로 씻고 싶었다.

수도꼭지를 올리는 간단한 동작만으로 단숨에 깨끗한 물이 나오는 환경은 얼마나 풍족했던 것이었나.

심지어 물을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적당한 온도로 조절할 수 있기까지 했던 것을 나는 매일 밤 그리워했다. 그다지 깔끔한 편도 아니면서 이토록 간절하게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하고 싶었다는건 물이 그만큼 귀했다는 뜻이다.


쿠마바오 현지 숙소의 환경은 내가 각오했던 것보다는 훨씬 쾌적했고, 샤워실도 따로 있었다. 교회에서 10여년 넘게 매년 이곳에 방문하면서 건물을 짓고 시설을 수리한 덕에 일주일 지내기에 큰 불편함은 없었다. 다만 샤워실의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낙숫물처럼 쫄쫄 떨어져서, 적색 다라이에 모아서 써야했다. 그리고 그나마의 물을 나오게 하기 위해 건물 옥상에 있는 물탱크에 물을 조달해야 했다. 물탱크에 물이 가득 차있을 때는 물이 비교적 콸콸 나와서 누군가 기쁘게 "지금 물 잘 나와요!" 하고 소리쳤다.


물이 잘 나온다고 막 써버리면 금새 물이 동나버리기 때문에 아껴 써야 했다. 보통은 물을 모아서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수도꼭지를 하루종일 열어두었는데, 하루종일 모아도 여자 숙소를 쓰는 10여명의 인원이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해외 봉사를 위해 몇 년 만에 머리를 짧게 자르고 간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고양이 세수를 하고, 간지럽지 않을 정도로만 머리를 감고, 샤워는 될 수 있는대로 미뤄야 했다.


그곳에 여러 번 다녀온 경험자들의 말에 의하면, 일전에는 물에 작은 부유물들이 떠있어서 흐린눈으로 얼른 씻어야 했다지만 이번에는 수질 개선이 되었는지 그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물에서 소독 냄새가 짙게 났다. 세수를 하면 눈이 조금 따가왔고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뻣뻣했다. 그 물로 양치를 하면 십중팔구 배가 아프기 때문에 식수로 양치를 해야 했다.


온도를 조절할 수 없어 자연히 차가운 물로 씻어야 했는데, 그곳이 365일 더운 지역인 것이 참으로 다행이었다. 한여름에도 온수로 샤워하는 나는 찬물을 몸에 끼얹을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지만, 씻을 수 있는 만큼 물이 차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었다. 찬 물 더운 물 가릴 때가 아니라는 말이 경험적으로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물을 아껴 써야만 하는 상황이니만큼, 내 몫의 물을 쓰면서 다른 사람들 몫의 물까지 헤아려야 했다. 내가 많이 쓰면 다른 사람은 쓰지 못하고, 내가 적게 쓰면 더 여러 사람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이 굉장히 불편하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면 참 당연한 이치였다. 세상 사람들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다른 사람을 위한 몫을 가늠하며 산다면 환경 문제, 빈곤 문제의 많은 부분이 해결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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