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1. 통제형 부모, 불안형 자녀

"평생 헌신했던 우리 엄마가 통제형 부모라고?"

by 이또숙


“평생 고생만 하신 우리 엄마가

통제형 부모라고요?”




내가 상상하는 통제형 부모는 화난 모습이 어울리는 사람들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아이들에게 윽박지르거나, 다그치고, 폭력성을 띄는 유형의 모습.

함께 있는 것만으로 숨이 막히고, 언제나 자녀들의 기를 죽이며

본인이 추구하는 방향으로만 자녀들을 끌고 가는 강압적인 부모.



하지만 우리 엄마는 내가 상상하던 통제형과는 전혀 반대되는 사람이다.

큰소리 내본 적 없는 천사 같은 사람.

언제나 우리에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주셨으며,

우리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말 외에 부정적인 단어라곤 전혀 뱉어본 적 없는 분이었다.


우리 어머니의 삶을 착즙기로 짜내면 '고생'과 '희생'이란 단어만 덩그러니 남을 것 같은데,

그런 분이 통제형의 부모라고 하니 믿을 수 없었다.




상담사 - “헌신적인 부모는 통제형이 아닐 것 같지만,

헌신적인 부모 또한 통제형에 속해요.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희생은 아이들에게

뜻 모를 자책과 죄책감을 주거든요.”




상담사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부모의 헌신적인 사랑 안에는 무언의 요구와 지시가 숨어있다고 했다.


'이 모든 건 너를 위한 거야.',

' 내가 평생 너를 위해 이렇게 살았어.'

'너도 이렇게 살아야지.'


등의 압박은 자녀를 가만히 있지 못하게 하거나,

마치 무언가를 해야 할 것만 같은 불안감에 시달리게 만든다고 했다.


즉, 과도한 통제형의 부모는

과도한 불안형의 아이를 만드는 것이다.

이로 인해 스스로를 통제하고 평가절하하거나,

타인을 통제하며 자꾸만 불만족스러운 상태에 본인을 가둬놓게 된다.



불현듯, 어머니께 외할머니에 대해 여쭤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엄마가 외할머니를 떠올리는 키워드 또한 대부분 희생, 수고, 고생스러움 등등이었다.

어릴 때부터 외할머니께 받은 헌신적 사랑이,

어머니를 통해 자녀인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던 것 같다.



심리학 자격증 수업의 일환으로 우연히 상담에 참여했다가,

내 불안도가 꽤 높다는 말과 '통제형 부모'유형에 속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꽤 충격을 받았다.

한 번도 과거를 회상하고 나의 마음을 들여다본 적이 없었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복잡해 보이는 내 머릿속을 파악하셨는지,

상담사 선생님은 침묵을 깨고 나를 위로해 주셨다.




“자신의 과거 트라우마를 살피고 분석하는 일은 굉장히 힘들고 괴로운 거예요.


번거롭고, 불쾌하고, 신경 쓰이고, 예민해질지 모르지만 내면의 이해를 위해 꼭 필요하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몸이 아플 때는 바로바로 병원에 가지만,

마음이 아플 때는 특별히 전문가를 찾아 나서지 않는다.


누구나 어린 시절의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하나쯤은 가지고 있고,

그 흔적은 회복되고 잊힐 것 같지만 우리 내면에 축적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나 또한 유년시절에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상처, 고통, 트라우마가 하나쯤은 있을 것 같아서,

기회가 되면 전문가의 상담을 꼭 한 번 받아보고 싶었다.

상담이 아니었다면 전혀 돌보지 않았을 나의 내면과,

가늠할 수 없었던 심리학적 행동요인을 발견하고 나니,

미세한 감정 변화들이 더욱 흥미로워졌다.




나- “그럼 통제형 부모에게서 자란

불안형 자녀들에게는 어떠한 특성이 있을까요?”


( 선생님의 답변은 아래 표에 명시 )


불안형 자녀의 심리 특성


화낼 만한 상황에도 분노하지 않았던 나의 지난 감정들이,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단순히 '착해서' 화를 참은 것이 아니라, 감정을 억누르는 것에 익숙해져서 화내는 것이 익숙지 않았고,

과도한 죄책감과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사소한 '선택'을 불안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메뉴를 선택할 때 시간이 오래 걸렸던 이유,

작은 실수에도 크게 자책했던 이유.

이처럼 사소한 행동의 이유들이,

모두 나의 지난 경험을 통해 축적되어 온 것이다.


생각해 보

나의 내면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을 때의 나는 늘 이렇게 말했다.




'우리 엄마처럼 '희생'하고 싶어 질 때가 되면,

그때 결혼해야겠어.

희생하지 않는 것은 아내로서, 엄마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 아닐까?'




하지만 심리상담을 통해 나는 알게 되었다. 엄마의 희생이,

자녀에게 무조건적인 선물은 아니라는 것을.


엄마가 숨 쉴 때 자녀들도 숨 쉴 수 있고,

엄마가 웃을 때

자녀들도 웃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부모님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

결국엔 내가 평안해지는 길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