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라는 노래가 있다.
2015년에 나온 서유석 님의 노래이다. 노래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데 가사를 잠시 소개해 보면 아래와 같다.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 / 서유석
1. 삼십 년을 일하다가 직장에서 튕겨 나와 길거리로 내몰렸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백수라 부르지
월요일엔 등산가고 화용일엔 기원 가고 수요일엔 당구장에서
주말엔 결혼식장 밤에는 상갓집
2. 세상 나이 구십 살에 돋보기도 안 쓰고 보청기도 안 낀다
틀니도 하나 없이 생고기를 씹는다
누가 내게 지팡이를 손에 쥐게 해서
늙은이 노릇하게 했는가
세상은 삽 십 년 간 나를 속였다
3. 마누라가 말리고 자식들이 뭐라 해도 나는 할 거야
컴퓨터를 배우고 인터넷을 할 거야
서양말도 배우고 중국말도 배우고 아랍 말도 배워서
이 넓은 세상 구경 떠나볼 거야
4. 이 세상에 태어나서 아비 되고 할배 되는 아름다운 시간도
너무나 너무나 소중했던 시간들
먼저 가신 아버님과 스승님의 말씀이 새롭게 들린다
인생이 끝나는 것은 포기할 때 끝장이다
**너~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
노인 주간보호센터에서 일한다는 것은 웬만한 트롯 노래를 다 들어본다는 의미이다. 많은 노래들 중에서 유난히 가사가 마음에 와닿았던 노래이다. 우리 어르신들이 세상을 살면서 가져야 할 마음 가짐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이 삶이 최근에 들었던 어떤 삶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 봤다.
YOLO. You Only Live Once.
혹자는 젊은이들에게서 유행했던 YOLO를 노인의 삶에 비교한다는 것에 괴리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인이 선택해야 하는 삶의 가치관은 YOLO와 많은 부분에서 닮아 있다. YOLO의 삶이란 미래를 대비하여 경제적 자원을 축적하기보다는 당장의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취미나 자기 계발 등에 투자하는 소비지향의 라이프 스타일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노인들은 대체로 미래를 위한 경제적 자원을 축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더군다나 노인의 미래는 어찌 보면 젊은이들보다 훨씬 더 불확실하다. 그야말로 언제 죽을지 알 수 없고 당연히 젊은이보다 그 확률이 훨씬 높다.
결국 노인들은 미래를 대비하기보다는 당장의 삶의 질에 집중해야 한다. 젊은이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자기 계발이 가지는 의미 일 것이다. 노인들의 자기 계발은 젊은이들의 그것보다 더 순수할 수밖에 없다. 자기 계발의 결과로 실제적으로 발전을 이루는 것 보다도 자기 계발을 하는 그 활동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는 경우도 많이 있다. 자기 계발의 활동이 실질적으로 큰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렇다. 아무리 노력해도 젊은 사람들보다 성과가 나지 않거나 별 차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늙는다는 사실 몸이 아니라 마음에 문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마흔만 되어도 벌써 몸이 예전 같지 않고 관리를 해야 한다. 관리하지 않으면 금방 병원 신세를 지는 것은 마흔이나 여든이나 같다. 마음만 젊게 유지한다면 청년처럼은 아니지만 적어도 중년의 삶은 살 수 있지 않을까? 60이면 예전에는 노인으로 분류되었지만 지금 60대는 사실 중년처럼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것을 보면 결국은 마음가짐의 문제라는 가설이 더욱 믿을만하게 느껴진다.
YOLO를 한다는 젊은이들을 보면 사실 조금은 불안하다.
하지만 노인이 YOLO를 한다면 정말 마음 편하게 박수치며 환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