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wins all

사랑하면 행복하다

by 우스갯소리

대학생 때 행복에 대해 나름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행복하게 살다 가고 싶은데, 행복이란게 어디에서 오는지부터 알아야 했다. 몇 달간 이어진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행복은 사랑에서 파생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사랑을 뛰어넘는 것을 찾지 못했기에, 사랑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살고 있는 중이다.


내가 쿠마바오에 다녀올 수 있었던건 이미 십수년간 쿠마바오를 사랑해온 이들이 닦아놓은 길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선 이들은 마을에 학교 건물을 지어 어린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큰 태풍이 마을을 덮쳤을 때 마을 복구에 함께했고, 장학생을 선발하여 지속적으로 후원해 주었다. 나도 무언가 도움이 되기 위해 그곳에 갔지만 되려 사랑을 받은 까닭은 앞선 이들이 사랑을 쌓아온 덕이었을 것이다.


쿠마바오를 떠나는 날, 잘가라고 웃으며 손을 흔들던 아이들이 저만치 뒤돌아서서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 것을 보았다. 아이들이 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몰래 울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터라 마음이 더 아팠다.

쿠마바오에 들어온 첫날, 웰컴 플라워를 받으며 이런 융숭한 대접을 받아도 되나 싶은 마음 끝에는 약간의 부담도 있었다. 다른 이들에게 나눌만큼 넉넉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나 하나 건사하기에도 빠듯한 마음으로 방문했던 쿠마바오였다. 비행기를 타고도 12시간 버스로 먼 길을 달려온만큼 낯선 땅이었고, 낯선 이들이었다.

'이렇게 우리를 환영해주는데, 머무는동안 이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마음이 영 안 생기면 어쩌지?' 하는 것이 솔직한 심경이었다. 해외 선교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고 쿠마바오에 왔지만, 마음은 꾸며낼 수 없는 것이니 말이다.


그곳에 머문 시간동안 언제 그렇게 마음들이 차곡차곡 쌓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들이 나무를 흔들어 코코넛을 따줄 때였을까, 집에 초대해 주었을 때였을까, 따끈따끈한 필리핀식 떡을 쪄줬을 때였을까, 눈을 빛내며 한글을 배웠을 때였을까... 진심이 스며든 순간이 겹겹이 쌓여 나에게도 그들이 소중해졌다. 이곳에 언제 또 올 수 있을까 시간을 가늠해보고, 미니약과를 사와서 같이 먹었으면 좋았을걸 하며 아쉬워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울지 않으려고 애써도 눈물이 나왔다.


타고 온 그대로 나가는 버스를 타고 창문 너머의 그들에게 연신 손을 흔드는 것으로 내 마음에 움튼 사랑을 표현해본다.

샤워 대신 고양이 세수를 하고, 변기에 물을 끼얹고, 맨 바닥에서 잤지만 그 일주일이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일말의 고민 없이 말할 수 있다. 역시, 사랑하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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