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오지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지고 있을 무렵 돌아갈 날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목요일 밤에는 캠프파이어가 예정되어, 낮부터 캠프파이어를 준비하는 손길이 분주했다.
오전부터 각자의 분야에서 봉사를 하고, 마을 주민들의 집을 순회하고, 드디어 밤이 되었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캠프파이어를 둘러싸고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쓰리, 투, 원"
화아악. 모닥불보다 조금 큰 정도일거라 생각했는데, 캠프파이어에 점화를 하자 어마무시한 크기의 불길이 확 일었다.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도 열기가 확 느껴질만큼 사람 키보다 훨씬 커다란 불길이었다. 불이 뜨거우면 푸른 빛이라더니 영롱한 초록빛도 일렁이고 있었다.
눈으로, 온기로 감상한 캠프파이어를 좀더 즐기기 위해 한국팀에서 미리 준비한 마쉬멜로우 꼬지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꼬지를 사수하기 위해 분주한 손길들에, 살짝 구워낸 마쉬멜로우를 한 입 가득 물고 번지는 미소. 국적을 불문하고 좋아할만큼 캠프파이어의 열기로 녹인 마쉬멜로우 맛은 일품이었다.
"여기는 참 별이 많이 보인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하늘을 뚫어지게 봐야 몇 개의 별을 볼 수가 있어."
눈에 잘 담아두리라 생각하면서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 보는 나를 현지 아이들은 오히려 신기하게 바라봤다.
"정말? 한국에서는 별이 잘 안 보이는구나?"
늘 수많은 별들이 보이는 밤하늘만 봐왔기에, 그렇지 않은 밤하늘이 있다는 것이 놀라운 듯 했다.
아이들의 순진무구한 눈망울과 보석처럼 반짝이는 별은 기억으로 오래 되새길만큼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한 아이가 그때까지 자기 손목에 끼고 있던 팔찌를 풀더니 내 손목에 채워준다.
"송에게 주고싶어."
송은 현지에서 부르기 쉽게 줄인 내 영어 이름이었다.
한국처럼 상점이 곳곳에 있는 마을이 아니기에, 나는 그 아이에게 팔찌가 얼마나 소중할까를 생각했다. 아이가 그것을 나에게 주기로 결심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보답은 최대한 기쁘게 받는 것이었다. 나는 활짝 웃는 얼굴로 내 손목에 끼워진 팔찌를 흔들어 보였다.
기타 연주에 울려 퍼지는 노랫 소리와 삼삼오오 모여 즐겁게 이야기 하는 사람들, 불에 구워먹는 마쉬멜로우, 밤 하늘의 별들, 오고 가는 어떤 소중한 마음까지... 그 밤의 공기가 다르게 느껴질만큼 낭만적인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