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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렌체장탁 Dec 07. 2023

처음 인정하는 외로움

외롭진 않으세요? 

이탈리아에 처음 왔을 때 정말 혈혈단신이었다.


 아는 사람도 의지할 사람도 없었고 사실 이탈리아에 대한 기본상식조차 없었다. 그저 22살 배낭여행 때 와봤던 잔상들 뿐. 그 뒤로 이탈리아에 대해 생각하거나 알고 싶었던 적도 없다.


 어쩌다 보니 살게 된 것이었다. 

운명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나는 평생 내가 이탈리아에서 살게 될 거 라 생각한 적이 없다. 어쨌거나 오게 된 이곳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피렌체 탁하우스'라는 개인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눈 깜작해보니 8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있었다. 


그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라면..


"어떻게 하다가 이탈리아에 살게 되셨나요?"

"외롭진 않으세요?"


이 두 가지 인 것 같다. 전자는 내가 출간한 책에 어느 정도 답이 있고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 나의 답은 항상 이랬다.


"제발 외롭고 싶어요. 정말 단 한순간이라도 혼자 있고 싶어요. 잠자는 순간조차도 손님들과 함께이다 보니 단 한순간도 혼자인 적이 없어요. 감정적으로도 마찬가지예요. 가족, 친구들은 멀리에 있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계속 만나고 또 그 사람들 중에 좋고 소중한 사람들이 생기다 보니 외롭다는 감정이 생길 틈이 없네요. 어찌 보면 단 일주일만이라도 혼자 있고 싶습니다."


 나의 30대는 늘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를 스쳐간 모든 사람들(손님들). 

기본적으로 하루에 3-10명 정도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꽤나 진심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상대하는 나로서는 조금의 장점과 공감대만 느껴져도 그 사람들이 좋아져 버렸고 그렇게 내 시간과 감정은 순간순간의 진심으로 소모되었다. 이런 순간들을 후회하느냐고 하면 절대 후회는 없다. 


 오히려 그 모든 순간 내가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에 대해 감사하고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한국에 그 조그마한(대기업이랍시고) 회사에 계속 다녔더라면 절대 만날 수 없었던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까. 


 문제는 그 순간순간의  인연과 사람들을 쫓다 보니 정작 내가 힘들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의지할 수 있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는 것에 있었다. 처음에 자각한 것은 언젠가 혼자 39도의 고열에 시달려서 앓아 누었을 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내 옆에 물 한 병 사다 주거나 약 사다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느꼈을 때이다. 감정적으로 나를 이해하고 공감해 주고 지지해 주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이 피렌체에서 내가 힘들 때 실질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몇 없다는 것. 


 물론 여기 살면서 알게 된 친구들이나 지인은 많지만 결국 내가 정말 힘들 때 마음 편히 의지할 사람 하나 없다는 것. 


술 한 잔 찐하게 하고 싶을 때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 

내가 가장 기쁠 때나 슬플 때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

기가 막히게 좋은 장소를 알게 됐는데 같이 가고 싶은 사람이 없다는 것.


이런 모든 것들이 나를 외롭게 한다.


 처음이다. 

이탈리아에 와서 내가 스스로 외롭다고 말하는 것은. 아까 설명했듯이 늘  손님, 스텝, 직원, 주변 사람들 등 나를 외롭게 할 틈.. 솔직히 잘 틈도 없이 만드는 많은 사람들과 사건의 연속이었다. 그때보다 조금의 여유가 생기고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통제할 수 있게 된 지금에서야 그 외로움을 느낀다. 너무 오래 혼자 버텨왔던 나를  느낀다. 늘 괜찮다고 난 괜찮다고만 외쳐왔던 나를 느낀다.


 오늘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하나다.


그 전의 나도 아마 외로웠을 것이다. 다만 내가 그렇게 자각할 틈이 없을 만큼 치이고 바쁘게 살아왔을 뿐이다. 나약한 소리는 하면 안 된다고 배웠다. 외국에 혼자 사는 여자 입에서 외롭다는 소리가 나오는 순간 우스워질 뿐이었다. (더불어 쉽게 보일 뿐)


 중간중간 의지해 보고 싶은 사람도 생겼다. 친구이기도 하고 연인이기도 했다. 뜻대로 되지 않았고 결국 다 내 곁을 떠났다. 

 

 그러나 이제 오늘 말하고 싶다. 


 피렌체에 살고 있는 오늘의 나는 외롭다. 외롭고 때로는 우울하다. 


여유롭고 행복한 삶의 루틴이 생겼지만 곁에 누구도 없는 기분이다. 이걸 한 번은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싶었다. 위안을 받으려는 것이 아니다. 인정하는 순간 나는 또 한 걸음 나갈 수 있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외로우니 이제 인정했으니 외롭지 않기 위해 행동할 것이다.  


 인정하기까지 참 힘드네. 좋은 사람 만나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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