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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두시 Aug 12. 2019

당신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경이롭다

영화 <원더>

태풍 경보가 있던 날 제주의 오빠 집에서 영화 <wonder (원더)>를 보았다.  

태어날 때부터 안면 기형을 가지고 있던 주인공 "어기"는 수차례의 수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들이 보기에 불편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어기의 엄마는 어기를 돌보느라 대학원 논문도 포기했고, 집에서 홈스쿨링으로 어기를 가르쳐왔다. 어기가 고학년 나이가 되자 학교에 보내기로 하는데, 영화는 어기가 집 밖으로 나와 세상 속에 적응해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처음 어기가 학교에 등교할 때 엄마인 줄리아 로버츠가 걱정되고, 불안한 복잡한 심정으로 아들을 세상에 내보내는 모습부터가 울컥했다. 줄리아 로버츠가 훌륭한 연기로 엄마의 마음을 잘 표현한 것도 그렇지만 나도 엄마이기 때문에 그 심정이 절절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영화 속의 엄마는 남들과 다른 어기가 평상시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우주인 헬멧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데 학교에서 친구들의 따가운 시선을 잘 견뎌낼지, 상처 받지 않을지 걱정되고 마음이 아프고, 괜히 학교 보낸 것 아닌가 하고 미안함이 들기도 했을 것이다. 우리가 평범한 아이를 어린이집과 같은 기관에 처음 보낼 때에도 많은 생각이 드는데, 안면장애를 가진 어기를 처음 학교에 보낸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무거웠겠는지 가늠할 수 있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한국에서 돌아와 영국의 학교에 우리 아이를 처음 보냈을 때가 생각이 났다. 아빠가 영어를 했어도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한국어만 하던 아이는 초기에 벙어리처럼 학교에 다녔다. 그리고 한국과 달리 한 반에 30명이나 있는 교실에서 선생님이 아이의 적응을 잘 도와주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담임선생님 한 명과 보조 선생님이 두 분이 계셨지만 보조 선생님 한 명은 자폐증이 있는 아이를 돌보셔야 했고 다른 한 명은 스케줄이 들쭉날쭉했다. 아이는 며칠을 등굣길에 울고 교실 안에 들어가기를 힘들어했다. 내성적인 아이는 가끔 밤에 악몽을 꾸기도 했다. 그런 아이를 보면 나도 마음이 아팠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를 기다리고 지켜봐 주는 수밖에 없었다. 6개월 정도가 지나니 다행히 아이가 학교에 적응하는 듯했다.


어기에겐 착하고 다정한 누나 "비아"도 있는데 가족 중심에는 항상 어기가 있다. 가족 중에 아프거나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있으면 모든 관심은 도움이 필요한 가족 구성원에게 돌아간다. 그래서 나머지 가족은 조금 외로움을 느낄 수 있는데 비아가 그러했다. 영화에서는 부모의 관심이 똑같이 필요한 비아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속사정에 대해 알려준다. 주인공인 어기의 시점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등장인물들의 시점에서도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나는 이 영화가 더 따뜻하고 특별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일일이 각자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살 수 없기 때문에 때론 서로 사소한 오해를 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그 오해를 과장하여 해석해 결국 사이가 소원해지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그런 오해를 쌓아왔던 믿음으로 쉽게 털어내어 버리기도 한다. 영화 <원더>에서 비아와 절친 미란다의 관계를 보면서 오해 속에는 결국 이해할 수 있는 각자의 속사정이 숨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로 조금만 더 소통하면 쉽게 풀릴 수 있는 일들인데 사람들은 종종 그것을 표면으로 꺼내기를 꺼려한다. 대신 각자의 숨겨진 속사정을 이해하기보단 각자의 판단으로 상황을 섣불리 결론지어 버린다. <원더>에서 비아와 미란다는 오해를 직접적으로 푸는 방법 대신 따뜻한 사랑과 배려를 통해 서로의 갈등을 풀어낸다.


기의 엄마는 기 때문에 오래전에 중단했던 대학원 논문을 마무리하면서, 누나 비아는 연극 무대를 통해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의 자리를 되찾는다. 물론 주인공 어기도 숨지 않고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잘 터득해나간다. 비록 학교에서 어려움도 있고 상처도 받고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간다.


이 영화는 어떤 현실과 어려움에 처해있더라도 삶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분명히 말해 준다. 그리고 비록 장애물이 있더라도 주저하지 말고 거친 세상과 정면 대결하라고 우리를 응원해주는 영화이다. 또한, 우리는 어기처럼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하고 경이롭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해 준다.

한 아이의 엄마인 내가 많은 부분 공감할 수 있던 영화이기도 한 영화 <원더>를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서 함께 봐도 좋고,  삶에 지쳐있는 많은 사람들이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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