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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매니아 Nov 21. 2021

Pâtisserie Saint-Aubin

기다림의 연속

                출퇴근 거리도 멀고 무엇보다 배울 게 없어 보였던 제과점에 전화를 걸었다. 사장에게 직접 말하기 껄끄러웠는데 다행히 사장 대신 행정처리를 담당하는 다른 직원과 연결돼 '나는 좀 더 Artisanal 한 곳에서 일하며 배우고 싶다'라고 간접적으로 거절 의사를 전달했다. 'Bonne Chance!'라고 말해준 고마운 직원. 어프헝티를 구하는 게 그쪽도 쉽진 않겠지만, 아무쪼록 위생 측면에서 좀 더 개선되길 바라본다. 나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제과학교 시작은 9월로 몇 주 밖에 안 남았는데, 유일한 기회도 내 발로 뻥 차 버린 셈이니. 불안했다. 1년을 더 불어 공부만 하며 보낼 것인지, 한 살 더 나이 먹으면 일자리를 구하는 게 더 쉽지 않을 텐데 하는 고민도 들었다. 당장 1년 치 생활비를 한국에서 송금해야 하나 은행 잔고를 확인하던 찰나, Cyprien에서 함께 일했던 Diane에게서 문자가 왔다. 한참 첫 취업제안을 받아들여야 하나 고민하던 중 강하게 말려준 친구였다. 


                'Coucou, ça va?' 괜찮아?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니 마음이 금세 몽골몽골 따뜻해진다. 이리저리 수소문을 했나 보다. 본인이 아는 중국인 사장이 하는 파티스리 지점이 3군데 있는데, 그중 한 곳에서 어프헝티를 구한다는 소식을 알려줬다. 채용 결정권은 사장이 아닌 셰프 파티시에가 가지고 있으니 가게에 찾아가 셰프를 만나보라는 팁까지! 당장 그다음 날 이력서를 들고 가게를 찾아갔다. 툴루즈 가장 번화가인 장죠레스 와 마타비오 기차역 사이에 위치한 파티스리였다. 그 동네 이름을 따 가게 이름도 'Boulangerie Patisserie Saint Aubin' 골목길에 위치해 있고 가게 규모도 작은 편인데, 주변에 다른 빵집이 없어서 그런지 빵을 사려는 손님 길이 굉장히 길었다. 진열된 케이크들을 보니 에밀리네처럼 궁금증을 자아내는 케이크들은 아니었다. 프랑스 제과점 어느 곳에서 볼 수 있는 흔히 볼 수 있는 기본적인 케이크들이었지만 굉장히 신선해 보였다.   

                그중 다른 빵집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바나나와 스페큘러스, 생크림을 잔뜩 올린 Banofee라는 케이크를 주문하면서 점원에게 혹시 셰프를 만나 볼 수 없냐고 물었다. 안타깝게도 부재중이라 점원에게 CV를 건넸다. 계산을 하며 매장 뒤편에서 제빵사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았다. 머리가 밀가루 때문에 하얗게 변했는데 하나같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온몸에 타투를 한 멋진 동양인 제빵사도 보인다. 혹시 디안이 말한 중국인 사장님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쳤지만 일하는 모습들이 워낙 바빠 보여 방해라도 할까 서둘러 이력서를 건네고 나왔다. 짧은 방문이었지만 장사 잘 되는 빵집은 이런 모습이구나,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 가게를 나서며 테이크 아웃한 바노피를 꺼내 한 입 베어 물었다. '아, 맛있어!' 기분 좋은 미소가 지어졌다. 골목이 다 끝나기도 전 한 조각을 다 먹고 나서 생각했다. '어떻게 만드는지 꼭 배우고 싶다!'


                 집으로 돌아와 디안에게 연락을 했다. '셰프는 만나지 못했지만, 그 집 케이크들 예쁘고 맛도 좋더라! 소개해줘서 너무 고마워~. 혹시 일을 못하게 되더라도 이 빵집을 알게 되어 기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력서를 두고 온 후 1주일이 지나도 아무 연락이 안 오니 내 마음은 또 초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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