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철학자가 논하는 행복이란(1)

김형석 선생님의 <100세 철학자의 행복론>

by 도은

올해 105세의 김형석 선생님. 몇 년 전 한 다큐멘터리에서 처음으로 뵈었다. 100세가 넘으신 나이에도 꼿꼿하신 모습과 또렷하게 말씀을 하시는 모습에 놀랐었다. 100세가 넘은 이 철학자는 어떠한 신념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오셨는지 궁금하여 책을 읽어보기도 하고 유튜브로 강연을 따로 찾아보기도 했다. 단순히 오래 사셨다는 이유만이 아닌 자신만의 뿌리 깊은 철학이 땅에 박혀 굳건히 100년을 살아오신 것 같아서 그분의 삶이 궁금했다. 그리고 나도 그런 점을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김형석 선생님의 책은 정말 읽기 쉽게 쓰여있다. 오랜 기간 교육자로 계셔서인지 청자에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많이 쓰셔서일 수도 있고 독자들을 일부러 배려하셔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신경 쓰신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독자로서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 술술 다음장으로 넘어가서 참 부담이 없다.


<100세 철학자의 행복론>은 김형석 선생님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겪으셨던 다양한 경험들과 본인이 생각하시는 행복에 대한 철학이 잘 버무려져 있는 책이다. 1920년 평양에서 태어나셔서 일제강점기를 겪으셨고 성인이 되어서는 교사를 하시다가 해방 이후에는 남한에서 연세대 철학과 교수 생활을 하셨다. 역사책에서나 보았을 법한 내가 태어나기 전의 일을 김형석 선생님의 강연이나 책을 읽으면 그 시절 이야기가 정말 생생하게 전달이 되어 간접 경험을 톡톡히 할 수 있다. 그런 점이 이 책의 한 가지 재미있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책 표지의 누구보다 환하게 웃으시는 선생님을 보면서 ‘아 선생님은 정말 행복하신 분이구나’라고 느꼈다. 일전에 읽었던 김주환 교수님의 <회복탄력성>에서 보았던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의 미소 그 자체였다. 인위적이지 않고 눈과 입가가 한껏 늘어난 웃음은 보는 사람도 행복해진다. 선생님이 '나는 행복하니 여러분도 행복하세요'라고 말씀하시는 목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오는 듯하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사랑입니다.

사랑은 정의보다 강하며, 정의를 완성시키는 가치가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랑’은 어떠한 가치보다 우위에 있으며 사랑이 있기에 세상은 아름답다. 사랑은 온 우주의 첫 번째 가치이다. 이 점은 불변이다. 사랑이 없다면 우리의 인생은 구렁텅이 그 자체일 것이다. 사랑하는 우리 가족과 이웃을 위해 베풀며 살아가야 그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사랑은 행복의 근원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을 생각해 봤을 때 엄청난 위기에 다다른 것 같다. 사랑이라는 가치가 없고 오로지 물질만 좇는 모습이 역력하다. 왜 대한민국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어디서 잘못됐는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정신적인 가치는 배척당하고 물질적인 가치만 숭배한다. 이런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절대 행복할 수 없다. 물질적인 가치는 채워도 채워도 부족하고 숭배하면 할수록 정신이 피폐해진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사람이 행복해지려면 정신적인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깊은 우울증에 갇혀 삶이 실의에 빠졌을 때 찾은 해답이었다. 정신적인 가치만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이고 그중 최고는 단연 '사랑'이다.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은 '사랑'이 결여된 사회에 살고 있다. 인터넷의 다양한 매체에서는 오로지 '돈'을 어떻게 하면 많이 빠르게 벌지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사람들은 그것에 열광한다. 청년들은 연애도 결혼도 하지 않는다. 그놈의 돈이 없기 때문이란다. 누가 대한민국을 이토록 불행하게 만들었는지 대한민국의 기성세대들은 반성해야 한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물질적인 가치에 대해서만 떠들고 있는 그들 잘못이다. 청년들이 물질적인 가치만 생각하며 자라게끔 만든 것도 역시 그들이다.


대한민국은 많이 늦었다.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정신적인 가치를 추구해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행복한 나라로 변모할 수 있다. 자기 계발, 경제 책은 그만 덮어두고 인문학, 철학을 연구해야 한다. 유행을 따라가지 말고, 한 사람 한 사람이 '나'라는 것에 대해 사유하고 나만의 철학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나 하나가 이렇게 외친 들 바뀌겠냐마는 적어도 나만은 정신적인 가치, 그 중 으뜸인 '사랑'을 추구하며 죽을 때까지 살아갈 것이다. 적어도 나와 내 주변인들에게는 그것이 행복한 길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행복이 머무는 곳은 언제나 현재뿐이다.

행복이 미래에만 있다면 인간은 행복해질 수가 없다.

행복을 미루는 방법만 배우는 한국의 학생들은 학창 시절에는 대학에 가면 행복해진다고 들으며 자란다. 그러나 막상 대학에 가면 취업을 하면 행복해진다고 한다.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해서 돈을 많이 주고 안정적인 대기업에 취업을 한다. 그러나 취업을 해서 행복한 건 잠깐일 뿐, 회사 분위기나 일이 내 적성에 맞지 않지만 그럭저럭 돈을 많이 주는 것에 만족하기로 하며 하루하루 버티면서 산다. 그러다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쓰나미를 맞고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아올랐다. 돈의 가치가 반으로 절하되어 노동 소득이 자산 소득을 따라잡지 못하여 양극화가 심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현금보다는 자산을 빨리 가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는 생각에 서울에 30평대 자가를 가지기로 결심한다. 미리 자산을 가지지 못한 나를 질타하며, 서울에 30평대 자가를 가지면 행복할 것 같아서 열심히 재테크를 공부하고 부동산 임장을 다닌다. 그렇게 고군분투한 끝에 서울에 30평대 자가를 가졌다. 하지만 행복은 몇 달 가지 않았다. 이것은 바로 다름 아닌 나의 이야기였다. 나는 대기업에 다니며 높은 연봉을 받고, 서울 30평대 자가를 가졌음에도 왜 행복하지 않았을까.


행복은 하루하루의 진실하고 값있는 삶의 내용으로 주어지는 것이지, 욕망이나 환상으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 내가 처해 있는 현실에서 더 귀하고 값있는 성장과 노력을 쌓아가야 한다. 그러한 삶의 과정 안에는 언제나 깊은 행복이 솟아오른다.

나는 어느정도 물질적 풍요로움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았다. 사람이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했다. 그리고는 깨달았다. 물질적인 것으로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을. 그로부터는 내 삶의 방향을 정신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완전히 틀어버렸다. 지금까지는 어리석은 삶을 살았더라도 인생은 한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길이 있다. 이 길이 아니다 싶으면 다른 방향으로 가도 어쨌든 옳은 길로만 간다면 괜찮다. 지금까지의 일을 후회하지 말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다.

인격은 최고의 행복이라는 말이 있다. 인격을 계속해서 갈고닦으며 이웃을 섬길 줄 아는 사람은 그 인격적인 삶에서 오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인격은 행복을 담는 그릇이 아닌 행복을 창조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인격을 갈고닦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해보았는데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내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고 친절하며, 내 삶의 철학을 갖고 굳건한 마음으로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정의내려 보았다.


고난을 견딘 대가

인생에는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게 마련이다. 오르막을 올라가 정상에 다다르면 그에 따른 성취감과 희열을 느끼고 내리막의 바닥에서는 극심한 고난을 견뎌야 한다. 이는 누구나 겪는 인생의 굴곡이다. 오르막만 겪는 사람은 없고 내리막만 겪는 사람도 없다. 인생의 굴곡은 인간의 비극이자 희극인 피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부분이다. 인생의 대선배이신 김형석 선생님은 과연 이런 인생의 굴곡에 대해 어떤 자세로 임하고 계실지 참으로 궁금했다. 선생님이야말로 100년이 넘는 인생을 살아오시면서 이런 굴곡을 몇 번이고 넘으셨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작 40년이 안되게 살아온 나는 선생님에 비하면 인생의 새내기일 뿐이다.


우리 모두가 어차피 겪어야 할 고난의 짐이라면 성실과 경건한 자세로 그 해결에 임해야 하겠다. 고난은 우리의 삶을 풍부히 해주며 우리 인격을 더 고상히 만들어주는 계기가 된다는 생각이다.

내리막이 끝나면 오르막의 시작이다. 그러나 그 고난의 극복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서 과감하게 극복해 내는 인격적인 성장이 있어야만 다시 오르막을 오를 수 있다. 따라서 그 오르막의 시작에는 전보다 한 단계 성장한 내가 있다. 그러면 전의 오르막보다 더 높은 정점을 향해 차근차근 올라갈 수 있다. 나에게 시련이 왔다면 최선을 다해 그 시련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고, 내 인격을 갈고닦으며 다음 오르막을 올라갈 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진짜 나에게 크나큰 고난이 왔을 때 나는 선생님 말씀대로 성실과 경건한 자세로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확실한 자신은 없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결국 그 고통은 희미해질 것이고 그 순간에 힘을 내어 고난을 이겨낼 마음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선생님 말씀대로 나는 전보다 값진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힘을 내야겠다고 다짐한다.


고난은 이웃과 사람들에게 사랑을 더해준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난에 동참한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 고난이 왔을 때 곁에서 응원해 주는 가족, 지인들이 더 소중해지는 것을 사실이다. 일이 잘 될 때에는 싫어도 달라붙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내리막길의 정점에 치달았을 때에도 내 곁에서 묵묵히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이라면 평생을 함께해도 좋을 사람이다. 고난은 내 가족과 이웃의 사랑을 절실히 느낄 수 있고 사랑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