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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우니 Oct 19. 2016

단풍을 맞이하는 문턱 앞에서

'천년의 숲' 오대산 월정사를 거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초록 빛깔 숲길을 만들어냈던 자연이 계절 가을과 만나 오색빛깔 단풍을 맞이하는 문턱을 지나려 하고 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단풍'이라는 친구가 가을 문턱 앞까지 달려오는 시간과 거리는 길고 험난했다. 하지만 그 문턱에 발을 내딛는 순간, 빠르고 냉정한 속도로 겨울을 향해 또 달려간다. 이렇듯, 찰나의 순간에 지나는 단풍 덕분에 나의 마음은 조급해지고 오색빛깔이 있는 그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조급해진 마음따라 가을여행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예를 들자면 '단풍을 맞이하는 시작점은 어디가 좋을까?'와 같은 질문들을 나에게 계속해서 던지고 던졌다. 그러던 와중에 '천년의 숲'이라는 생태계를 알게 됐다. 다섯 개의 암자와 봉우리가 내려앉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오대산'에 속해있는 숲길이었다. 이 천년의 숲을 알게 된 순간, 다른 여행지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 올 가을의 시작은 바로 여기야!






오대산 월정사로 가기 위한 경유지인 진부터미널에 도착했다. 한적한 시골마을이었던 '진부'는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오대산의 자연을 즐기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월정사로 향하는 버스 안 역시 중후한 산객들로 가득했는데, 그들 역시도 '첫 단풍'에 대한 들뜬 마음 때문인지 어린아이와 같은 해맑은 미소를 계속해서 만들어냈다.


노오란 색감에 고개를 푹~하고 숙인 황금벼 밭, 굽이진 능선길에서 먼저 만나는 단풍 풍경, 알싸한 냄새를 풍기며 코를 자극하는 거대 대파밭까지, 오대산으로 향하는 버스 차창이 주는 풍경 또한 참 새롭고 정겨웠다. 



월정사 일주문에 들어서는 순간, '천년의 숲' 전나무 길이 시작된다.
계절 가을이 전달하는 색감들
월정사 전나무 숲 전경


전나무 숲에 들어서는 순간
숨을 크게 들이마셔 보라,

내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는
푸른빛 기운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느끼고 마셔보는 푸른빛 공기였다. 눈으로 보고, 코로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천년숲길'이었다. 환절기에 접어들면 언제나 찾아왔던 고질병 '비염'도 전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 향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또한 길쭉이 뻗은 '전나무'가 주는 웅장한 자연풍경은 일상에서 느껴왔던 잡념들을 산산이 박살 냈고, 지금 이 순간을 오롯이 즐겨보라는 용기와 여유를 전해줬다.



높디높은 하늘과 맞닿아있는 전나무들
80년 이상 된 고목의 위엄 있는 모습
단풍을 맞이하는 문턱 앞에 서있다.



전나무 숲길을 걷는 중간중간에서, 단풍을 맞이하는 자연의 모습을 만나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붉고 노오란 단풍 색감에 한참을 멍하니 서서 깊은 사색에 잠겼다. 다시 만나 반가웠던 가을의 색은, 그 아름다운 색감 속에 뭔지 모를 다량의 메시지를 나에게 건네는 것 같았다. 정확히는, 그것이 메시지인지 아님 나 자신과의 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곧, 우리가 보게 될 단풍 풍경
시원시원한 계곡물소리도 들린다.
나 홀로 찾기에도 좋은 숲길이다.
다시, 전나무 터널 속으로
오대산의 다람쥐는 사람을 낯설어하지 않았다.
따스한 가을 햇볕 아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천년숲길'의 끝이 보인다.
'금강연'에 옅은 빛이 내린다.
단풍과 마주한 월정사의 전경



전나무숲길이 끝남과 동시에 월정사 전각이 나타났다. 때마침 '오대산 문화축전' 행사가 진행되고 있어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즐길 수 있었다. 축전은 아쉽게도 10월 16일을 마지막으로 폐막을 내렸다.



산채김밥 만들기 체험행사



평소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산채김밥 만들기 체험행사'도 참여할 수 있었다. 일반 김밥에도 기본으로 들어가는 햄, 계란지단, 단무지, 맛살과 다양한 산나물의 조화은 상상 이상으로 그 맛이 좋았다. 산나물 특유의 향이 김밥을 더욱 맛깔나게 만들어냈다.



자연과 사찰의 조화
적광전과 팔각구층석탑의 모습



가을 단풍을 맞이하는 시점에 찾아 '오대산 월정사'가 주는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리고 봄, 여름, 겨울의 월정사는 어떠한 풍경으로 나를 맞이해줄지가 궁금해졌다. 아직 보지 못한 그 풍경들은 다시 월정사를 찾을 때까지 나의 상상이 만드는 스케치에 의존해야 한다. 하지만 사계절 모두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긍정적인 기운을 전달받을 수 있다는 건, 월정사를 다시 찾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천년의 숲'이 주는 푸른빛 기운을 되새겨보며 다음 만남을 기약해본다.




오대산 월정사 여행정보


진부터미널에서 월정사·상원사행 버스 승차 (일 12회 운행)

입장료 : 성인 3,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500원

일주문을 시작으로 한 '천년의 숲' 전나무길을 꼭 걸어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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