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좋아지는 와중에 반복되는 증상
요즘에 다시 아침에 가슴이 두근대는 증상이 발현됐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화가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빈도가 높아진다. 확실히 우울함의 강도는 많이 줄어들었긴 하다. 예전처럼 죽고 싶다는 생각은 아예 안 하게 되었고 명치가 답답한 증상도 많이 줄었다. 하지만 완벽하게 나았다고 하기에는 요즘 다시 우울증 증상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우울증이 좋아지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그림으로 표현해 보았는데 순전히 내가 느끼고 생각한 것이라 과학적인 증명은 없다. 그러나 내가 느낀 그대로 그려보았다. 한창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혼란한 나날들을 보냈을 때의 나의 감정의 우물은 짙은 파란색 물로 가득 차 찰랑찰랑거렸다. 속이 거의 비치지 않는 흑빛의 물이 거의 우물 밖으로 넘쳐흐를 듯 아슬아슬한 모습이었다. 그것이 지금은 조금씩 휘발되어 어느새 우물의 반 정도까지 남았다. 내 감정을 깊게 파헤쳐보고 나 자신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는 동안 많은 우울한 감정들이 휘발되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빨간색 치명적인 어떠한 스파크가 있다. 그 스파크는 내가 심하게 치욕감을 느꼈다거나 깊은 좌절감, 자괴감 등을 느꼈던 감정이다. 이것은 휘발되기에는 너무 강력해서 물 위에 둥둥 떠 다닌다. 이것을 없애려면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내가 우울증과 행복에 관한 책을 읽고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다. 내가 쓴 글을 읽고 또 읽다 보면 둥둥 떠 다니는 치명적인 감정들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지만 그 치명도에 따라서 시간이 필요한 것들이 있다. 이러한 것들이 아직까지도 내가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어제는 또 누군가가 무심코 한 말에 내가 무시를 당한다는 기분을 느껴 크게 분개하는 사건이 있었다. 나는 다시 내 브런치에서 웃따님의 책을 읽고 쓴 글 1편의 <누군가가 나를 무시한다는 느낌이 들 때> 부분을 읽고 또 읽었다. 내가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 바로 이 ’나를 무시한다는 느낌‘이다. 도대체 왜 어떤 부분에서 내가 이 감정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며 이토록 분개하며 화를 내는지에 대한 자아성찰이 또다시 필요한 부분이다. 참으로 어렵고도 지난한 과정이다. 언제쯤 완벽하게 좋아질 수 있을까 아득히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다. 내가 이 과정을 통해 인격적으로 많이 성장한 것은 사실이며 앞으로 올 매일의 행복을 위해 응당 내가 넘어야 할 골짜기 같은 것이다. 이전 같았으면 약을 먹어버리고 말았을 일인데 이렇게 나를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또한 큰 성장이다.
아직 완벽히 좋아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증상은 앞으로도 몇 번이고 계속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마다 이렇게 객관적으로 나의 감정을 관찰하고 이겨낼 수 있는 원천적인 힘은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깊은 감정의 우물 안의 짙은 파란색 물이 모두 증발되고 없어져 투명하고 맑은 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날도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