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아 Nov 14. 2021

내 돈을 투자해서 설립한 요양원이 공공기관이라고요?

장기요양기관의 공공성


 위와 유사한 질문이 있다. 


 개인이 투자해서 설립한 병원은 공공기관이 아닌가요?


 요양기관에 대해선 쉽게 대답하더라도 병원에 대해서는 멈칫하는 경우들이 있을 것이다. 사실 요양기관보다 병원이 조금 더 익숙하기에 병원과 비교해 보면 문제를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내 병원은 국가에서 직접 운영하지 않고 의사가 개인의 재산을 투자하여 운영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병원이 의사 개인의 '영업장'이라고 이야기한다면 무언가 찜찜한 점이 있을 것이다. 아마 '영업장'이라는 단어가 그럴 것이다. 병원을 '영업장'이라고 부르면 뭔가 이상하다. 


 요양원도 유사하다. 모든 노인장기요양기관은 시군구에 등록해야 하고 건강보험 공단으로부터 이용자 돌봄에 따른 '보조금'을 받는다. 이 '보조금'이라는 단어에서 여러 가지 오해가 발생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보조금은 이용자들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이지, 기관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이 아니다. 기관은 어르신을 돌본 것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이다. 그 '대가'를 이용자가 아니라 '장기요양보험'에서 충당해 주는 것이다. 다시 병원과 비교해서 설명해 보면, 병원에서 건강보험의 혜택을 보는 것과 동일한 개념이다. 따라서 노인장기요양기관은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기관은 아니다. 물론 장기요양보험 재정에는 국고 보조금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기관이 제공한 서비스의 대가를 받는다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국가로부터 지원받는다고 볼 수 없다. 


 물론 정부 예산으로 설립한 요양기관도 있기는 하나 요양기관의 경우 개인 시설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 개인 시설이란 개인이 자신의 재산을 투자하여 설립하고, 무상으로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시설에서 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를 받는 것이다. 개인의 재산을 투입하여 설립하고, 정부로 부터 별도로 지원받는 것이 없다면, 일반 네일아트나 미용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사업과 다를 바가 없는 것 아닐까? 그런데 왜 개인 사업장이 아닐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병원과 요양기관이 가진 '공공성'에 있다. 건강, 생명 등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은 단순히 시장의 원리로만 움직여서는 안 된다. 개인들이 열심히 영리 추구를 하게 될 경우 여러 가지 윤리적인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사업들에 우리는 공공성을 요구한다. 게다가 그런 종류의 서비스들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반드시 제공되어야 하는 서비스이다. 이러한 기본권과 관련된 서비스를 영리적으로만 접근하면 당연히 사회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사람이 다치면 일단 살리고 봐야 하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치료를 하지 않는 사회를 우리는 좋은 사회라고 하지 않는다. 사람의 생명과 안전의 가치는 영리 추구보다 더 우선시 되어야 한다. 우리가 찜찜해하는 근본적인 부분은 이와 관련이 있다.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경우들이 있지만, 만일 당신이 정말 선의로 아동, 장애인, 노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어떤 시설을 설립해서 정부의 지원을 한 푼도 받지 않고 당신의 재산만으로 운영한다고 가정을 해보자. 이 경우 당신은 시설을 설립했다는 사실을 정부에 등록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내 집에서 내가 선의로 사람을 돕는다면 등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니다. 이런 '일'을 하려면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사회복지법에 의해 처벌을 받는다. 놀랍게도 그렇다. 다른 개인사업이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사업자번호를 받거나, 세금 신고 등을 위한 필요에 의해 사업자 등록을 하게 했다면 사회복지사업 신고에는 약간 다른 목적이 더 있다. 바로 '감시'의 목적이다. 취약계층은, 그야말로 취약하기에 취약계층이다. 어떤 나쁜 사람이 이러한 취약계층을 돕는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착취하거나 괴로움을 줄 수 있다. 취약계층은 쉽게 범죄의 대상이 되며 다른 사람의 도움을 얻기도 쉽지 않다. 당신이 정말 선의로 시설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당신의 신념이 바뀌거나 잘못되어 그 시설 내에서 학대를 할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래서 그런 '일'을 하면 반드시 신고하게 하고 정말로 그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일을 하는지 시군구에서 감시를 한다. 


 사실 이러한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의 개념에 대한 정의는 학문의 분야마다, 학자마다 다르며, 범위 자체가 모호하다. 그래서 규제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보다 상식에서 이해하기 쉬운 접근이다. 즉, 공공기관인지 여부를 묻는 다면, 소유권적인 측면에서 개인이 설립한 요양기관은 당연히 공공기관이 아니다. 하지만 그 기능의 측면에서는 공공기관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휴가를 더 줬다고 처벌하는 건 너무하지 않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