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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아 Jul 20. 2021

종사자가 말하는 좋은 요양원 선택법

요양시설 선택

요양시설을 운영하며 듣는 가장 많은 질문 중 하나는 이것이다.



"어떤 요양원이 좋아요? "



 사실 재가복지시설인 방문요양이나 주간보호시설 같은 경우 시설을 옮기는 것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기 때문에 최초 선택할 때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요양원의 경우는 많이 다르다. 따라서 선택에 있어서 많이 고민하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요양시설 종사자로서 요양시설을 고른다면 고려할 것들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한다.



첫째, 자주 찾아갈 수 있는 시설


 개인적으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특정 요양원이 좋다기보다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곳이 좋다는 의미이다. 아무리 좋은 시설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자주 보는 것만 못하다. 어르신들이 가장 행복해하시는 순간은 대부분 가족들이 방문했을 때이다.  그래서 적어도 집에서 3-40분 안에는 갈 수 있는 시설을 선택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집이 가깝거나 직장이 가깝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상관이 없다. 그냥 자신의 상황에 맞추어 가장 자주 갈 수 있는 사람이 가장 가기 편한 장소가 가장 좋은 장소이다.


 자녀들이 전부 다른 지역에 사는 경우가 있어서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엔 가장 자주 찾아뵐 수 있는 자녀가 가기 편한 시설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공평하게 한다고 가운데 지역에 있는 시설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럼 모두가 다 잘 안 찾아뵙게 된다. 그럴 경우는 방문 계획을 세워서 적어도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은 찾아올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일부 요양원에서 이용자들의 방문을 별로 반기지 않는 경우가 있다. 입소 초기에는 적응 등의 이유로 방문을 자제하는 경우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입소 후 3개월이 지나도록 방문하는 데에 계속 눈치를 주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물론, 종사자 입장에서 보호자의 방문은 귀찮기도 하고 신경이 쓰일 수 있다. 하지만 어르신을 기쁘게 하기 위해 자주 방문하는 보호자를 탓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물론, 최근과 같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방문을 자제시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따라서 입소상담 초기에 이 문제에 대해 확실히 확인을 하고 요양원의 약속을 받아 두는 것을 권한다.




둘째,  객관적인 정보의 확인


 서비스 이용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서비스를 찾아서 결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정보 접근성이라고 하는데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이러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 애초부터 장기요양보험제도는 가격이 아닌 서비스의 품질로 여러 요양기관들이 경쟁하기를 기대하며 설계되었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공단에서는 모든 시설을 대상으로 하여 서비스의 품질을 주기적으로 평가한다. 대략 3년가량에 한 번씩 평가하는 데 평가등급은 A, B, C, D, E 등급으로 구분이 된다. A가 가장 좋은 등급이다.


 장기요양 등급을 받게 되면 보호자에게 제도에 대한 교육을 해주는 시간이 있다. 그리고 그 교육과 함께 여러 가지 자료를 주는데 거기에는 해당 거주지 주변에 있는 모든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목록이 있다. 주소와 전화번호는 물론이고 요양시설의 등급까지 있다. 즉, 이 목록을 보면 요양기관의 평가 결과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종사자 입장에서 A등급과 B 등급 정도 되면 잘하고 있는 시설이라고 생각하다. 사실 이러한 평가는 어쩔 수 없이 실제 서비스 질보다는 행정능력과 시스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B이상 되면 기본 이상은 한다는 의미 이기에 꼭 A등급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C 등급이 꼭 잘못하고 있는 시설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C, D등급 정도 되면 그냥 남들 하는 정도 하는 수준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나마 이 평가등급이 현존하는 가장 객관적인 정보라고 생각한다.


 신규 시설의 경우 평가를 아직 받지 않아 등급이 없는 경우들이 있다. 설립된 지 오래되었어도 시설장이 변경되거나 하면서 등급이 없는 경우들도 있다. 그래서 신규시설이라고 하더라도 꼭 새로 생긴 시설이 아닐 수도 있기에 서류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고 한번 방문해서 확인할 것을 권한다. 일부 시설장들의 경우 평가등급에 상당한 불만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평가등급도 제대로 못 받는다는 것은 행정능력이나 전체 운영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셋째, 사람보다는 시스템


 요양시설 운영자 입장에서 사람은 참 믿을 수 없는 존재이다. 사람은 실수도 하고 또 가끔은 아주 나쁜 사람도 있다. 아무리 면접을 열심히 본다고 하더라도 한 두 번 보는 것으로 사람을 가려낼 수 없다. 또한 아무리 교육을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어렵고 실수도 막기 어렵다. 더군다나 요양시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는 사람들이다. 이 분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이미 무리이다.


 사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개인적으로는 요양시설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근무자들은 봉사하는 마음으로 박봉에도 정말 성실히 근무하신다. 또한 개인적으로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는 사람은 애초에 이 일을 할 이유도 없으며 오래 할 수도 없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에 대한 감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들만 잔뜩 모여있는 조직은 정말 잘 굴러갈까? 당연히 아니다. 좋은 사람들만이 모여서 바보 같은 결정을 할 수 도 있고 좋은 사람들이라고 실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모든 조직에는 조직원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는 당연히 그 서비스를 어떤 사람이 하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에만 의존하는 것은 분명한 한계를 가진다. 사람은 실수를 한다. 따라서 사람을 보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즉, 우리는 좋은 직원들만 있어요 보다는 직원들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이 있어요 라고 말하는 시설이 믿음직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사람을 관리하는 거나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거나 마찬가지로 '시스템'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행정업무 등을 잘 처리하는 시스템을 갖춘 시설은 당연히 인력을 관리하는 시스템도 잘 갖추었을 확률이 높다. 좋은 시설이란 이러한 시스템을 잘 갖춘 시설이다. 조직원들을 교육하고, 감시하며, 문제가 생겼을 때 원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설이 좋은 시설이라는 의미이다. 그런 시설에서는 실수할 확률이 낮고 문제가 생길 확률도 낮다.  



넷째, 새로운 시도와 이벤트


 요양원은 지루한 시설이다. 안타깝게도 요양원에서 어르신의 건강 증진을 위해서 특별히 어떠한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물론 대부분의 요양원에서는 어르신들 돌봄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활동을 실시한다. 우리가 흔히 레크리에이션이라고 부르는 활동과 유사한 활동이다. 이러한 활동은 사실 요양원의 자율이기 때문에 특별한 어떤 규정이 있는 것이 아니다. 온전히 요양원, 혹은 시설장의 의지에 달려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많은 요양원이 당연히 더 좋은 요양원이다. 이러한 활동들을 새로 기획하는 것은 사실 귀찮은 일이고, 크게 티도 안나는 경우가 많다. 요양원 수입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중간관리자 입장에서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가 있다. 건강보험공단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관심을 갖고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기 위해 급여제공 우수사례 공모 등을 통해 우수한 프로그램들을 발굴하고 홍보한다.(장기요양보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인센티브가 크지 않기에 미흡한 수준이다. 요약하자면 어르신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요양원 입장에서는 큰 이득이 없는 게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자주 시도한다면 더 좋은 요양원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요양원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을 하고 있기에 그 차이를 확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시설 종사사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1일 1회 이상 프로그램을 하는지, 외부 강사는 몇 명이 오는지(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안 오는 것이 맞다), 아주 짧게라도 1대 1 프로그램이 있는지 등을 확인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또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계속 시도하는지 자주 이벤트 등을 기획하는지 등도 확인해 보면 좋을 것이다.



요양원에 대한 선택은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신중하게!


 요양원은 살기 위해 입소하는 시설이다. 한번 입소하면 바꾸는 데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입소시설을 옮기게 되면 무엇보다 어르신의 스트레스가 심하고 치매가 심해지기도 한다. 따라서 처음 선택할 때 여러 시설을 둘러볼 것을 권한다. 급하게 결정하면 문제가 생기기 쉽다. 좋은 시설은 오랫동안 대기해야 하기도 한다. 무조건 대기자가 많은 시설이 항상 좋은 시설은 아니다. 앞서 말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보호자가 얼마나 자주 찾아갈 수 있느냐이다. 다른 것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우리 집 앞에 있는 요양원이 가장 좋은 요양원일 수도 있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집이 다르듯 요양원 역시 사람마다 적합한 요양원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하고 선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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