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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두시 Oct 20. 2020

코로나 시대, 학교에 가야 하는 영국 학생들의 현실


[코로나 시대, 지금 우리 아이의 학교, 유치원은 어떤가요?]
지금 이 순간, 코로나 시대의 교육에 대해 '기록'합니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2020년의 아이들은 각 국가별로 어떤 환경에서 교육을 받고 있을까요?
해외 특파원들이 각 국가에서 아이를 키우며 직접 경험한 유치원, 학교 교육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온라인, 오프라인의 방법론적 논의를 넘어 아이들 간 경험의 격차를 줄이고 교사의 권리, 역할을 보장하기 위해 각 국가에서는 어떤 기회와 환경을 제공하고 있을까요?
앞으로 소개할 해외 특파원들의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영국에서 우리 아이의 초등학교 2학년 기간 중, 반은 코로나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어느새 새 학기가 시작되는 9월이 오고, 3학년이 되어, 아이는 매일 학교에 가고 있다.

솔직히 아이를 전쟁터에 내는 심정이다.      

코로나의 대처에 헤매고 있는 영국 현실을 보면,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았다. 영국 정부는 보통 무단결석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는데, 코로나로 인한 등교 거부도 이에 해당한다고 공표했기에 피할 길이 없었다. 아이가 학교를 아예 그만두고 홈스쿨링을 하면, 코로나로부터 그나마 안심이 되었을 텐데, 우리는 홈스쿨링을 제대로 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 아이는 그렇게 오랜만에 다시 학교에 갔다.   


새 학기 등교 첫날의 모습 

영국에서 초등학교 3학년은 이제 의젓한 고학년에 접어드는 시기이다. 그래서 교복 셔츠에 매는 타이도 어른들처럼 정식으로 매는 타이로 바뀌었고, 책가방도 손에 들고 다니는 보조가방 형태에서 어깨에 매는 배낭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염성을 우려하여, 물통이나 도시락 외에는 집의 물건을 학교에 들고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전면 금지했다. 개학 전에 학교는 코로나에 대비하는 대략적인 운영 계획을 학부모에게 뉴스레터로 알리고, 개학일부터 바로 적용시켰다. 그래서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붐비는 걸 최소화하려고 학년별로 등하교 시간을 달리하고, 학교로 들어서는 입구도 여러 곳으로 분산시켰다. 새 학기 첫날, 아이는 책가방 대신 도시락 가방만 들고, 평소보다 조금 한산해진 등굣길에 나섰다.   


막상 학교에 도착하자, 교문 앞에서 아이들을 맞이하는 선생님도, 아이를 데려다주는 부모들도 그 누구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심지어 거리두기 없이 삼삼 오오 모여서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까지도 코로나 시대 이전의 풍경이랑 전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이보다 더욱 놀라운 일이 있었는데, 그것은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자가격리로 학교에 출근을 못했다는 것이다. 해외 어딘가로 휴가를 다녀오고, 2주간의 자가격리에 들어갔던 것이다. 결국 아이는 개학 그다음 주에 담임 선생님을 만나볼 수 있었다. 담임 선생님은 오래전에 휴가를 계획했고, 영국 정부에서 해외방문자에 대한 자가격리 조치를 갑자기 내리는 바람에 이런 어이없는 사태가 발생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시국에 굳이 휴가를 떠난 선생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의 반에서 담임 선생님만 휴가를 다녀온 것이 아니었다. 봉쇄령의 후유증으로 그간 답답했던지 대부분이 너 나할 것 없이 유럽의 자기 나라로, 관광지로 휴가를 다녀온 것이다. 그제야 영국에서 코로나 시대를 인식하고, 조심하는 나 같은 사람은 극히 소수일 거라는 현타가 왔다.

하교할 때에도 등교 때와 마찬가지인 마스크와 거리두기 없는 우려되는 풍경이 펼쳐졌다. 당시 하루 확진자가 800명 정도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마치 코로나가 없는 나라 같았다. 30명이 정원인 아이의 반에서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우리 아이와 일본인 아이 딱 둘 뿐이었다.

학교 전체 분위기가 이런데 우리 애만 조심하면 뭐하나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코로나 확산 예방을 위한 영국 공립학교의 실질적인 노력

영국 정부가 요즘 코로나 확산 방지 위해 내세우는 캠페인이 있다. 그것은 '손의 청결',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 그리고 '거리두기'이다.  


#손의 청결

영국에서는 코로나가 발생한 초기부터 계속 손 씻기를 강조해왔다. 영국의 보리스 총리는 생일 축하 노래를 두 번 부르면서 손을 닦으라고 언론을 통해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그리고 요즘도 텔레비전을 틀면 영국의 유명한 캐릭터 '페파 피그'가 동요를 부르면서 40초 동안 손을 닦으라고 하는 광고가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학교에서 그나마 가장 신경 쓰고 있고 잘 진행하고 있는 게 이 청결 부분이 아닌가 싶다. 중고등학교에서 선생님으로 일하는 한 엄마는 학교에서 계속 소독제로 이곳저곳을 닦는 데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있다고 내게 말했다.    

우리 아이의 학교에서는 개인위생을 위해 평소 학급 친구들과 함께 나눠 쓰던 학용품을 개인만 쓸 수 있게 배당했다. 누구나 물을 마실 수 있던 분수형 식수대도 사용을 금지시켰다. 그리고 교실에 핸드젤을 비치해두고, 아이들이 등교하자마자 핸드젤을 사용하게 했다. 또한 손 닦는 시간을 따로 정해두고, 자주 손을 닦을 수 있게 하였다. 화장실 청소도 이전보다 자주 하고, 점심시간에 아이들이 식당 테이블을 이용하고 나서, 그리고 이용하기 전에 소독제로 테이블을 닦는다고 한다.    

     

#마스크 사용

사실 영국인에게 마스크 착용은 어려운 과제이다.

만 11세부터 슈퍼나 상점,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사용이 의무화되었고, 이를 어길 시 벌금을 최대 200파운드(한화로 30만 원)까지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슈퍼 직원들조차도 마스크를 안 쓰는 모습을 종종 보는 게 현실이다. 내가 보기엔  마스크가 가장 중요한 예방책인데, 아직도 마스크의 효과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당연히 법적 규제가 없는 야외에서는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런던이 속한 잉글랜드 지역은 학교에서는 7학년(만 11세)부터 복도처럼 학교 내 거리두기가 어려운 곳이나, 교실을 벗어난 공용 공간에서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교장의 재량이어서, 어떤 학교에서는 마스크 쓰기를 아예 금지하여 학부모의 불만을 사고 있다.

우리 아이의 초등학교에서는 그나마 아이의 마스크 착용을 허용하였지만, 그래도 마스크를 쓰는 학생들은 학급당 한두 명에 불과하다. 개학한 지 10일 정도 지나자, 우리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에게 등하교 시에 아이들과 동행하기 위해 학교에 올 때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고 했다. 그 결과 거의 90퍼센트의 학부모들이 학교에 올 때 마스크를 착용했다. 이와 동시에, 등하교 때 게이트에 있는 선생님은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고, 담임 선생님은 하교할 때 학부모를 마주할 때에만 마스크를 착용한다. 선생님이 교실에서는 안쓰고 학부모를 만날 때만 마스크를 쓰는 이 상황에 무슨 논리가 적용됐는지 모르겠다.

우리 학교의 학부모들이 그나마 학교의 지시를 잘 따르는 편이라서 그렇지만, 어떤 학교에서는 같은 지시가 내려졌음에도 학부모들이 여전히 마스크를 잘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영국 정부는 요즘 마스크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지하철역에 포스터 광고, 일간지와 페이스북, 그리고 인스타그램 등에 광고를 하고 있다.       


마스크 사용을 장려하는 일간지 광고

#거리두기     

우리 아이의 학교는 런던의 학교 치고는 워낙 작은 학교라 사실상 나는 '거리두기' 같은 것은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학교에서는 나름 이것저것 거리두기 룰을 만들었는데 솔직히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일단 앞서 언급한 것처럼, 등하교 시 시간과 장소를 나누어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게 했다. 그리고 강당에 모여 전교생이 함께하던 조회를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식당이나 운동장, 화장실 등 공용공간을 되도록 같은 학년끼리만 이용하게 하였다.

한 학년을 같은 그룹(Bubble)으로 정하고, 다른 그룹의 학생들과 섞이지 않게 하는 것이 학교에서 의미하는 거리두기이다. 교실에서 선생님의 책상은 학생들과 2미터의 거리를 유지하지만, 학생들 간의 거리두기는 전혀 없다. 학교 뉴스레터에서 확인한 학급 풍경은 한 책상을 두 사람이 나눠 쓰고, 방향은 모두 정면에 향하는 코로나 이전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교실 모습과 같았다. 우리 아이의 초등학교 교실에서는 마스크도 안 쓰고 거리두기도 이뤄지지 않아, 코로나의 확산을 막기 어렵다.

 

#코로나에 대한 대처방식

학교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 학교는 보건당국에 이를 알리며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교육부에서 내린 지침에 따른 조치를 취한다.

보통 확진자가 발생한 학년은 14일의 자가격리에 들어가고, 해당 학년 전체가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경우에는 원격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

코로나 증상이 있는 학생은 2주간 자가격리를 하며, 코로나 테스트를 하고 음성이 나온 결과를 증빙해야 학교에 다시 복귀할 수 있다.

그런데 영국에서 코로나 검사를 하고 싶으면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 하는데, “This service is currently very busy.”라는 메시지만 뜨며 예약이 어렵다고 시민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그런데 예약이 안되어 직접 검사받는 센터로 가보면, 막상 그곳은 한산하거나, 아니면 기껏 갔더니 수량 부족 등으로 테스트를 못 받았다는 가디언의 기사를 보았다. 또한 어떤 경우에 테스트 킷을 집에 우편으로 보내주어 셀프 취를 하거나, 심지어 드라이브 스루에서도 테스트 킷을 주고 직접 셀프 취를 하게 했다는 증언들이 한인 커뮤니티에서 나왔다. 능숙하지 못한 일반인이 자신의 검체를 채취하여 얻은 테스트 결과를 제대로 신뢰할 수가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했거나 함께 사는 동거인이 코로나에 확진되었다고 해도 14일간 자가격리만 권고할 뿐이다. 증상이 있을 시에만 국가에서 무료로 코로나 테스트를 제공한다.

출처:  https://www.gov.uk/coronavirus

 영국의 코로나 확진자 중 무증상자가 70% 가까이 된다고 했는데, 무증상자에 대한 관리는 이렇게 아예 손을 놓고 있어 확진자 수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확진자와 접촉을 한 무증상자가 코로나 테스트를 받으려면 최소 100파운드(약 15만 원)의 돈을 사설기관에 지불해야만 한다. 


자신들의 코로나 대응 시스템이 엉망인걸 미리 인지라도 했는지, 영국 정부에서는 긴급할 때를 대비해 공립학교에 소량의 코로나 테스트 킷을 제공했다. 반면 어떤 사립학교들은 35,000 파운드(약 오천만 원)의 거금을 들여 코로나 테스트 기계를 직접 구입했다.


#그 외에 달라진 점  

이번 학기에는 기존에 학교 커리큘럼에 있던 고학년의 수영 수업과 저렴한 가격에 음악 레슨이나 스포츠를 배우는 방과 후 활동은 당분간 중단되었다. 그리고 소풍이나 견학 같은 것도 없어졌다. 바이러스의 확산 위험 때문에 학생들은 음악시간에 노래를 배우는 것 대신 악기를 다루고, 체육시간에 체육복을 갈아입는 것 대신 체육이 있는 날엔 체육복을 입고 등교를 한다.

학교에서는 외부 방문자의 출입을 더욱 엄격히 제한하고, 학부모들이 불가피하게 학교 사무실을 방문할 때에는 그 공간에 한 사람의 용건이 끝나야 다른 사람이 들어가게 했다. 매년 이맘때쯤 담임선생님과 하는 학부모 상담은 대면에서 비대면인 전화 상담으로 바뀌었다.   


코로나로 학교를 결석한 학생들은 결석한 날 진행한 수업 내용을 학교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하여 집에서 학습할 수 있다. 그래서 결석 후 오랜만에 다시 등교를 하더라도, 학교 진도에 뒤처지지 않게 하였다.

이렇게 학교에서 떨어져 집에서 온라인 학습을 해야 하는데, 컴퓨터나 인터넷이 안 되는 취약계층의 학생들은 구청에서 노트북과 무료 인터넷을 보급해주고, 인터넷 사용 방법을 알려주는 서비스도 진행한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손을 자주 닦고 청결 유지에 신경 쓰며, 학년 간 거리두기를 는 것 외에 학교 생활의 변화가 그리 지 않았다. 점심시간이나 교실에서의 수업 모습은 코로나 이전이랑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친구들과 어울려 배우고 노는 데에는 '거리두기' 없이 예전처럼 자유롭기 때문이다. 여러 정황으로 보았을 때 영국 학교에서는 코로나에 대비하는 태도가 기본적으한국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학교에서 하는 철저하지 못한 방역이 그리 미덥지 않아, 학부모들은 여전히 가슴 한편에 불안한 마음을 갖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있다.                  


첫 등교 후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어제 오후 학교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2학년을 담당하는 선생님 중  한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2학년들은 모두 오늘부터 14일간의 자가 격리에 들어간다. 하지만 학교는 방역을 위해 문을 닫지도 않고, 혹시라도 염되었을지도 모르는 나머지 학년들은 코로나 테스트도 없이 모두 정상 등교를 해야 한다.

영국 정부는 아이들에게 코로나는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며, 영국 전역의 학교 곳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는 이 상황에서도 아이들의 등교를 강요하고 있다. 이것은 영국이 코로나보다 아이들의 학습 을 더욱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낮은 학업 성취도가 국가의 장기적인 경제적 손실로 연결된다는 전망에서 비롯되었다. 또한 아이들이 학교에 나가야 부모들이 일터로 나갈 수 있다는 현실적인 상황을 코로나 대응 지침서 'Guidance for full opening: schools'에 뚜렷이 명시해 놓았다.

Guidance for full opening: schools
픽업할 때 학교 풍경


현재 영국의 코로나 확진자는 하루에 18,000명 정도이다. 추워지는 날씨 때문에 앞으로 계속해서 더 많은 확진자가 나올 것이다.

영국은 올해 11년 만에 다시 경기불황에 진입했. 영국 정부는 이런 경제 위기를 의식해서 봉쇄령은 최대한 미룰 것이다. 그리고 다시 봉쇄령이 내려진다고 해도, 학교를 닫는 것 가장 최후로 보류하는 분위기이다.   

영국 국민들이 개인의 자유를 대의를 위해 조금씩만 희생하고, 방역에 잘 협조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이 현재로써는 학교에 가는 아이들과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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