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단풍길 105선 : 소월길
벌써 '잊혀진 계절'이 되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바깥 기온이 찼다.
겨울의 문턱 앞을 서성이던 차가운 가을바람이 '올 가을을 잊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듯했고,
나는 몸을 움츠리며 답했다. '그래, 올 가을은 결코 잊지 않을게'라고.
그에 가을이 안심했는지, 노오란 은행잎을 하나, 둘 떨구며 희망과 위로를 전했다.
서울 단풍길 105선, 소월길에서
가을의 정취 그리고 새로운 풍경을 찾아 나서는 것도 좋지만, 이번 한주는 나에게 휴식을 주고 싶었다. 멀리 저 멀리 떠나는 것보다는 친근한 가을길을 거닐며,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여유로운 나들이에 나섰다. 한적하기 그지없었던 6호선 한강진역을 시작으로 남산 둘레를 돌며 숭례문에 안착하게 되는 서울 단풍길, '소월길'을 찾았다.
주말의 서울은 어딜 가나 시끌벅적하지만, 이번에 걸어본 '소월길'은 그렇지 않았다. 노오란 은행잎이 하나, 둘 떨어지는 모습까지도 집중할 수 있는 매력적인 산책길이었다. 서울의 중심에 위치하지만, 자연이 전하는 계절 가을을 본바탕 그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언제, 어느새 물들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소월길'의 은행나무는 노란빛을 띄고 있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무의 잎은 초록 빛깔을 띄고 있었는데 말이다. 언제 봐도 자연의 변화는 신기하고 신비하다.
남산전시관 삼거리에서 직진하지 않고, 하얏트호텔 방면으로 내려가다 보니 경리단길이 나왔다. 내리막으로 된 보도를 걷다 보면 높게 솟은 서울타워가 먼저 보이고 그 아래로 각양각색의 건물들이 들어차 있다. 분명, 웅장하거나, 짜릿한 맛은 없지만 볼수록 매력적인, 아기자기함을 갖추고 있는 동네였다. 더해 분위기 좋은 카페와 음식점까지 즐비하니 이 길목이 유명해질 수밖에. 하루 시간을 내어 미로와 같은 이태원 골목길 탐방에 나서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한적한 서울을 즐기기에 알맞은 산책길이었다. 길이도 3.7km라 그 누구에게도 부담되지 않을 듯싶다. 다색으로 가득 찬 가을을 감상하며 걸으면 '오잉, 너무 짧은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들고서 나 홀로 사색에 빠져 걷기에도 좋고, 그 누군가와 소박한 대화를 나누며 거닐기도 좋다. 그냥, 무한한 매력을 가진 소월길이라 표현하고 싶다. 소월길 본연의 모습도 좋고, 소월길을 벗어나 또 다른 길목의 모습도 궁금해지는 그런 길이다.
서울시 지정, 서울 단풍길 105선 : http://www.seoul.go.kr/story/autum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