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아 Jul 31. 2021

80대의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예전에 어딘가에서 노인이 되면 비참해지니 노인이 되기 전에 한 50살까지만 살고 죽어버리겠다고 말하는 철없는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본 것 같다. 아마도 노인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고 나는 저렇게 되는 것이 죽어도 싫다, 라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어떻게 늙을 것인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 보지 않는 것 같다. 어쩌면 늙는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내일 당장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잊고 사는 것처럼, 내가 계속 젊을 수 없다는 것도 잊고 사는 것 같다.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는 데에 동의할 것이다. 그 증거는 아이들에게 자주 묻는 질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어른인 당신이 잘 모르는 아이와 대화를 하면 불과 몇 분 이내에 이렇게 물을 것이다. 넌 꿈이 뭐니? 그리고 아이들이 말하는 꿈은 대게 2-30대 의 자신이 가지고 싶은 직업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미래에 대해 물어봄으로 아이의 선호나 생각을 파악하려 하거나 혹은 교훈을 주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질문은 30대가 넘어간 사람에게는 잘하지 않는다. 어쩐지 30대가 넘어가면서부터는 난 무엇이 되고 싶다고 하면 허황되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그때부터 꿈은 내 집 마련이나 승진, 높은 수익 등 점차 현실적으로 바뀌어 간다. 혹은 내 아이들의 꿈이 내 꿈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거기서 더 나이가 들면, 장래희망이나 꿈 이런 단어는 이제 나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내 삶이 더 이상 바뀌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4-50대에 꿈을 갖는 것은 정말 너무 늦었을까? 사실 나이 40은 인생을 반 밖에 살지 않은 것이고, 50도 고작 절반을 막 넘어섰을 뿐이다. 심지어 성장기간을 제외한 인생으로 보면 아직 인생의 전반부에 속한다. 아직도 30년, 40년의 인생이 남아있다. 벌써부터 자신의 인생이 이제 더 이상 바뀔 수 없다고 단정 짓는 것은 너무 이르지 않을까? 


 게다가 건강관리만 잘한다면 요즘의 4-50대는 사실 청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전성기를 보내는 나이이다. 신체적 능력이야 2-30대보다 못할 수 있지만 우수한 신체능력은 현대사회의 대부분의 분야에서 그 효과가 적다. 그동안 배운 경험과 지식, 인맥 등의 자원이 현대사회에서는 중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가장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나이가 4-50대이다. 내가 그 나이가 되었는데 아직도 그런 전성기를 보내지 못했다고 해도 좌절할 것은 전혀 없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남은 삶은 아직 3-40년이나 되고 건강을 고려하더라도 20년은 더 남았다.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여정이다. 결국 어딘가 끝을 향해 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인생의 끝이 당신은 어떤 모습이기를 원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80대의 나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점은 대략 50대 언저리인 것 같다. 퇴직을 걱정하면서, 그리고 계속 건강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대부분은 그때까지 내가 지금의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 염려하는 것 같다. 그러다가 80대까지(혹은 죽기 직전까지) 계속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조금 긍정적으로 본다면 죽을 때까지 사회에 의미 있는 구성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다. 반대로 조금 부정적으로 본다면, 소득이 없는 삶에 대한 불안이 반영된 것이다. 단지 삶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계속 일을 하고 싶은 것이라면 조금은 안타깝다고 말하고 싶다. 당신이 80대의 삶을 떠올렸을 때 걱정과 불안감이 먼저 떠오른 다면 당신은 그동안의 인생을 걱정과 불안 가운데 살았을 확률이 높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당신이 50대라면 20년 뒤, 30년 뒤 내가 가난하면 어떡하지 라고 걱정하는 것은 지나친 걱정이다. 초등학생인 자녀가 자신이 크면 서울에 집을 갖기도 어려울 것이고 공부도 잘하지 못해서 좋은 학교에도 못 갈 거니까 20년 뒤인 자신의 30대에 굉장히 불행해질 거야,라고 말한다고 생각해 보자. 당신은 무엇이라고 충고할 것인가? 그리고 그 충고가 당신 스스로에게 할 수 있는 충고는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는가? 물론 아이들은 성장하고 발전 가능성이 있으며 기회가 있으니 다르다고 이야기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당신은 그동안 살아온 경험과 배운 지식이 있지 않은가? 그럼 아이들보다는 조금 더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꿈을 꿀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당장 암담한 현실이 눈앞에 있을 수 있다. 정기적인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이야기는 사치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은퇴 이후의 경제적 상황에 대해 외면하라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당연히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단지 청년의 삶이 그렇듯 노인의 삶 역시 경제적인 부분에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80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경제적인 요인 외에도 많이 있고 그에 대해 대비하고 생각해 보아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미래를 대비하며 살아간다. 미래의 더 좋은 삶을 위해서 현재를 희생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그 미래의 끝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는 것은 차라리 놀랍다. 사람들은 80대의 내 모습에 대해 더 깊이 상상해 보지 않는다.


 최근에 알게 된 사실 중 하나인데 대부분의 사람은 80세가 된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모른다. 아니라고? 부모를 제외하고 당신이 대화해 본 80대가 몇 명이나 되는가? 노인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부모를 제외하고는 80대 노인을 만나본 경험이 별로 없다. 게다가 부모의 경우 그 삶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저렇게 되고 싶지 않다, 혹은  나와 우리 부모님은 다르다는 수준으로 80대의 삶을 상상하는 것이다. 80대를 만나본 적도 없기에 그 들이 어떻게 사는지도 잘 모른다. 물론 지금의 80대와 20년 뒤 80대는 굉장히 다른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들 때문에 80대의 삶에 대해 잘 상상하기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정말로 진지하게 80세의 나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80대의 나는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하고, 어떤 것에 기뻐할까. 80대의 내게 진짜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물론 돈이 있으면 필요한 대부분의 것은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꼭 돈이 없어도 '지금'부터 신경 쓴다면 가질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예를 들자면 친밀한 가족관계, 긍정적인 대화기술 같은 것들 말이다. 80대의 내 모습을 꿈꾸는 것은 그러한 '지금'부터 신경 쓴다면 가질 수 있는 것들을 갖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다. 오히려 80대의 내 모습을 꿈꾸지 않는 것이 참 이상한 일이다.


 그리고  긴 인생을 두고 보면 여러 가치들 중에서 더 중요한 것들을 더 쉽게 골라낼 수 있게 된다. 만일 당신이 어떤 중요한 결정을 한다고 했을 때 이렇게 생각해 보자. 80대의 내가 지금 돌아봤을 때 어떤 결정이 더 잘한 결정이라고 말하겠는가,라고 말이다. 어렸을 때 우리가 3-40대의 내 모습을 꿈꾸며 살았던 것처럼 80대의 내 모습을 꿈꾸며 살아보자. 분명히 어렸을 때와는 다르겠지만 더 의미 있는 꿈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노인은 YOLO의 삶을 살아야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