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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매니아 Jan 06. 2022

코로나 확진자 일 25만 명의 프랑스

첫 코로나 테스트

     바빴던 크리스마스 주간이 지나고 크리스마스 당일이었던 토요일과 이튿날인 일요일만큼은 집에서 푹 쉴 수 있었다. 아무리 대목이라 할지라도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프랑스라서 가능한 일이다. 크리스마스가 끝났다는 건 bûche de Noël 시즌이 끝나고, 갈렛트의 시즌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갈레트(Galette)는 크로와상을 비롯한 비오누와즈리의 기본 반죽인 Pâte feuilletée를 둥글게 잘라 안에 도자기 인형 한 개와 아몬드크림인 Frangipane을 넣고, 다시 둥근 반죽을 덮어 무늬를 내어 구운 전통 파이이다. 가격은 사이즈별로 11유로에서 15유로로 다양한데, 프랑스 사람들은 이 갈렛트를 워낙 좋아해서 1월 한 달 내내 사 먹는다고 한다. 주말 이후로도 3일간 매장 문은 닫았지만, 나는 갈렛트를 만들러 회사 내 다른 loboratoire에 출근하게 되었다. 파견 업무까지 하게 된 사연은 복잡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 지점에 코로나 확진자가 많아 일손이 부족한 까닭이었다.

가게에서 판매중인 갈렛트 모습. 갈레트 안에 이 도자기 인형을 발견하는 사람이 저 종이 왕관을 차지할 수 있다. 잘 못 하다간 먹다가 이가 나갈 수 있으니, 조심 또 조심.

      가끔 환경을 바꿔가며 일하는 건 자극이 되는 일이다. 우리 주방에서는 이런 걸 사용하고, 이렇게 보관하곤 하는데, 여기는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구나 하고 비교도 하고, 배울 점도 기록하다 보면 얻는 것이 많다. 이 주방의 특이한 점은 창문이 있다는 것이다. 창 밖으로 해 뜨는 것도 보고 바람도 쐴 수 있어서 꽤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일하다 보면 창문을 통해 자꾸만 비둘기가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닌가. 처음엔 어둠 속에 움직이는 아이가 마치 쥐 같아서 이 주방에 라따뚜이가 일하나 하고 경악해었는데, 비둘기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위생상 결코 좋을 게 하나도 없는 비둘기를 보고도 원래 주방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아하니 좀 이상하긴 했다. 주방에 창문이 있어서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창문에 비춘 내모습 그리고 쫓아내도 어슬렁 거리던 비둘기양.

      이틀 동안 파티스리 셰프가 갈레트 반죽을 만들 동안, 나는 Frangipane 아몬드 크림을 비롯해 저장 가능한 많은 재고를 만들기로 했다. 첫 번째 주어진 미션은 갈레트와 크로와상 자망드에 들어가는 아몬드 크림 만들기. 살짝 레시피를 공개하자면

버터 3kg

설탕 3kg

아몬드 가루 3kg

계란 3L

크렘 파티시에 3kg +  poudre à crème 250g  

럼 700g, 바닐라 농축액 400g

    과일 파이에 바닥에 많이 들어가는 아몬드 크림과 프랑 지판의 차이는 바로 크렘 파티시에를 넣느냐 마느냐의 차이. 이 레시피는 또 우리 주방 레시피와는 살짝 또 달라서 아무리 잘 알려진 레시피라도 재료의 가감과 어떤 재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인 것 같다. 

엄청난 아몬드 크림의 양. 팔고 남은 뺑오 쇼콜라를 시럽에 담근 다음 크림을 올렸다. 칼로리는 엄청나지만 무척이나 맛있는 뺑 오 쇼콜라 자망드!


1인용 귀여운 키쉬와 과일 케이크. 내가 만든 건 모두 냉동실에 보관했다 재 오픈 이후 그날 그날 필요한 양만 굽기로 했다.

      이틀 동안 다른 주방에서 일하는 동안 느낀 것은 기본은 어딜 가나 통한다는 것. 1년 반 후 CAP 자격을 취득한 다음에 다른 주방에서 경험을 쌓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때는 창문 말고도 다른 좋은 점들이 더 눈이 들어오겠지. 


      다시 돌아간 생또방 주방에서 3명의 확진자가 더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크리스마스이브날 짧게나마 같은 공간에 있었던 동료들이었다. 소식을 들으니 기분 상인가 이상하게 목이 간질간질했지만 그날 마스크를 잘 쓰고 있었기에 설마, 하고 넘어갔다. 


      그리고 며칠 후, 제과학교에 다녀온 날부터 이상하게 몸이 너무 피곤해서 코로나 테스트를 받았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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