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아 Aug 20. 2021

어르신이 말했다: 나, 집에 가야 돼

치매 문제 행동 대응 : 배회

치매환자와 함께 살아가기 - 배회 행동에 대응


 여러 가지 치매 문제행동 중 시설에서 대응하기가 가장 어려운 문제행동 중에 하나는 바로 배회이다. 여기서 말하는 배회는 계속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행동을 통칭하고자 한다. 사전적 의미의 단순히 돌아다는 것뿐만 아니라 무조건 문 밖으로 나가려고 하거나, 어딘가로 찾아가야 하거나, 누군가를 찾아가야 한다고 하는 행동을 모두 포함한다. 일반적으로 배회라고 한다면 실내를 어슬렁거리는 것을 떠올릴 수 있나 사실, 실내를 어슬렁거리면서 돌아다니는 것은 문제행동으로 조차 포함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치매환자를 많이 돌보는 사람에게 배회 문제행동에 대해 설명하라고 한다면 대부분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행동을 의미한다고 설명할 것이다.


 이 배회가 왜 대응하기 어렵냐면 그 요청을 들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치매환자가 무언가를 요청하는 경우 생각보다 대부분은 그 요청을 들어줄 수 있는 경우들이 많다. 무언가를 잊어버렸다고 한다면 같이 찾아보면 되는 것이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해달라고 한다면 전화를 거는척하며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하면 된다. 누군가를 험담한다면 같이 공감하며 들어주면 되고 음식을 계속 달라고 하는 행동에도 아주 조금씩 계속 드리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밖으로 나가자고 하는 요청만큼은 참 들어주기가 어렵다. 이는 가정뿐만 아니라 시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일단 시설 외부는 위험한 공간이고 사고 시 책임 소재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함부로 밖으로 모시고 나가기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직원 1명이 치매환자를 1대 1로 돌봐야 한다는 것인데 시설은 그렇게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 그 치매환자를 돌보느라 다른 치매환자를 돌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시설 외부로 나가고 싶다는 요청만큼은 어떻게 하기가 어렵다. 시설에서 할 수 있는 말은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혹은 조금 있다가 같이 가요.라고 하는 방법밖에 없다.


 더군다나 시설을 나가겠다고 하는 경우는 대부분 무엇인가에 화가 나 있거나 마음에 들지 않아서 여기를 떠나고 싶다는 의사표현이기 때문에 다른 대안을 제시하기도 어렵다. 그렇게 계속 나가는 것에 대해 거부하다 보면 치매환자는 당연히 본인이 감금되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 공격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고 어떠한 설득이나 설명도 통하지 않는 상태가 되어 버릴 수 있다. 그래서 결국 치매환자는 욕설을 하거나, 직원에게 물리적 폭력을 사용하기도 하며, 집기를 파손하거나 집어던지기도 한다. 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다 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따라서 배회의 문제가 있는 경우 이렇게 감정상태가 격해지기 전에 대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에서는 대부분 이렇게 격해지기 전에 함께 가보자고 나가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어딘가를 찾아 나서면 돌아다니는 시간은 그 노인의 체력이 다하는 순간까지 인 경우가 많다. 치매노인이 지쳐서 더 이상 걷지 못할 때까지 걷다가 결국 포기하고 돌아오는 것이다. 주말마다 이렇게 운동 겸, 산책 겸 함께 걸어보는 사례도 있었다. 물론, 일부는 산책을 한 바퀴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져서 기분 좋게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가정에서는 시간이 가능하다면 한 번쯤 같이 산책을 나갔다 오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배회가 가장 문제가 되는 경우는 혼자 사시거나, 혼자 계시는 시간이 많은 경우이다. 이 경우는 바로 실종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치매노인에게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사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갑자기 어느 날 일어나서 여기가 어디지? 집으로 가야겠다.라고 하시며 문 밖을 나서는 것이다. 장소에 대한 지남력, 시간에 대한 지남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지금이 아침이라 어두컴컴한 건지 저녁이라 어두컴컴한 건지 확인도 안 되고, 여기가 서울인지 고향집 인지도 알 수 없다. 그냥 비슷해 보이는 골목을 찾아서 걷는 것이다. 저기 저 골목만 지나면 아는 길이 나올 것 같아. 배회하는 치매노인이 매우 자주 하는 말이다.


 이 실종을 예방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선택으로 문을 밖에서 잠그는 경우들이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집안에 '가두는' 것이다. 당연히 노인학대 행위에 해당할 뿐 아니라 화재 등 불의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탈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가능한 방법은 집안 현관에 CCTV를 달아서 관찰하거나, 문이 열리면 가족에게 알람 문자가 가는 시스템을 해두기도 하며, GPS가 달린 배회 감지기를 팔에 달아 드리는 방법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임시적인 조치이다. 따라서 되도록 장기요양기관을 이용하는 것이 좋고, 치매노인이 혼자 있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배회의 문제는 습관적으로 나가려고 하는 경우도 있으며 그런 행동이 없다가 갑자기 생기는 경우도 있다.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때까지 걷는 분부터 잠깐만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경우까지, 사람마다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다, 라는 방법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자주 나가려고 한다면 그 원인을 추측해 볼 수는 있다. 답답해서 나가려고 하는 경우, 누군가 만나고 싶어서 나가려고 하는 경우, 그냥 불안감이 때문에 나가려고 하는 경우, 분노나 불편한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나가려고 하는 경우, 환청이나 환시로 인한 경우 등이 있다. 이 원인을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나씩 그 원인을 추측해 보고 그 원인을 제거해보는 방식으로 왜 그런 행동을 보이는지 찾아야 한다.


 여러 가지 원인으로 추측되는 문제들을 제거하다 보면 갑자기 어느 날 배회가 사라지거나 그 행동을 보였을 때 대응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자녀와 통화하거나 자녀가 나오는 영상을 보면 집에 가려는 행동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고 나면 나가자고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 개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서 고민해보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끝으로 방법이 없다고 수면제나 안정제를 과다하게 처방하는 것을 고려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보호자의 영역이 아닌 의사의 영역이므로 보호자 입장에서 이를 고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배회 역시 완화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행동의 하나일 뿐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그 환자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에 집중해 보기를 권한다. 그래서 치매환자를 돌보기 어려운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