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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아 Jul 07. 2021

치매의 진행을 지켜보며

인지기능저하의진행과정


 주간보호시설에서 일하며 가장 섭섭하고 안타까운 일 중 하나는 치매환자의 기능이 점점 나빠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다. 주간보호시설은 경도인지장애나 초기 치매환자부터 중증 치매환자까지 다양한 환자들이 이용한다. 대부분은 신체기능이 양호한 편이기 때문에 종사자들은 치매로 인한 인지기능의 저하를 크게 체감할 수 있다. 작년에는 함께 농담하며 웃고 떠들었는데 언젠가부터 내 농담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친근한 미소만 지을 뿐인 어르신을 보다 보면 어떨 때는 참 마음이 쓰리다. 


 이용자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것은 주간보호시설의 주요한 기능 중 하나이다. 따라서 이용하는 어르신의 어느 기능이 나빠졌는지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단지 인지기능이 나빠졌다기보다는, 어떤 부분이 안 좋아졌는지를 분석하려고 한다. 인지기능의 하위영역은 굉장히 여러 가지가 있지만 현장에서 파악하기 용이하고 의미가 있는 기능이 몇 가지가 있다. 시간지남력, 장소지남력, 사람지남력, 단기 기억력, 판단력, 집중력, 계산력 정도이다. 


  이러한 다양한 하위 차원의 기능들을 별도로 체크해 보아야 한다. 단기 기억력은 좋지만 판단력이 안 좋거나 계산력은 우수하지만 사람지남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즉 각 기능들을 별개로 측정해 보아야 한다. 물론 이 기능들이 완전히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며 하나의 기능이 다른 기능에 어느 정도는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각기 기능을 구분하여 치매환자의 상태를 파악한다면 돌봄에 대해 커다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이전에는 괜찮았던 기능들이라도 시간의 지남에 따라 결과적으로는 점점 나빠진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뇌의 상태를 스위치가 모두 들어와 있는 것이라고 예로 든다면, 하나씩 스위치가 꺼져 가는 것이다. 지난달까지는 집중력이 좋은 편이어서 하나의 주제로 어느 정도 대화가 가능했는데 이번 달부터 동문서답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면 집중력 기능이 많이 저하된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잘 기능하지만 하나의 기능만 극단적으로 저하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계산도 잘하시고 오늘 날짜도 잘 아시는데 갑자기 사람만 다른 사람으로 기억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에 대한 지남력만 저하된 경우에는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를 보고 내 동생이라고 말하거나 다른 어르신을 보고 남편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각 하위 기능 별로 기능 저하가 다르기 때문에 이에 따라 매우 다양한 문제행동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대응 행동도 결정해야 한다. 단기 기억력 저하가 심할 때에는 치매환자에게 거짓말로 행동 수정을 요청하거나 특정한 사람인 것처럼 연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단기 기억력이 좋은 치매환자에게는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신뢰를 잃기 때문에 향후 돌봄에서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기능의 저하가 짧은 시간 안에 급격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정말 하루가 다르게 기능이 저하되는 어르신을 보면 어쩔 때는 무력감마저 느낀다. 며칠 그러다가 다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경우도 있고 영영 다시 회복되지 못하고 더 기능이 저하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에는 병원에 가서 확인을 하고 투약을 바꾸기도 하고 조치를 취하긴 하지만 많은 경우는 큰 차도가 없다. 그저 바라봐야 하고 그에 맞춰서 돌봄을 해드릴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인지기능의 급격한 저하에 대한 체감은 어쩌면 가족보다 종사자들이 더 크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가정에서는 익숙한 환경에서 익숙한 생활을 하기 때문에 인지기능 급격한 저하에도 별로 티가 나지 않기도 한다. 세심한 성격이 아니라면 알아차리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래서 오히려 행동의 변화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가족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길 때도 있다. 


 매일 어떤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을 돌본다고 생각해보자. 당연히 그 사람에게 정이 가고 마음이 쓰이게 된다. 설사 그 사람이 나를 힘들게 하더라도 미운 정이 든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 그 사람 역시 내게 호의를 가지고 대하기 때문에 오히려 애틋하다. 이러한 관계를 맺다 보면 그 사람의 노쇠나 건강의 악화는 매우 상심할만한 일이다. 직업으로 이러한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감정적으로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다. 점점 약해져 가는 어르신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보내며 종사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어르신이 우리를 잊지 않고 기억해 주는 것에 감사하는 일이다. 남아있는 기능을 확인하고 그를 최대한 활용하여 어르신이 더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으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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