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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렌체장탁 Dec 25. 2023

메리 크리스마스 in 피렌체

실시간 유럽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란?


 유럽에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다들 한 번쯤은 꿈꿔 보셨죠?


 '에펠탑 트리'를 볼 수 있는 파리도, 연말 분위기와 장식에 진심인 런던도, 크리스마스마켓으로 유명한 독일, 프라하, 북유럽의 여러 도시들도 다 좋지만 제가 사는 이곳 이탈리아의 크리스마스는 좀 더 의미 있답니다.

 

 일단 교황님이 계시고 경외로운 대성당이  도시마다 있죠. 예수 탄생일인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기에는 이탈리아만  곳도 없습니다. 이브날 자정에 성당 미사에 참석하면   종교가 아니더라도 성스러운 분위기와 아름다운 이탈리아어 기도에 취해 진정 축복받는 느낌을 만끽할  있습니다.  또한 종교가 없어서 사실 제대로 아는  하나도 없지만 가톨릭 문화권에 사는 만큼  번씩 미사에 참석하고는 하는데요. 어떤 분들은 로마 바티칸 성당이나 피렌체 두오모에서 크리스마스나 새해 미사를 드리는  평생소원이라고도 하시는데 마음만 먹으면 그런  세계적인 의식 참석할  있는  정말 행운아가 아닐  없습니다.

 

 그렇지만 기대가 과하면 실망이 큰 법... 사실 이탈리아의 크리스마스는 생각보다 싱겁기도 한대요. 각종 행사와 이벤트, 공연이 가득하고 길거리마다 캐럴과 사람이 넘쳐나는 한국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답니다. 우리나라는 크리스마스를 연인, 친구들과 보내고 새해맞이를 가족들과 함께 하는 것과 달리 유럽은 크리스마스만큼은 철저히 가족들과 함께 하는 분위기이거든요. 마치 우리 설이나 추석 명절처럼 다들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저녁식사를 합니다. 그래서... 여기에 가족이 없는 저는................... 오히려 크리스마스가 심심할 때가 많죠.  그래서 늘 열심히 손님들하고 놀고 그랬었어요!


 피렌체 같은 대도시는 그래서 오히려 사람들이 빠지기도 합니다. 좀 제대로 된 레스토랑들은 가족식사로 예약이 꽉 차 있긴 하지만 친구들이랑 어울려 놀만한 바나 펍 같은 곳은 텅텅 비어있는 수준이죠. 그리고 대부분은 집에서 저녁을 직접 만들어서 먹는 경우가 많아요. 굉장히 가족적인 분위기입니다.


  그럼 얘네들은 연말모임은 없냐고요? 놀기 좋아하는 이탈리아인들이 그럴 일은 없죠.

 매년 12 8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기점으로  두오모 성당 앞에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이 있고요. 그날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휴가나 방학이 시작되고 사람들은  주말부터 연말모임이나 파티를 가지기 시작합니다. 주말마다 가족들에게 돌아가기 전에 선물을 사려는 사람들이 가득하고요. 크리스마스마켓도 오히려 11 말부터 일찍 열어서 미리 연말 분위기를 즐기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정작 크리스마스 전날과 당일날은 텅텅 도시가 비는 거죠.


 생각보다 조용합니다.

 

 이러다가 30, 31일이 오면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와 사람들이 가득  길거리를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전쟁터냐고요? 친구들끼리 몰려다니면서 콩알탄이나 작은 폭죽을 던지거나 병을 깨는  이들의 풍습입니다.  소리를 내고 병을 깨는  악귀를 물리친다나 어쩐다나...


 그 콩알탄 소리가 정말 엄청납니다. 여기 와서 처음 맞이하던 연말에 저는 진짜 전쟁난 줄 알았어요. 누가 들어도 총소리 같기도 하고 암튼 엄청나게 큽니다. 알고들어도 깜짝깜짝 놀라니 말 다했죠. 어떤 나쁜 놈들은 창문에서 길거리로 던지기도 합니다. 아오!!! 내가 진짜 너네 엄마였으면 등짝 스매싱 500대 예약이다!


  이렇듯 피렌체의 크리스마스는 잔잔하고도 거룩하답니다. 사람들이 빠져서 오히려 한산하고 아름다운 피렌체의 밤거리를 즐길 수도 있을 거예요! 연인과 함께라면 더더욱 로맨틱하겠죠.


 그럼 저의 실시간 퇴근길을 통해 이탈리아 피렌체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살펴보도록 할까요?


 

 산타마리아노벨라 성당입니다. 좀 이따 12시에 미사가 있을 예정이지만 한참 가족끼리 저녁 먹을 시간인 밤 8-9시에는 정말 한산하죠.. 이렇게 사람 없는 풍경은 정말 오랜만!


 

 산타마리아노벨라 광장에 있는 칵테일바의 크리스마스 장식입니다. 산타가 귀여워서 한번 찍어봤어요. 평소에는  가득  있는데 역시나 조용하네요.


 

 딸기 티라미수로 유명한 폼피(POMPI)입니다. 요렇게 케이크도 팔아요. 이탈리아에는 은근히 케이크 파는 집이 잘 없어서 오히려 젤라토집 같은 데서 구매를 하곤 합니다. 맛은 있어요! 엄청!!!!!


 

 평소에는  붐비는  로렌초 성당에서 중앙시장으로 이어지는 길입니다. 역시나 조용합니다.


 

심지어 제 최애 파스타 맛집인 통칭 '김밥천국'이라 부르는 이 레스토랑 아저씨는 과감하게 문을 닫아버렸어요. 한국 같으면 대목이라고 난리일 텐데 말입니다. 그래도 피렌체는 그나마 관광객들을 위해 큰 레스토랑들은 대부분 문을 엽니다. 슈퍼마켓들도 25일 하루만 문을 닫기 때문에 크게 불편한 점이 없어요.



 가죽시장 상인들도 평소보다 일찍 자리를 정리하네요. 얼른 접고 가족, 친구들이랑 맛있는 거 먹으러 가나 봐요. 일단 손님이 없으니 상인들도 일찍 들어가는 것이 인지상정이긴 합니다.


 

 중앙시장 외부 장식입니다. 예쁘죠? 그러나 8년째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 2층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나는 음악소리가 꽤나 핫하게 들리길래 올라가 볼까 하다가 그냥 집으로 향했습니다. 이번 제 크리스마스 콘셉트는 '조용히 혼자 즐겁게 보내기' 거든요. 물론 자발적 선택입니다.



 친한 아주머니가 하는 중국집 외관에 산타 장식이 귀여워서 괜히 찍어봤습니다. 그래도 여긴 손님이 좀 있네요! 역시 피렌체 맛집은 다르네요. 아줌마 파이팅!!!!


 집 앞에 있는 펍인데 진짜 한산하네요. 일하는 애들이 나와서 수다 떨고 있더라고요.

너네들도 얼른 집에 가렴.



 방에 들어와서 내려다본 거리입니다. 원래 진짜 시끄럽고 차 많은 거리인데 텅 빈 거 보이시나요?


 기대했던 유럽에서의 크리스마스 밤이 의외로 휑해서 실망하신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망은 금물!

 맛있는 레스토랑을 미리 예약해 놓고 괜찮은 와인과 음식을 먹으면서 좋아하는 사람이랑 보내는 피렌체의 밤거리는 로맨틱  자체이니 기회가 되신다면  한번 와보세요. 제가 오는 길에는 없었지만 베키오 다리나 광장들에서 하는 버스킹도 정말 들을만합니다.

그러다가 자정에 성탄미사에 참석해 보시는 것도 추천입니다.

 

 방구석에 틀어박혀 이걸 쓰고 있는 저는 이미 많이 해봤기 때문에 오늘은 조용히 있는 겁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정말 자발적입니다.


 시즌이 시즌인지라 요즘 소매치기가 많아져서 제가 굉장히 쫄아서 퇴근을 하곤 한답니다. 그래서 사진이 거의 발로 찍은 수준이네요. 예쁜 사진이 많이 없어 마지막으로 피렌체 밤거리 영상 하나 투척하고 글을 마칠까 합니다. 좋은 것만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찐 현실이 이렇다는 걸 갑자기 이야기해주고 싶어서 글 하나 남겼습니다.



그럼 모두 메리크리스마스,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Tanti Auguri a tutti, Buon Nata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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