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있는 이야기입니다. 남편과 협의이혼을 준비하며 두 아이 양육권을 정리한 그날, 그녀는 차분히 말했다고 합니다. “재산은 깔끔히 반 나누자”고요. 남편도 고개를 끄덕였다고 했습니다. 그 말이 전부였습니다.
몇 주 뒤, 남편은 아파트를 팔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습니다. 그녀는 아이들 학비며 생활비를 준비하며 공동명의였던 통장을 열어보려 했지만, 더는 접근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제야 물었습니다. “그 사람, 내 몫은 정말 나눌 생각이 있었을까?”
이혼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란 말은 진부하지만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 시작이 '공정하지 않은 계산'에서 비롯된다면, 이후의 삶은 어떻게 될까요?
사람은 말로 약속하고, 종이로 증명하며, 법으로 정리합니다. 이혼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정은 말로 흘러가고, 신뢰는 사라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법은 재산의 윤곽을 그려내기 위해 몇 가지 절차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재산명시’입니다. 흔히 재판이혼 과정에서 많이 등장하는 제도인데요, 법원이 당사자에게 “지금 당신이 가진 재산을 정확히 써내세요”라고 명령하는 방식입니다. 단순히 있는 돈만 적는 것이 아니라, 최근 2년 동안 팔았거나 넘긴 것도 함께 기재해야 하지요.
많은 분들이 이 제도를 모르거나, 너무 늦게 알게 됩니다. 이미 이혼 판결이 난 후에야 상대방의 실제 재산 내역을 의심하고, 다시 뒤돌아보다가 씁쓸해지곤 합니다. ‘내가 뭘 놓쳤을까’라는 질문은 너무 늦게 찾아옵니다.
재산명시를 신청하면, 상대방은 법원의 명령에 따라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 차량, 고가품, 심지어 예금과 보험계약까지 모두 문서로 제출해야 합니다. 만약 이를 거부하거나 허위로 작성하면,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법적 제재가 따르기에 상대방도 함부로 무시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누락하거나, 본인 명의가 아닌 가족 이름으로 숨긴 재산은 이 목록에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사용되는 것이 ‘재산조회’입니다.
재산조회는 법원이 직접 나섭니다. 은행, 공공기관, 보험사 등 관계기관에 공문을 보내 상대방 명의로 된 자산을 확인하는 절차지요. 쉽게 말해, 개인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정보들을 제삼자인 법원이 대신 조사해 주는 것입니다.
재산조회는 특히 장기간 별거 중인 부부, 재산관리가 한쪽 배우자에게 편중된 경우, 혹은 경제적 정보에서 소외된 사람이 이혼을 준비할 때 매우 유용합니다. 투명한 정보가 없이는 공정한 분할도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 제도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특히 협의이혼을 택하는 경우, 자녀 양육이나 감정적 마무리에 집중하다 보면 재산 문제는 뒷전이 되곤 합니다. 하지만 명확히 말씀드리자면, 이혼 이후 삶의 가장 실질적인 기반은 감정이 아닌 ‘재산’입니다.
명확한 재산 파악은 더 나은 시작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아무리 감정이 소진되었더라도, 법적 절차는 꼭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그 절차 속에는 각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여전히 묻습니다. “그 사람이 숨기면, 정말 알 수 있을까요?”라고요. 완벽한 확인은 어려울 수 있지만, 제도를 활용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많은 진실이 드러납니다. 실제로 재산조회로 드러난 숨겨진 예금이나 고가자산을 통해 분할이 다시 조정된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사람은 가끔, 기억보다 문서를 더 믿게 됩니다. 감정보다 도장이, 말보다 목록이 더 오래 남기도 합니다.
그 사람과의 마지막 대화는 따뜻했을지 몰라도, 그 말이 진심이었는지는 서류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혼의 순간, 우리는 어떤 언어를 믿어야 할까요? 말을 믿을까요, 아니면 말하지 않는 서류를 믿을까요?
그러나 어쩌면, 둘 다 믿지 않고 ‘확인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시작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