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시리즈] 소송이 뭔데요, 정말로요.

천장이 무너진 밤, 소송은 위로가 되었을까.

by 따뜻한 법




로스쿨 시절, 친하게 지내던 형이 어느 날 말을 걸었다.
"요즘 집 때문에 좀 골치 아파."

학교 근처 자취방에 막 들어갔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바퀴벌레가 나오더니
결국엔 천장이 무너졌다고 했다.
집주인에게 수리를 요청했지만 돌아온 건 묵묵부답이었다.
형은 결국 소송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 말이 조금 낯설었다.
같이 판례를 외우던 사람이
이제 법원 문을 두드리려 한다는 게.
그래도 형이니까, 잘 해결하겠거니 했다.
소송이 그를 얼마나 오래 따라다닐 줄은 그땐 몰랐다.

몇 년 뒤, 변호사가 된 형을 다시 만났다.
그날 저녁 형은 조용히 말했다.
“소송, 누가 대신해주는 게 낫겠더라. 너무 힘들었어.”
그 말에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정의의 도구라 여겼던 것이 누군가에겐 또 다른 무너짐이었을지도 모른다.



소송이란, 누군가가 법원에 ‘내 말을 들어주세요’라고 청하는 것이다.
이 말에는 억울함도 있고, 정의를 찾으려는 몸짓도 있다.
법원은 그 말을 받아들이는 자리이고, 상대방도 불려 나와 자신을 해명한다.

영화 속 법정 장면처럼 화려하진 않다.
긴 시간, 종이와 종이 사이를 오가는 말과 문장이 대부분이다.
한 번 문을 두드리면,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간다.

민사소송은 주로 개인과 개인 사이의 다툼이다.
돈을 빌리고 안 갚았다든가, 약속을 어긴 일처럼
당사자 간의 권리와 의무를 재판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피고의 주소를 모르면, 송달조차 쉽지 않다.
그럴 땐 ‘공시송달’이라는 방법으로 세상에 알리기도 한다.

형사소송은 조금 다르다.
누군가 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할 때, 국가는 그 사람을 법정에 세운다.
검사와 피고인이 마주 앉고, 판사가 그 사이를 바라본다.
피고는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변호인이 필요하다.
국가는 전문가이기에, 평등을 지키려면 또 다른 전문가가 필요하다.

소송은 꼭 변호사를 통해서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나 홀로 소송’도 가능하다.
하지만 소송은 말싸움이 아니다.
정확한 주장, 그리고 그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있어야 한다.
법은 말이 아니라, 말에 담긴 구조를 본다.

많은 사람이 오해한다.
‘진실을 말하면 알아주겠지’
그러나 법정은 진실의 무게를 계산하지 않는다.
진실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의 손을 들어줄 뿐이다.
그래서 소송은 때때로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소송은 정의의 도구이면서, 동시에 가장 고된 절차다.
그 안에서 누군가는 힘을 잃고, 누군가는 위안을 얻는다.
그러나 아무리 정확한 법리라 해도, 마음의 상처까지 치료하진 못한다.

그래서 문득, 다시 묻게 된다.
소송은 정말 필요한 것이었을까.
혹은, 다른 말로는 안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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