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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정현 Oct 14. 2020

코로나 시대, 폴란드의 학교는...

[코로나 시대, 지금 우리 아이의 학교, 유치원은 어떤가요?]
지금 이 순간, 코로나 시대의 교육에 대해 '기록'합니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2020년의 아이들은 각 국가별로 어떤 환경에서 교육을 받고 있을까요?
해외 특파원들이 각 국가에서 아이를 키우며 직접 경험한 유치원, 학교 교육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온라인, 오프라인의 방법론적 논의를 넘어 아이들 간 경험의 격차를 줄이고 교사의 권리, 역할을 보장하기 위해 각 국가에서는 어떤 기회와 환경을 제공하고 있을까요?
앞으로 소개할 해외 특파원들의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지난 9월까지만 해도 일일 확진자 500명 전후를 오가던 폴란드는 10월 들어 확진자가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10월의 첫날, 신규 확진자 2000명대로 시작했던 폴란드. 그리고 열흘만에 일일 확진자는 5000명대로 늘어났습니다. 다음 주에는 만 명이 넘을 거라는 예측도 있는데요, 이렇게 확진자가 치솟고 있으니 정부에서는 어떤 대책을 내놓을까요?  



 역대 최다 확진자가 발생했던 10월 10일. 폴란드 모라비에츠키 총리의 대국민 담화가 발표되었습니다. 저는 내심 이렇게까지 확진자가 급증하니까 또다시 휴교령이 내려지든, 온라인 수업 비중을 늘리든 뭔가 정부 차원에서의 조치가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러나 일일 확진자가 5300명이었던 이날 토요일, 총리는 전국 학교 운영 방식에 여전히 변동이 없음을, 주 5회 대면 수업을 원칙으로 수업이 이루어진다고 발표했습니다. 확진자가 발생하여 일시 휴교 조치된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 전국의 학교 98퍼센트가 정상 운영 중이었습니다. 이날 학교 운영 정책을 발표하는 현장에 신임 폴란드 교육부 장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는데요, 지난주에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을 받았거든요.



 지난 3월 폴란드 전국에 휴교령이 내려졌을 때 일일 확진자는 13명, 전체 확진자 수는 44명이었습니다. 그 당시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을 비교해보면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죠. 오늘 아이 학교에서는 23번째 확진자(!) 소식을 알리는 이메일이 왔고, 남편 회사에서도 직원 한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정말 바이러스가 코 앞까지 부쩍 다가왔다는 게 느껴지는 오늘 이 상황에서 8월 중순 개학 이후 지난 두 달 동안 학교가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한 번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August, 2020

 8월 중순, 아이의 학교는 주 5회 대면 수업으로 정상 개학했습니다. 희망하는 학생에 따라 온라인으로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하이브리드 신청 옵션을 병행했지만 하이브리드 수업 신청자는 전교생의 6.5퍼센트에 불과했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면 수업을 신청했습니다. 저도 개학 직전까지 고민하다가 지난 봄학기 내내 모니터로만 학교를 마주했던 아이가 이제는 좀 오프라인 수업을 받을 때가 되지 않았나 해서 대면 수업을 신청했어요. 개학 전 전교생과 모든 스텝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고, 학교 안에서 마스크를 쓸 거라는 조치가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안심이 되었습니다. 이런 학교 측의 조치는 폴란드에서는 굉장히 이례적인 것인데, 바르샤바 내의 다른 세 곳의 국제학교를 비롯한 일반적인 공립, 사립학교에서는 교실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마스크 착용 여부'를 두고 저희 학교에서도 개학 직전까지 말이 많았어요. 바로 마스크 착용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꾸준히 있어왔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와 비슷한 한국인 가정의 부모들은 "아니, 대체 왜 마스크 착용을 반대해??"라며 매우 의아하게 그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혹여라도 몇몇 기 센 학부모들의 목소리에 학교가 방침을 바꾸지는 않을까 염려하면서요. 다행히 학교는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꼭 착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우고 개학했습니다.



 학교는 코로나 시대의 방역 환경에서 '해야 하는 것들'과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한 흔적을 보여주었습니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마스크에 가려진 얼굴을 보고 아이들이 선생님을 알아보지 못할까 봐 본인의 사진으로 배지를 제작해서 가슴에 달았습니다. 개학 첫째 주에 교장 선생님이 학부모들과 함께 화상 미팅 줌(Zoom)으로 커피타임을 가졌고요, 실제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마스크는 어떻게 관리되는지, 외부 활동 후에 아이들이 손을 씻는 모습 등의 비디오를 보여주며 전반적인 학교 상황과 변화된 장면들을 원격으로 보여주었어요. 학부모들은 그동안 궁금했던 점들을 자유롭게 담당 선생님들께 물어볼 수 있었고요.

 학교에서 아이들은 식사 시간 외에는 실내에서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 하고, 야외활동을 하는 시간에만 예외적으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허용되었습니다. 야외활동 시간 동안 학생들의 개인 마스크는 아이들의 이름이 적힌 지퍼백에 선생님이 보관했다가 손 소독을 마친 이후에 다시 나눠주었습니다. 학년별로 동선과 코호트를 따로 관리하고, 도서관은 무인 반납대를 운영하는 등 방역에 힘쓰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사실 한국의 칼 같은 방역 기준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학교가 많이 노력하고 있구나...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약식이긴 하지만 매주 전교생의 검체를 코에서 채취해서 코로나 스크리닝 검사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사실 전교생과 전 스텝을 매주 검사한다는 건 어마 무시한 비용이 드는 일입니다. 물론 이 학교는 그만큼 학비도 어마 무시하게 비쌉니다. 그래도 학교 측에서 어떻게든 교내 감염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이렇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학교 측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학 2주 만에 첫 번째 확진자가 발생합니다.(아이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참고) 개학 이후에 교장선생님이 매일 아침마다 전 학부모에게 출결 상황, 하이브리드 수업 비율, 학년별 검사 스케줄과 검사 결과 이런 것들을 보내주고 있었는데... 오후 3시에 온 이메일을 보고 '올 것이 왔구나' 싶었어요. 다행히 아이와 같은 학년은 아니고 7학년 중학생 한 명이 확진을 받았습니다. 언젠가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나 빨리 발생할 줄은 몰랐어요. 확진받은 학생과 같은 학년의 경우 다음날 등교하지 말고 대신 코로나 검사를 다시 받으라는 안내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날부터 저는 아이를 오프라인 수업에서 온라인 수업으로, 즉 하이브리드 수업으로 전환시켰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같은 학년에서 추가 확진자와, 확진자의 초등학생 동생이 함께 확진을 받았습니다. 3일 후에 중학교에서 또다시 확진자가 나왔고요. 개학 2주 만에 총 4명의 확진자가 보고되었습니다.





September, 2020

 다행스럽게도 그로부터 2주간 추가 확진자가 없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아이를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시킨 상태였고요. 사실 3주간의 온라인 수업은 여러 가지 면에서 아쉬웠습니다. 봄에 학교 전체가 휴교했을 때에는 모두가 온라인 수업에 참가했기 때문에 담임선생님이 효과적인 온라인 수업 형식을 고민하고, 여러 가지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과제에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는 등 온라인으로도 어느 정도 학교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어요. 담임 선생님은 13명의 대면 수업 신청자와 3명의 온라인 수업 신청자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선생님은 온라인 수업에 참가하는 학생들 뿐만 아니라 교실에서 수업에 참가하고 있는 열 명이 넘는 학생들을 함께 신경 써야 했었고, 이 경우에 주가 되는 학생들은 대면 수업 신청자들이었습니다. 화상 카메라는 교실을 비추고 있지만, 아이는 모니터 너머로 수업을 참관했을 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음악수업, 체육수업, 미술수업 등 교실 밖에서 이루어지는 이동 수업에서는 소외되었습니다. 작문 수업과 수학 수업, 그리고 독서시간. 이렇게 딱 두 시간 동안만 함께 화상채팅으로 참여하는 수업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어요. 하이브리드 수업의 퀄리티가 대면 수업에 비해 너무 지나치게 떨어진다는 원성은 저희 학년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너무 성의 없이 진행되고 있다. 수업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 그러나 학교 측에 이러한 불만 사항을 이야기해도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을 뿐... 크게 나아진 것이 없었습니다. 하이브리드 수업은 너무 불만족스럽고, 학교를 보내자니 위험 부담이 있고. 결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졌지요.

 저는 아이에게 마지막 확진자 보고 시점으로부터 2주 동안 더 이상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으면 다시 대면 수업으로 전환시켜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3주간 하이브리드 수업을 하다가 이제는 그만 다시 학교의 품으로 돌려보내자고 생각한 목요일. 그 사이 12.4퍼센트까지 올랐던 하이브리드 수업 신청자의 비율은 3.8퍼센트로 떨어졌습니다. 오히려 개학 당시에 하이브리드 수업을 신청했던 사람들도 '해 보니 수업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며 위험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대면 수업으로 전환했던 것이죠. 다음 주 월요일부터 다시 등교하겠다고 학교에 이메일을 보내고, 학교 보건실로부터 등교 전 코로나 검사 일정까지 잡았는데... 학교에서 확진자 발생 알림이 옵니다. 다섯 번째 확진자네요. 그러나 금요일 전수검사에서 다행히 추가 확진자가 없다는 보고를 받고 그냥 학교를 보내기로 결심합니다. 더 이상의 하이브리드 수업은 아이에게 꽤 치명적인 학습결손이 있을 것 같았거든요.




October, 2020

 그 사이에 폴란드 전국의 여러 학교에서 끊임없이 교내 감염이 발생합니다. 아이가 다시 학교로 돌아간 지 일주일이 지난 9월 19일,  전국 일일 확진자수가 1000명을 돌파했어요. 단 한 번도 네 자릿수 숫자의 확진자가 발생한 적이 없었는데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내에서는 감염이 없어도 학생들 혹은 학부모들이 외부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례가 꾸준히 보고됩니다. 학교에서는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계속 주 1회 코로나 검사를 하는데 거의 이틀에 한번 꼴로 확진자가 보고됩니다. 지금 이메일함을 열어 최근에는 언제 확진자 발생 알림 이메일이 왔나 살펴보니 9월에는 23일에, 25일에, 28일에, 30일에... 10월에는 4일에, 5일에 6일에, 8일에, 12일에, 13일에 이메일이 왔네요. 오늘까지 스물 세명의 감염자가 보고되었습니다. 처음엔 학생 감염 사례만 있었지만, 이제는 선생님, 교내 식당 직원, 그리고 경비아저씨까지... 감염자들의 소속마저도 버라이어티 합니다. 허허. 10월 1일부터 3일까지는 추석 연휴도 아닌데 학교가 쉬었다는 걸 감안하면, 거의 매일 확진자 알림이 오고 있는 셈입니다.


 상황이 이런데 당장 휴교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시겠지만, 학교는 꾸준히 문을 엽니다. 확진자와 밀접 접촉을 했다고 의심되는 학생들, 가족 중에서 위험국가에서 입국한 사례가 있는 경우들, 그리고 본인이나 가족이 열이 있거나 하는 등의 의심증상이 있는 경우 아이들은 학교에 나오지 않습니다. 폴란드 전역에서 확진자가 증가하는 만큼 학교 구성원들 내에서도 감염 비율이 올라가고 있지만, 학교에서는 교내에서 감염이 이루어진 게 아닌 이상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학교의 프로토콜은 이렇습니다. 학생 중 확진자가 발생하면 같은 학년의 학생들은 하루 동안 수업을 쉬고 전수조사를 받습니다. 같은 학년에서 교내 감염으로 인한 추가 감염자가 있을 경우 해당 학년이 속한 코호트(초등학교,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는 모두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합니다. 72시간 이후 해당 코호트에 속한 학생들은 모두 검사를 받고, 전원 음성 판정을 받을 경우 학교는 다시 오프라인 수업으로 전환합니다. 만약 그런데 이 검사에서 또다시 교내 감염으로 인한 추가 감염자가 있다면? 다시 온라인 수업은 전원 음성을 받을 때까지 연장됩니다. 첫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추가 감염자가 있어서 중학교는 72시간 동안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었지만 그 외 어떤 학년에서도 아직 마지막 단계에 이른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폴란드 국내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단 한순간도 방심할 틈 없이 계속 확진자가 쏟아지는 상황입니다.




 그러는 사이 폴란드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률은 재생산지수 1.6을 돌파하며 빠르게 상승곡선을 그립니다. 그리고 지난주 토요일부터 수도인 바르샤바를 포함한 전 지역이 황색 지역으로 선포되면서 야외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법이 의무화됩니다. 학교도 예외는 아니어서 아이들은 이제 운동장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합니다. 그래도 다시 전 국민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모두들 심각하다는 의식이 있으면 다시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은데... 오늘 체육선생님에게서 알림 이메일이 옵니다. 다음 달부터 수영 수업을 시작한다고요.

 하아. 그리하여 오늘도 엄마들의 카톡 채팅방은 뜨겁게 불타오릅니다. 가뜩이나 날이 추워지고 감기 걸릴까 봐 걱정되는 11월에 왜 굳이 수영 수업을 해야 하는 걸까요. 물론 코로나가 생기기 전에는 모든 아이들이 좋아하고 기대하는 시간이 바로 수영 수업이었습니다만.... 폴란드 내에서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고, 학교에서도 꾸준히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왜 굳이??? 체육 수업에서는 마스크를 쓸 수 있지만 수영 수업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할 수 없을 겁니다. 수영복을 갈아입는 락커에서는 아이들이 아무래도 다닥다닥 붙어 있게 될 테고, 습한 수영장 락커 안에 보관될 마스크의 위생은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요? 학교에서는 소독에 더 힘쓴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코로나 피하려다가 오히려 피부병에 걸리는 거 아닐까요?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다 보면 이 와중에도 수영 수업을 하겠다는 학교 측 방침과 나의 상식에는 큰 간극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미 지금까지 스물 세명의 확진자가 발생해도 학교를 폐쇄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이미 우리는 달랐지만요. "수영 수업의 시작을 알릴 수 있어서 기뻐(We are excited to announce that PE swimming classes will begin)"라고 해맑게 인사하는 체육 선생님께 대체 이 엄마의 걱정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요?




 이 모든 상황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여전히 타계책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시국, 그리고 2차인지 3차인지 모를 거듭되는 재유행으로 인해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이 위협받는 유럽의 상황을 생각하면 학교는 더 이상 안전한 공간으로 남을 수는 없겠죠. 그러나 아이들의 학습권은 보장받아야 하고, 아이들이 학교에 있어야 부모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을 테니 정부는 섣불리 휴교령을 내리지 못합니다. 봄에 이미 어마어마한 후폭풍을 경험해봤으니까요.

 그렇지만 피할 수 있는 것들은 피해야 하는 법. 정말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위드 코로나' 시대에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 시국에 "지금까지 늘 그래 왔는 걸."이라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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