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코로나 테스트
가끔 환경을 바꿔가며 일하는 건 자극이 되는 일이다. 우리 주방에서는 이런 걸 사용하고, 이렇게 보관하곤 하는데, 여기는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구나 하고 비교도 하고, 배울 점도 기록하다 보면 얻는 것이 많다. 이 주방의 특이한 점은 창문이 있다는 것이다. 창 밖으로 해 뜨는 것도 보고 바람도 쐴 수 있어서 꽤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일하다 보면 창문을 통해 자꾸만 비둘기가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닌가. 처음엔 어둠 속에 움직이는 아이가 마치 쥐 같아서 이 주방에 라따뚜이가 일하나 하고 경악해었는데, 비둘기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위생상 결코 좋을 게 하나도 없는 비둘기를 보고도 원래 주방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아하니 좀 이상하긴 했다. 주방에 창문이 있어서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틀 동안 파티스리 셰프가 갈레트 반죽을 만들 동안, 나는 Frangipane 아몬드 크림을 비롯해 저장 가능한 많은 재고를 만들기로 했다. 첫 번째 주어진 미션은 갈레트와 크로와상 자망드에 들어가는 아몬드 크림 만들기. 살짝 레시피를 공개하자면
버터 3kg
설탕 3kg
아몬드 가루 3kg
계란 3L
크렘 파티시에 3kg + poudre à crème 250g
럼 700g, 바닐라 농축액 400g
과일 파이에 바닥에 많이 들어가는 아몬드 크림과 프랑 지판의 차이는 바로 크렘 파티시에를 넣느냐 마느냐의 차이. 이 레시피는 또 우리 주방 레시피와는 살짝 또 달라서 아무리 잘 알려진 레시피라도 재료의 가감과 어떤 재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인 것 같다.
이틀 동안 다른 주방에서 일하는 동안 느낀 것은 기본은 어딜 가나 통한다는 것. 1년 반 후 CAP 자격을 취득한 다음에 다른 주방에서 경험을 쌓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때는 창문 말고도 다른 좋은 점들이 더 눈이 들어오겠지.
다시 돌아간 생또방 주방에서 3명의 확진자가 더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크리스마스이브날 짧게나마 같은 공간에 있었던 동료들이었다. 소식을 들으니 기분 상인가 이상하게 목이 간질간질했지만 그날 마스크를 잘 쓰고 있었기에 설마, 하고 넘어갔다.
그리고 며칠 후, 제과학교에 다녀온 날부터 이상하게 몸이 너무 피곤해서 코로나 테스트를 받았다.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