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뚜벅우니 Oct 25. 2016

'추'갑사가 전해주는 풍경들

상상과 현실이 마주쳤을 때




내 몸이 계속해서 재촉했다. 짧게 지나는 가을이 돌아왔는데 어디론가 떠나야 하지 않겠냐는 마음속 울림과 함께 말이다. 그리고는 고민이 시작됐다. 평소 자연을 좋아하고 계절풍경을 보기 위한 욕심이 엄청났던 나였기에, 행선지에 대한 고민의 탑은 계속해서 쌓여갔다. 결국 핸드폰 지도 어플을 켜고 팔도유람까지 하게 됐고 내 손의 위치가 '충청남도'에 이르렀을 때, 문뜩 지난봄에 떠났던 충남 공주가 생각났다.


내겐 봄날의 공주를 누볐던 모든 시간들이 소중했지만, 그중에서도 산뜻한 봄기운을 무한히 전해줬던 '마곡사'의 풍경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마곡사를 거닐며 '춘마곡추갑사(春麻谷秋甲寺)'라는 말에 절대적인 공감을 보냈었다. 물론, '추'갑사의 모습을 눈으로 보지 못했지만 '춘'마곡에게 깊은 감동을 받았던 터라, 붉은빛 풍경의 '갑사'를 내 머릿속에 그려낼 수 있었고 그 모습은 아름다웠다.


 그렇게 추억으로 변해버린 공주의 봄이 지나고, 여름도 지났다. 이제는 짙은 색감으로 온 세상을 물들이는 추(秋)가 돌아왔다. 나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추'갑사를 등에 짊어지고 다시 한번 공주를 찾기로 마음먹었다. 과연, 어떤 모습과 풍경으로 나를 맞이해줄지, 설렘 가득한 기다림이었다.  






오늘도 버스 창밖으로는 새로운 풍경들이 가득했다. 시골 마을의 때 묻지 않은 색감에 이끌려 자연스레 창을 반쯤 열고서, 시원한 바람을 맞아봤다. 완연한 가을바람이었다. 덥지도 그렇다고 춥지도 않은, 사람의 감정을 예쁘게 만들어주는 그런 바람 말이다. 



계룡산 갑사로 가는 길



설렘으로 가득 찬 순간이다. 상상 속에서만 그려냈던 갑사의 풍경을 내 눈과 마음으로 마주치는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두 손으로는 사진을 찍고 있었지만, 새로운 풍경을 맞이하는 희열 때문인지 나의 두발은 흥분상태였다. 마음이 급해졌다. 빠르게 사진을 찍고, 지금껏 보지 못했던 그 풍경을 향해 달려간다.



감탄사가 터져 나왔던 풍경



"와!!"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계룡산 갑사로 오르는 길에는 크나큰 복병들이 군데군데 숨어있었다. 갑사의 풍경을 열망하는 나의 다급한 발길도 단번에 붙잡아버리는 강력한 복병들 말이다.


파스텔 색상을 띠고 있는 푸른 하늘

짙고 옅은 빛깔이 스며든 계룡산 능선길

기분 좋은 가을바람에 살랑살랑 꽃잎을 흔드는 구절초


어느 하나 과한 것 없이 조화로웠다. 



계룡산 갑사 일주문
하늘을 둘러싸고 있는 숲 속 터널



갑사 일주문을 통과하니 거대한 나무들이 만든 숲 속 터널이 나타났다. 눈을 치켜들어 하늘을 바라봤을 때, 내가 평소 봐왔던 하늘색 색감이 아니었다. 그저 바라만 봐도 몸과 마음이 치유될 것 같은 울긋불긋한 색감들로 가득했다. 물론, 터널이 전하는 색(色)에서는 완연한 가을을 느끼기엔 아직 부족했지만 마음속 감성만큼은 붉은빛 가을의 색감으로 물들어갔다. 



숲 속에서 쉬어가기
붉은빛이 스며들고 있다.
여유를 만끽하는 사람들
다채로운 색감들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105호에 지정된 갑사 대웅전, 전각에 걸려있는 편액의 크기가 남다르다.
자연과 하나 된 사찰의 풍경
갑사의 매력이 가득찬 사진



봄의 마곡사를 거닐며 상상하고 그려냈던 갑사의 모습들이, 지금 내 두발이 닿아있는 현실 속 갑사에 온전히 머물고 있었다. 아니, 상상으로도 그려낼 수 없는 자연과 사찰의 아름다운 조화랄까?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머물면 머물수록, 상상하면 상상할수록 자연과 사찰이 전하는 매력에 빠져드는 하루였다.



붉은 색감으로 물들어가는 갑사
어여쁜 구절초가 경내를 가득 매웠다.
계룡산 능선의 위엄있는 모습
돌 틈 사이로 피어난 구절초가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울긋불긋한 나무
갑사 경내에 위치한 내원암의 모습
벽에 걸터앉은 담쟁이가 붉은빛을 띠고 있다.
갑사를 떠나며



나의 상상을 배신하지 않았던 갑사였다. 또한, 설렘과 기다림에 대한 보상도 아주 두둑했다. '추'갑사의 절제된 자연풍경과 예스러운 사찰이 만나 보는 눈을 즐겁고 편안하게 해줬다. 한쪽으로 치우친곳 없이 고루고루 어우러지는 풍경 역시 '갑사'가 가진 참 매력인 듯싶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온전한 가을을 즐기고 싶다면, 곧 단풍으로 물들 '추'갑사로 떠나보자. 단언컨대, 우리를 배신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계룡산 갑사 여행정보


산성동 시내버스터미널에서 갑사행 버스 승차 (일 18회 운행)

입장료 : 성인 3,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갑사에서 능선길을 타고 오르다 보면 동학사로 하산할 수 있다. (약 3~4시간 소요)



매거진의 이전글 단풍을 맞이하는 문턱 앞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