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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고생했습니다. 쉬세요.

단순히 '성실함'이라는 단어로 끝 마칠 하루가 아닙니다. 힘든 일입니다.

by 희소

본인의 몸을 혹사시키는 것과 무언가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요즘은 더욱 그렇다. 특히 한국 사회는 잠을 줄여가면서까지 삶의 모든 방향성을 일에 치중하기를 종용하는 경향이 있다. 요즘도 ‘잠은 죽어서 실컷 잔다.’,‘내 성공의 비결은 5시간 수면이다.’,‘안주하고 싶다면 자라. 성공하고 싶다면 깨어있어라.’ 등등의 글귀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 도전정신과 성취욕구까지 전부 싸잡아서 격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런 진취적인 마인드와 체계적 생활 패턴은 어떤 프로젝트나 목적, 심지어는 인간에게까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이 현재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통용될 수는 없다. 즉, 모든 이들의 삶에 예나 지금이나 유효할 만큼 범용성을 가진 라이프스타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어떠한 목적에 다다르기 위하여 휴식시간이나 잠을 불가피하게 줄인다거나, 이동 및 식사 시간을 아껴가면서까지 업무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것은, 그럴만했거나 그래야만 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들의 목적은 프로젝트의 완성도일 뿐이지 심신의 혹사가 아니었다. 목적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을 위한 시간을 조금 냉정하게 조일 시간이 필요했고, 그러한 한 번의 성공은 다음에도 그 패턴을 고수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성공한 이들의 입으로, 혹은 글로 전해지는 성공담이 당신에게도 확장될 수 있는지는 스스로가 먼저 생각해보아야 한다. 당신의 삶에서 줄일 수 있는 다른 불필요한 시간은 없는가? 그 업무를 맡음에 있어서 자신을 일정 부분 포기하는 것이 필수적인 과정인가? 굳이 잠과 자신을 위한 휴식을 줄이기 이전에, 불필요한 술자리나 만남을 줄일 수 있지는 않은가?


당신이 잠을 줄이고, 비몽사몽 한 채로 퇴근길에 나선다는 것은 성실이 아니다. 그 고통은 당신이 그런 자학을 헌신이라고 느끼게끔 만들곤 한다. 동일하게 모든 어리숙한 사랑들이 겪었을 경험이 있다. 연애에 있어서 그 우선순위를 본인이 아닌 상대방에 맞춤으로써, 자신의 삶과 욕구는 하나둘씩 제쳐두고 포기하게 된다. 그는 그의 삶을 포기하는 고통을 들였지만, 왜인지 쏟아부은 헌신적 사랑에 대한 충만한 행복이 몰려온다. 그 고통의 양만큼 본인은 본인을 불살라 사랑을 한다. 그 로맨틱한 설정이 본인에게 주는 만족감은 글 몇 자로 적는다고 감히 전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사랑을 거듭할수록 우리는 알게 된다. 그런 사랑이 주는 만족감은 불안정한 만족감이라는 것을, 자신이라는 균형을 잃은 사랑은 자신을 갉아먹고 결국에 상대에게까지 그 화살을 돌린다는 것을. 아이러니하다. 상대를 위한 헌신이 상대에게 화살이 된다니, 그렇게 된 후에는 마음이 파 먹힌 스스로만 덩그러니 남는다는 것이. 그렇기 때문에 나는 사랑에도 일에도 균형을 강조한다.


균형하면 현대인에게서 우선적으로 생각나는 단어가 하나 있다. ‘워라밸’, 일과 삶의 균형. 현대인들 중 대다수는 이 ‘삶’이라는 부분을 개념적으로 오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지긋지긋한 업무를 마치고 퇴근과 동시에 해방감을 만끽한다. 그 해방감은 잃어버렸던 삶이 다시금 내게로 찾아왔다는 감정을 일으키곤 한다. 그 감정은 착각이다. 일의 여집합과 삶은 동의어가 아니다. 당신이 업무에 몸 담고 있지 않은 시간 전부가 오롯이 당신의 삶이 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휴식해야 한다. 쉬어야 한다.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어야 한다. 그것은 단발성으로 주어지는 쾌락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알코올에 의존해서는 충분치 않다. (물론 퇴근 후 목구멍에 폭력적으로 터지는 탄산을 머금은 맥주를 한 껏 들이켜는 순간은 정말 행복하다.) 온전히 당신의 발 끝부터 머리끝까지는 물론이고, 뇌까지 확실히 쉴 수 있도록, 당신의 심신을 위한 시간을 확실히 부여해 주길 바란다.


다시, 야근을 한 뒤 수면을 줄이고 출근 지하철에 오르는 것은 근면한 일이 아니다. 힘든 일이다. 불가피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런 피학성으로 스스로를 잃어가며 성실과 고통을 착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당신은 야근을 했기 때문에 성실해진 것이 아니다. 인생에 확실히 헌신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힘든 나날을 보냈을 뿐이다. 나도 이 글을 빌어 말씀드릴 테니 당신도 스스로에게 꼭 말해주길 바란다. 오늘도 고생했습니다. 집에 가서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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