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가는 친구에 대한 새로운 관점
요양원에서 오래 일하며 문득 떠오른 것이 있다.
요양원에 친구나 지인이 찾아오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방문객은 가족이다.
우리는 가족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그 외의 다른 인간관계에도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어떨 때는 가족보다 더 중요한 관계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인데 정작 내가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 찾아오지 않는다니 한편으로는 서글프다. 물론 아무래도 노인들이기 때문에 친구 역시 고령일 것이고 찾아오기 힘든 상황일 확률이 높다. 혹은 먼저 사망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오랜 시간 사회생활을 하며, 사람을 사귀고 또 만났을 텐데 찾아오는 사람이 가족밖에 없다니 정말 의외이다.
어떤 때는 요양원 입소하고도 십수 년 이상 살아가기도 한다. 그런데 찾아오는 사람이 없으면 참 외로울 것 같다. 요양원에서 또 다른 친구를 사귈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요양원 입소는 어쩔 수 없이 주도적인 사회활동의 종말을 의미한다. 요양원에 입소하고도 사회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 만한 사람이라면 아마 애초에 요양원이 아니라 개인 입주 간병이나 병원의 개인 VIP실을 이용할 것 같다. 그 정도라면 엄청난 부자이거나 권력자 일 테니까 어쨌거나 일반적인 사람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아마 입소와 함께 모든 사회적 관계가 단절될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적인 영향력도 없고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을 일부러 시간 내서 찾아갈 이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대부분의 경우는 그 사람의 존재 자체가 내게 큰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아닐까? 그냥 내가 지금 현재 이렇게 나로 있을 수 있게 된 것에 영향을 많이 미친 사람 말이다. 혹은, 그 사람이랑 있으면 즐겁고 재미있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요양원 입소 후에도 가족 외에 다른 사람이 찾아오는 사람은 정말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 인간관계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나는 그럴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나?
평생을 갈 것 같은 친구 녀석들을 떠올려 보았다.
이 놈들은 내가 80쯤 먹고 요양원에 있을 때에도 나를 보러 와줄까?
아니 그보다 먼저, 그때가 되어도 만나고 싶을까?
만나면 정말 즐거울까?
내 친구들은 그럴 거라고 말하고 싶다. 아직은 말이다.
아마도 이 놈들은 내가 요양원에 있는 것을 놀려 먹기 위해서라도 놀러 올 것 같다. 서로 가족이 다 알게 될 테니까 겸사겸사 오지 않을까. 혹은 옆 침대로 같이 입소해서 죽을 때까지 낄낄 거릴 수 있지 않을까. 나름 흥미진진한 상상을 하게 되는 것을 봐서 나름은 자신이 있다. 뭐, 아직 먼 이야기니까 그때 가봐야 아는 것이겠지만.
다 늙어서 80이 되어도 서로 늙었다고 구박을 줄 수 있는 친구를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큰 행복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문해보자.
나는 내가 요양원에 입소했을 때에도 찾아올 친구를 가지고 있는가?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