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아이 콤플렉스인가? 어머니의 거울효과인가?'
나는 가끔 일기를 쓴다.
매일매일은 아니지만 무언가를 느꼈거나,
깊이 깨달았을 때 혹은 순간의 감정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을 때마다 쓰는 편이다.
옛날 휴대전화에 있던 사진자료들을 옮기다가 우연히 7년 전 써놓은 일기를 발견했다.
[ 찜질방 엄마랑♥언니랑 -
저녁시간쯤 우리 옆으로
널브러져 있는 세숫대야들,
엄마는 내게 옆에 있는 것들을 모아서
가져 다 달라고 하신다.
이 많은 걸 어디 쓰려고 하시나 하고 드렸더니
차곡차곡 크기별로 정리해서 제자리로 가져다 놓으신다.
일 끝나고 오셔서
당신의 육신 쉬게 해 주려 왔는데
여기서조차 남을 위해 뒷정리해 주시는 모습에
내 26년의 인성교육은 바로 가르침이 아니라 본보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그때 느꼈던 감정들이 슬며시 되살아나는 듯했다.
내가 어머니를 존경하는 이유이자,
내가 그녀의 딸로 태어난 것에 늘 감사하는 이유다.
가끔 가족의 입장으로서 늘 손해 보고, 희생하는 어머니의 삶이 못마땅할 때도 있다.
이기적이어도 좋으니
당신하고 싶은 것도 좀 하고,
먹고 싶은 것 실컷 드시면서 노후를 즐기시길 바랐는데,
스스로를 위한 선택은 잘 안 하신다.
언제나 남편을 위해, 자녀들을 위해,
이웃을 위해 움직이는
그녀의 빼앗긴 삶이 늘 아쉽고 안타깝다.
그런 어머니와 똑 닮은 우리 집 가훈[家訓] 역시
‘남을 잘 되게 하라’이다.
나는 이 가훈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잘 되고 봐야지,
왜 우리가 남을 위해 살아야 하지?’
기회주의가 만연한 경쟁의 시대에,
타인이 너무 잘 되면 내 자리마저 빼앗길 것 같다는 위기감이 생긴다.
하지만 나 또한 어머니를 보면서 듣고, 배운 것이 ‘배려’이기에,
몸에 과도한 타인존중이 묻어있다.
가끔은 나의 과잉친절이 누군가로부터 오해를 만들어내기도 했고,
나와 주변인을 피곤하게 만들었다.
혹시 내가 착한 아이 콤플렉스
(Good Child Syndrome)는 아닐까?고민도 했었다.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해, 착해야만 한다고 믿는 심리패턴.
20대 때부터 흔히 반복되었던 인간관계의 문제는
대부분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는 특징들처럼 거절을 못하는데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때 도움을 받았던 책은 영성가 에크하르트 톨레의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였다.
그는 스스로에게 자주 이렇게 물어보라고 말한다.
“이곳에서 나는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사람, 이 상황에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저자는 사람들이 당신에게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
칭찬, 감사, 도움, 애정 어린 관심 등등을 상대에게 주기 시작하면
그 즉시,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가볍게 표현하면 Give and Take이지만,
이것은 형상 없는 의식의 영역, 우주의 법칙이다.
밖으로 흘러나가는 것이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을 결정하듯이,
늘 풍요를 느낀다면 모든 것은
계속해서 당신에게 파도처럼 밀려온다는 뜻이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나는 이 신비의 비밀을 믿는다.
가끔은 나의 배려와, 착한 행동들이
계속 타인에게 맞추기만 하며 스스로를 소멸시키는 행위가 아닐까? 고민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남을 잘 되게 하고, 남의 기쁨을 진심으로 축하할 줄 아는 마음 덕분에
내 주변에도 좋은 사람들이 넘쳐나고, 나 또한 그들의 배려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가 내게 거울처럼 보여주신
‘배려의 힘’ 덕분에
나는 오늘도 인간관계가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