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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매니아 Apr 25. 2023

통합교육은 가능할까

역차별은 필수?!

옹기종기 모여 상위반 실습수업을 참관(?) 아니 구경 중인 우리 반 학생들

    '꽝, 꽝, 꽝!'

    누군가 복도 벽을 주먹으로 내리치고 있는 소리가 교실 안을 울린다. 복도 가까이 앉아 있던 여학생들은 무섭다는 듯 얼굴을 잔뜩 찌푸린다. 소란의 주인공은 루카이다. 루카는 19살 자폐인이다. 


    프랑스는 똘레랑스의 사회이다. 우리나라 말로 관용이라고 해석되는 이 말은 프랑스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의 하나이다. 이 똘레랑스를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동양적 의미의 너그러움으로 해석했던 나는 통합교육도 잘 될 거란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감정이 아닌 이성에 기초한 이 개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이념과 신념이 귀중하면 남의 것도 똑같이 귀중하며 자신이 존중받기 바란다면 남을 존중하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우리 반은 참 다양한 색을 지녔다. 주류는 곧 성인이 될 십 대 아이들이지만 나처럼 나이 많은 외국인도 있고, 임산부도 있으며, 제빵반과도 섞여 있어서 다양한 색이 나는 재미있는 반이다. 그런데 그중에 유독 다른 학생들과 전혀 어울리지 못하는 학생이 있다. 그가 바로 루카이다. 소리에 민감해서일까? 늘 헤드셋을 끼고 생활하며, 지각을 반복하고, 기차에 가방을 두고 내리곤 하는 루카는 관심 있는 학생들과는 굉장히 어울리고 싶어 하면서 나머지 학생들은 같이 공부한 지 2년이 다 되어도 이름조차 모른다.  


    학교에서는 그에게 두 가지 특권을 주었다. 수업 시간에 휴대폰 사용을 허용하는 것, 그리고 수업 시간에 언제든 교실 밖을 나갈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습시간과 영어수업 그리고 기술 테크놀로지 수업에는 필기를 대신해주는 특수교육지도사도 배정받았다. 앞선 두 가지 특권은 일반 프랑스 학생들에게는 용납되지 않는다. 물론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건 이곳 선생님들도 어려워하는 것이지만, 수업 종료 종이 칠 때까지 교실 밖을 나가지 못하게 하는 건 안전상의 이유로 철저히 적용되는 사항이다. 하지만 우리 반 그 누구도 그가 이러한 특권이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같이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어도 비장애 학생들만 다그치거나 수업시간 중간에 갑자기 벌컥 문을 열고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교사들의 행동을 통해 알았다. 휴대폰 사용으로 항상 지적받는 한 학생이 교사에게 왜 루카에게는 뭐라 하지 않는지 따졌을 때, 교사는 난처한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 알고 있음에도 그가 자폐가 있어서라든지, 그가 우리와 다르기 때문이라는 라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교사도 이런 상황이 어려운 듯 보였다. 이런 상황이 힘들었는지 루카가 교실 문을 벌컥 열고 '입 닥쳐!'라고 소리 질렀다. 따졌던 학생은 더욱 화가 났고 교사는 그를 향해 더 큰 소리로 다그칠 뿐이었다. 바로 직후 루카가 복도 벽을 주먹으로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도 그를 보러 가지 않았고, 쉬는 시간 중이 울리고서야 그가 가방을 가지러 교실로 되돌아왔다. 그가 처음 우리 반에 전학 왔을 때 그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학교 측의 '장애이해교육'까진 아니더라도 조금의 설명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학생들의 불만은 이것이다. 네다섯 시간 연속해서 하는 실기 수업에서는 충분히 휴대폰 없이 수업을 따라가는 그가 일반 이론 수업에서는 휴대폰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건 지나친 관용이며 역차별이다. 


    시험이 다가오면서 학생들의 신경도 날카로워졌고, 마지막 스포츠 수업 시간에 루카는 폭발하고 마는데...

축구를 즐기는 남학생들
루카도 학생들과 어울려 배드민턴을 쳤다. 

    축구와 배드민턴은 시험과는 전혀 관계없는 종목이긴 하다. 800미터 오래 달리기나 탁구를 연습해야 하지만 마지막 수업시간인지라 체육선생님도 학생들에게 약간의 자유시간을 주었다. 혼자 지루하게 뛰어야 하는 오래 달리기는 포기하기 마련인 루카이지만 배드민턴만큼은 좋아하는 그가 웬일인지 학생들과 어울려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가 유독 좋아하는 엘리시아와 마티스가 함께 해서였을까, 그의 표정도 유독 좋아 보였다. 그런데 루카와 트러블이 많던 학생이 지나가며 루카와 한 팀인 학생에게 배드민턴 대결 점수가 형편없다며 놀렸고, 루카는 그걸 굉장히 개인적으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소리 지르며 그에게 달려드는 루카. 순식간에 싸움으로 번졌다. 당황한 체육선생님이 호루라기를 불며 달려왔다. 그리고 루카를 말리는 체육선생님에게까지 주먹이 날아왔다. 그 즉시 탈의실에 감금된 루카. 


    탈의실에서는 계속 발로 벽을 치는 소리와 악을 쓰는 소리가 들렸다. 생활주임 선생님이 오고 다음 시간에도 그다음 날에도 루카는 수업에 들어오지 못했다.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그다음 날까지 생활주임 선생님은 학생들을 일일이 면담했다. 그의 행동이나 말투에 대한 불만, 역차별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통합교육환경인 일반학교에서는 일해본 경험이 없는 특수교사인 나는 통합교육을 이론으로만 배웠다. 교사의 눈으로 볼 때도, 같은 학생의 입장에서 볼 때도 루카의 통합교육은 참 갈길이 먼 것 같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곪은 부분이 터져 나와 오히려 루카와 학생들이 잘 어울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학교드라마 같은 기대를 갖기에는 우리에게 남은 학교에서의 시간이 채 6일도 남지 않았다는 걸 상기시킨다. 


    나의 꿈은 장애, 비장애인 고용인들이 함께 일하는 베이커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과연 가능할까 진심으로 고민해 보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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