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두시 Sep 23. 2024

뜨거운 행복


올해 여름에도 한국에 다녀왔다. 그런데 올해는 유난히도 더웠다. 하루도 빠짐없이 해가 쨍쨍 났고, 서울 친정 집에선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었다.


매일매일이 가장 더운 날 같았다. 이 와중에 남편이 7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그래서 엄마랑 제주도에 사는 큰 오빠랑 다 함께 작은 오빠네 동네서 식사를 했다. 태어난 지 5개월 된 조카랑도 함께했다. 뷔페 음식이 정말 맛있었지만 에어컨을 켰음에도 레스토랑 안이 무척 더웠다. 거기에다 어린 조카를 안아주니 조카의 체온까지 더해졌다. 식사 후 밖으로 나오니 어둑해진 밤하늘과 강물 위로 아파트의 불빛이 일렁였다. 우리가 오랫동안 살았던 예전 동네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키 큰 아파트들이 거인처럼 우리를 내려다보았다. 저녁의 한강 바람이 무색할 정도로 아스팔트 용광로처럼 들끓었다. 사진 찍는 것도 귀찮고 한강의 정취를 만끽할 수도 없었다.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오빠네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해 에어컨을 켜고 그제야 우리는 조카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다. 한 명씩 조카를 안아주었고, 9월에 중학생이 되는 우리 아들도 아이를 안고 싶어 안달이었다. 이 어린아이 하나가 주변을 얼마나 환하게 밝히는지, 우리 마음을 보름달처럼 풍성하게 채워주는지 경이로웠다.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사람들을 미소 짓게 했는지 조카가 어른이 되어서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돌아온 지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문득 그날 여름 먹었던 맛있었던 뷔페 음식이 떠올랐고, 둘째 오빠의 아들, 그 어린 조카 생각났다.

카카오톡을 열어 화상 전화를 걸었다. 이제 이유식을 먹기 시작한 아기가 얼굴에 이유식 범벅을 하며 즐겁게 식사하고 있었다.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는 조카를 휴대폰 화면 너머로 한참 바라보았다. 한번 꼭 안아주고 싶었다.


한국이 그리워질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것 같다.


@seohwadoodles









매거진의 이전글 MBTI가 이럴 줄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