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아 Sep 01. 2021

요양원에서 발생하는 노인학대사건에 대하여


요양시설 내에서 발생한 학대 행위에 대한 뉴스를 보았다. 


 장기요양기관에서 근무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매우 씁쓸한 뉴스였다. 마치 내가 죄를 지은 것처럼 마음이 불편하고, 한편으로는 나의 노력이 평가절하되는 것 같아 억울하기도 했다. 그리고 스스로를 다시 한번 돌아보기도 했다. 나는, 우리 시설은 정말 잘하고 있나?


 노인 학대는 아동학대처럼 물론 시설보다는 가정에서 월등히 많이 발생한다. 뉴스에서 노인학대 사례를 보고 있으면 많은 요양원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뉴스에서 나오는 충격적인 사건을 실제로 경험하는 경우가 매우 드문 것과 비슷하다. 요양원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이러한 뉴스들이 나오면 더욱 크게 반응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럼 그렇지, 그럴 줄 알았어.' 하고 말이다. 


그리고 결심한다. '나는, 우리 부모님은 절대 요양원에 보내지 말아야지. '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다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보내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러나 요양원은 이러한 뉴스가 보도되면 유독 이러한 경향이 강한 것 같다. 좋은 요양원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게 억울할 수가 없다. 


 요양시설을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서 그러한 학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본다면 다른 사람들과 같다. 당연히 그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돼며, 그런 시설에 대해서는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시설이 그런 것은 아니니 모든 요양시설이 문제 있다고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덧붙이고 싶다. 


 요양시설 내의 노인학대를 예방하는 시스템은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요양시설 운영자의 양심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처벌하는 방식으로만 작동하는 것도 아니다. 노인학대 예방을 적극적으로 감시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이러한 감시 시스템에 대해 대략적으로 설명해 보고자 한다. 


 제일 먼저 내부자의 고발이다. 실제로 많은 요양시설의 비리는 내부자의 고발에 의해서 밝혀진다. 요양시설의 경우 종사자가 상당히 많고 그 대부분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종사자 입장에서 요양시설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데 이를 감싸 줄 이유가 별로 없다. 특히 신고에 대한 포상제도가 잘 되어 있고 신고자에 대한 신변보호도 비교적 잘되어 있기 때문에 고발했을 경우에 대한 불이익이 별로 크지 않다. 게다가 종사자의 이직률도 상당히 높기 때문에 만일 노인학대가 시스템적으로 발생한다면 내부자의 고발에 의해 금방 그 문제가 드러나게 된다. 요양시설에서 비리를 저지르고 이를 입막음하기 위해서 뇌물을 준다던가 하는 일은 요양원의 예산과 종사자의 수 등을 생각했을 때 발생하기 어렵다. 


 둘째로 요양시설을 감시하는 주체가 현장을 자주 방문한다. 최근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어쩔 수 없이 방문이 줄긴 했지만 건강보험공단의 직원이나 구청의 직원이 자주 시설을 방문한다. 입소시설의 경우 등급판정을 다시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방문해서 판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주 방문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평가 등 여러가지 이유로 요원들이 방문하여 요양시설 내부를 확인한다. 구청에서는 안전점검 등의 이유로 연 2회는 반드시 방문하게 되어 있고 그 경우 외에도 주기적으로 방문한다. 병원이나 다른 어린이 보호시설보다 훨씬 더 많이 공무원들이 방문하여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셋째로 외부 방문객들의 고발이다. 요양시설에는 아동시설보다 더 많은 외부인이 방문한다. 이 역시 코로나 사태 이후 많이 줄었지만 요양시설의 노인학대를 막는 시스템 중에 하나이다.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이나 요양보호사 실습생, 사회복지사 실습생,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 사회복무요원 등 요양시설의 직접 고용인력이 아닌 인력들이 요양시설에는 많이 방문하고 있다. 이들은 요양시설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에 고발에 있어서 더 자유로울 뿐 아니라 요양시설이 마음대로 통제할 수도 없다. 노인학대가 일어났는데 이들 모두의 눈을 가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끝으로 시설을 운영자 입장에서는 요양원 운영의 가장 큰 위험요인인 노인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많은 모니터링을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요양보호사 개인의 문제로 노인학대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운영자 입장에서는 운영을 중지해야 할 만큼의 큰 위험요인이다. 그래서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운영자는 자기의 재산을 전부 다 넣어서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쉽게 이야기해 망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를 필사적으로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양심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 노인학대를 예방하고 있다고도 설명할 수 있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노인학대 행위자를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노인학대 행위가 요양시설에서 일어난다고 해서 모든 요양시설에서 그런 행위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꼭 알아주었으면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