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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Oct 08. 2020

팬데믹 속, 그사세는 계속된다

우리는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코로나 시대, 지금 우리 아이의 학교, 유치원은 어떤가요?]
지금 이 순간, 코로나 시대의 교육에 대해 '기록'합니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2020년의 아이들은 각 국가별로 어떤 환경에서 교육을 받고 있을까요? 해외 특파원들이 각 국가에서 아이를 키우며 직접 경험한 유치원, 학교 교육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온라인, 오프라인의 방법론적 논의를 넘어 아이들 간 경험의 격차를 줄이고 교사의 권리, 역할을 보장하기 위해 각 국가에서는 어떤 기회와 환경을 제공하고 있을까요? 앞으로 소개할 해외 특파원들의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들어가며]

10 8 현재, 프랑스는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18,129명이라는 최고치를 경신 했습니다. 한국이었으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했을지 참으로 궁금하기 짝이 없는 수치라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 3월 17일부터 5월 10일까지 전례 없는 이동제 한령(lockdown)이 내려졌고 약 2개월 동안 프랑스 전 국민이 생존에 꼭 필요한 행동 외에는 집 밖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규범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비교적 많은 프랑스에서 이러한 조치는 매우 이례적이면서도 프랑스인들에게는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생사를 오가는 수많은 확진자들을 연일 뉴스에서 보면서 이 또한 피할 수 없는 국가의 결정이었습니다. 온 가족이 집에 있으면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기 시작했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예가 가정 폭력이었습니다.


집에 격리된 채, 바깥세상 소식을 TV로 접하던 중 가정 폭력 예방을 위한 긴급 전화번호 114 관련 뉴스를 보았다.


아니, 프랑스처럼 여성의 인권이 높고, 자유를 외치는 나라에서 가정 폭력이라고요?

저는 제 두 눈을 의심할 정도였습니다. 국가가 아이를 키우겠다는 정부의 방침 아래 프랑스의 많은 여성들이 결혼을 하고도 일을 계속합니다. 임신 소식을 들은 순간 시청에 가서 만 3개월부터 다닐 수 있는 크레쉬(어린이집)에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뱃속의 아기를 등록시키려고 신청을 합니다. 프랑스 엄마들은 온종일 아이를 집에서 직접 키우고 돌보는 것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2달 동안 24시간 내내 자신의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힘들고 어색(?)하였을 것입니다. (아무리 자기 자식이라도 하루 종일 붙어 있는 것은 국적을 막론하고 같은가 봅니다.) 각종 SNS에서는 이제야 담임 선생님께 매우 감사함을 느끼고 그동안 불평불만했던 자신을 반성한다는 글과 영상이 많이 올라왔지요. 가족 간에도 각자의 사생활 및 개인의 자유를 중요시하며,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내세우는 프랑스인들은 2개월 동안 강제적으로 온 가족이 한 곳에 붙어 있음으로 해서 가정 불화 및 폭력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했습니다.


또 다른 부작용으로는 온라인 수업을 들 수 있습니다.

2개월 동안 국제학교는 온라인 수업이 비교적 잘 이루어졌습니다. 반면 공립학교에서는 온라인 수업 실태가 학교마다 달랐고, 사실상 온라인 수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우선, 온라인 수업을 받을 수 없는 가정들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집에 인터넷이 깔려있지 않다던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기기가 없다던지 빈부 격차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온라인 수업을 위해서는 부모가 곁에서 챙겨줘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데요, 맞벌이 부부들이 많은 프랑스의 경우, 부부가 모두 재택근무 중이라서 아이의 온라인 수업을 일일이 챙겨주기 힘들었습니다.

자가 격리의 다양한 부작용을 보면서 저는 그때 직감했습니다.

'아무리 확진자 수가 다시 치솟더라도 절대로 이동 제한령 또는 자가 격리와 같은 조치는 없겠구나...’ 아이들은 학교에 가야 하고, 어른들은 직장에 가야 하며, 늘 가던 카페에도 가야 하는 것이 바로 프랑스라는 것을요...


자가 격리가 해제되고, 여름을 맞이하자 다들 "해방이다!" 라며 여기저기 해변으로 달려갔습니다.
이곳은 그들만이 사는 세상이었습니다.
현재 2020년 10월, 제 2의 고통의 시간을 맞이하게 되리라고 이때는 몰랐겠죠.

여름 한 달 휴가를 위해 삶을 살고 일을 하는 프랑스인. 여름 바캉스 한 달을 어떻게 보낼지를 계획하는 시간이 11개월이다고 할 정도로 바캉스를 중요시하는 프랑스인들은 아니나 다를까 2020년 여름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프랑스 남부에 있는 니스, 마르세유는 물론이거니와 서부 해변, 북부 노르망디 해변 등 곳곳에 있는 해변을 찾아 휴가를 떠났습니다. 코로나가 마치 종식이라도 된 것처럼 비키니를 입고 뜨거운 태양 아래 썬텐을 하며 해변가를 꽉 채운 프랑스인들로 인해,  두 달간의 고통스러웠던 시간은 헛수고로 돌아갔습니다.


2020년 여름, 니스 해변에서 열린 콘서트 현장 및 니스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AFP=연합뉴스)


자, 그럼 이제 프랑스 학교 상황에 대해 알아볼까요?
확진자수가 매일 치솟고 있는 프랑스에서 유치원 및 학교는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프랑스 교육부]

아니나 다를까, 뜨거운 바캉스를 보내고 일상으로 복귀한 프랑스인들은 개학한 지 첫 주만에 확진자가 치솟기 시작하면서 9월 4일 22개의 학교가 문을 닫았습니다. 그런데 프랑스 정부는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학교 폐쇄에 관대한 편입니다. 의학 전문가들이 11세 미만의 어린이들은 전염 및 병세의 심각성이 낮은 편이라고 했기 때문이랍니다.

프랑스 교육부는 심지어 한 학급에 코로나 양성 반응이 나온 확진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치원 및 초등학교의 경우 평소대로 학교를 운영하라는 방침을 내렸습니다. 확진자와 접촉하였을 경우, 집에서 7일간 격리를 한 후 다시 등교할 수 있습니다.

9월 11일 기준, 32개 학교와 524개 학급이 코로나로 인해 폐쇄되었습니다. 확진자가 5명 이상 나오면 학교를 폐쇄하고, 그 이하면 해당 학급만 폐쇄한다는 정부 방침을 밝혔는데요, 문제는 이것을 학교 재량에 맡기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야 자신도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 및 학급 폐쇄는 사실상 프랑스에서는 쉽지 않은 결단입니다.


franceinfo 에 9월 21일자로 실린 뉴스 기사: 아이들은 전염성이 낮다는 이유로 교내 코로나 관련 프로토콜을 낮추었다.

 


[프랑스 학교 상황]

매일 확진자가 만 명 이상 나오는 이 상황에서 프랑스 학교들은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을까요? 실제 마떼흐넬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속속들이 확진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유치원, 초등학교 학생들은 마스크를 아무도 안 씁니다. 코로나에 비교적 느긋한 프랑스인 부모들과는 달리 한국 엄마들 및 일본 중국 등 동양계 학부모들은 아이에게 마스크를 씌워 학교에 보내지만, 학교 선생님이 마스크를 되려 벗으라고 합니다. 컨트롤하기 힘들다는 이유, 질식사의 위험, 아이들은 감염률이 비교적 낮다는 전문가의 말 등등을 내세우며 마스크를 굳이 쓰라고 교육하지 않습니다. 다른 학교의 사정을 들어보면,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 엄마들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지요.

아이가 올해 7월까지 다녔던 국제학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듣기로 학교에서 마스크를 안 쓰며, 그나마 국제학교에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양인들이 비교적 많은 편이라서 동양인 아이들끼리는 마스크를 착용하기도 한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갑갑해하고 마스크 착용하지 않는 친구를 보면 가끔씩 벗기도 합니다.


[학교 앞 풍경]

학부모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아이를 학교에 데리고 옵니다. 11세 이상은 마스크 착용 의무이기 때문이죠. 미착용 시, 벌금 135유로(한화 18만 원가량)를 내야 합니다. 학교 입구에서 원장 선생님이 일일이 아이 한 명 한 명 손에 손 소독제를 뿌립니다. 아이만 들어갈 수 있고, 학부모들은 입장 불가입니다. 개학하고 초반 첫 주에는 학부모도 함께 교문을 통과해서 각 교실 입구에서 아이와 헤어졌는데, 1주일 후부터는 교문에서 아이와 헤어져야 합니다. 학교 앞에는 1미터 거리 간격 유지를 위해 시멘트 바닥에 표시를 해두었는데요, 잘 지켜지지 않고, 그냥 붙어서 서있습니다.

교문에서 교실 입구까지 걸어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늘 기도합니다. 학교에서 안전하게 무사히 잘 지내고 돌아올 수 있기를...


아이 학교 앞 등굣길 풍경: 학부모들은 사회적 거리를 지키지 않은 채, 아이의 등교를 돕고 있다. 교문 앞에서 각 아이에게 손소독제를 뿌려준다.

 

[마스크 착용]

드디어 새 학기가 시작되는 9월이 다가왔고, 학교는 모두 개학을 했습니다. 올해부터 공립 유치원(마떼흐넬)을 다니게 된 만 4살의 저희 아이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배정을 받았고, 9월 1일 입학식에 손을 잡고 함께 갔습니다. 학교 내 모든 선생님 및 관계자들은 일제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만 3세부터 만 5세까지 의 아이들이 다니는 프랑스 유치원에 아이들은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정부에서 질식의 위험 가능성 및 전파의 속도가 비교적 낮은 만 11세 미만의 어린이들은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치원에서 마스크를 착용을 하면 오히려 벗으라고 합니다. 다른 아이들은 안 하는데 혼자만 하면 안 된다는 이상한 논리를 펼치기도 하고, 정부에서 11세 미만은 안 해도 된다고 했다며 정부 룰을 들먹이기도 하며, 어린이들은 코로나로부터 비교적 안전하기 때문에 착용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저희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도 150명가량 되는 모든 아이들이 단 한 명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습니다. 다른 유치원 및 초. 중학교의 사례도 살펴보니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시안인들만 마스크를 착용하더라.’

‘아시안만 착용하니까 인종차별이 더 심한 것 같다.’

‘꿋꿋이 착용하라고 아이한테 단단히 일렀는데, 아이가 친구들은 안 하니까 자기도 안 하겠다고 한다.’

11세 미만의 아이들 중에서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프랑스 의사 단체는 마스크 착용 의무 연령은 11세가 아닌 6세로 낮춰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수업 시간]

아침 오후 등하교 시간에는 선생님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수업 시간 중에도 철저히 착용을 하고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아침에 살짝살짝 교실 안을 보고 있으면 몇몇 선생님들은 커피 마신다는 핑계(?)로 마스크를 벗고 있는 것을 종종 목격했습니다.

아이들한테 손을 잡고 짝을 지어 교실로 들어가게 하더군요. 이런 시국에 굳이 손을 잡고 다닐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말이죠. 부모님들이 보는데도 손을 잡게 하는데, 수업 시간은 어떻게 진행될지 눈에 훤합니다.

아이에게 학교에서 어떻게 지냈으며, 손은 몇 번 씻었는지 물어보면 그 다시 철저하게 위생 수칙이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우진아, 오늘 학교에서 뭐 했어요?"

"살로메랑 손잡고 댄스 했어요."

"미술 시간에 만들기 했어요."

갑자기 두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더니, 그다음 배를 쓸어내립니다. 그러고는 "후~!" 하고 길게 숨을 내쉽니다. 학교에서 배운 긴장 완화 호흡법이라고 하며 엄마에게 가르쳐 줍니다.

'아니, 이 코로나 시국에 굳이 이 호흡법을 아이들 옹기종기 앉혀놓고 가르쳐야 했나?'

한국인 엄마는 프랑스 학교 생활을 듣고 있으면 답답합니다. 오늘도 이 엄마는 아이가 무사히 학교에서 돌아온 것만으로 만족합니다.


교문 밖에서 클로즈업 하여 찍은 학교 안 풍경. 아이들은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다닥다닥 붙어있다.  커피를 마시는 선생님은 마스크를 벗고 있다.

 

[급식 시간]

학교에서 점심 급식을 하는데, 손 씻기만 강조할 뿐 다른 특이 사항은 없습니다. 식당에서 다 같이 앉아서 식사를 하는데 투명 가림막이라던지, 서로 떨어져서 앉는다던지 그런 것은 전혀 없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장난도 치고 서로 대화도 합니다.

두 명씩 짝을 지어 손을 잡고 교실에서 식당으로 이동하며, 학교 내 운동장에 있는 놀이터에서도 신나게 놉니다. 수업시간에도 아이들은 서로 깔깔 대며 장난치며 함께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하루 새 18,000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학교 안은 평온하기만 합니다.


 

아이 유치원 식당 전경. 이곳에서 급식을 하는데 가림막은 커녕 옆에 붙어 앉아서 서로 대화하며 즐겁게(?) 식사를 한다.


[학부모 모임]

개학을 한 지 2주일이 지난 9월 14일, 학부모 모임이 열렸습니다. 당연히 참가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학부모 모임에 참여하였습니다. 총 28명으로 구성된 한 반에 참가한 학부모는 고작 6명. 코로나로 인해 참가하지 않은 것인지, 원래 관심도가 낮은 것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원장 선생님인 마담 토마소가 모임 중에 잠깐 들어오더니, 코로나로 인해 걱정들이 많으실 텐데 각별히 청결 및 위생에 신경 쓰고 있으며, 확진자가 생기면 알려준다고 하였습니다. 1시간 정도의 모임에 특별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코로나 관련 얘기도 없었고, 이에 관해 질의하는 학부모도 없었습니다. 아마도 한국 같았으면 참여율도 높았을 것이고, 질의응답도 활발히 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온라인 수업]

9월 17일, 아이 유치원 원장인 마담 토마소로부터 이메일이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1. 집에 인터넷이 됩니까?
2. 된다면 어떤 기기(PC, 태블릿, 핸드폰)가 있습니까?
3. 프린터기가 있습니까?

3가지 질문으로 구성된 앙케이트 조사였습니다. 혹시 확진자가 나와서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려는 건가 싶어서 되물었더니 그런 경우를 대비해서 미리 설문 조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10월인 현재까지 온라인 수업은 없습니다. 확진자가 정말로 한 명도 안 나왔는지는 사실 의문입니다.

프랑스의 경우, 온라인 수업이 사실상 힘듭니다. 우선 한국과 같이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 국가가 아닙니다. 2020년을 살아가는 현대에도 프랑스는 지하 주차장과 지하철에는 와이파이가 안 됩니다. (어두컴컴한 지하 주차장에서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다면? 아… 생각만 해도 아찔하군요!)

프랑스의 인터넷 보급률은 여전히 낮은 편이며, 지역별 격차도 심합니다. 프랑스인들도 혀를 내두르는 일명 ‘프랑스 병’은 프랑스의 느린 행정 절차를 일컫는데요, 이메일로 업무를 하고 결제를 받기보다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문서 작업 및 서류 결재로 인해 프랑스는 행정이 매우 느린 편입니다.

이처럼 온라인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프랑스인들은 온라인 수업보다는 오프라인 수업을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변화를 싫어하는 프랑스인 기질 상, 아이들은 직접 부대끼며 같이 뛰놀아야 한다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이 아직도 강한 편이라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아이들이 학교에 가야 한다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합니다.


[프랑스의 인터넷 서비스 현황]

2020년 코로나로 인해 그동안 계속 제기되어 왔던 인터넷 환경개선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프랑스 주요 소비자 단체인 UFC-Que choisir의 조사에 따르면 최소한의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프랑스인은 2019년 3월 기준, 약  680만여 명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프랑스 무료 신문 20 Minutes 은 프랑스에서 케이블이나 네트워크 개선은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시골 지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프랑스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가진 국가로서 국가 주요 산업으로 농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습니다. 이러한 농업 지역은 파리 대도시에 비해 광속 인터넷 서비스가 낙후될 수밖에 없고, 1천 명 이하의 지역의 경우 31%가 인터넷이 없는 반면 인구 1만 명 이상인 지역은 5%에 불과합니다.


그럼 학교 밖에서는 어떨까요?


[방과 후 활동 및 놀이터]

프랑스는 일하는 엄마들이 많기 때문에 유치원에서는 4시 15분 정규 수업이 끝나면, 4시 30분부터 최대 6시 반까지 방과 후 활동을 운영합니다. 평소 같았으면 저도 보내고 싶겠지만 이 상황에 학교 보내는 것도 불안한데 이것까지 하기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 정규 수업만 받습니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가 많은 프랑스에는 많은 아이들이 오후 늦게까지 학교에 있습니다.

프랑스는 매주 수요일에 모든 학교가 오전 수업만 하기 때문에 오후에는 아이들이 자유롭습니다. 같은 반 친구인 아나엘은 매주 수요일 오후에 영어 연극과 댄스 수업을 방과 후 수업으로 듣는다고 합니다. 게다가 매주 토요일은 테니스 수업을 받는답니다.

아나엘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코로나로 조심해야 할 텐데, 방과 후 수업도 2개나 듣고, 테니스 수업까지 괜찮아요?”

그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괜찮아요. 최대 인원수를 제한해서 수업을 받더라고요. 테니스는 야외에서 하는 건데요 뭘~. 무엇보다도 아나엘이 너무 좋아해요.”

아무리 최대 인원수를 제한해도 그중 단 한 명이라도 걸리면 다 전념이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한테도 수업을 권하면서 테니스 수업 관련된 정보를 신나게 알려주는 아나엘 엄마에게 알려줘서 고맙다고 인사하였지만, 선뜻 수업을 신청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매주 수요일 오후 및 주말은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안전하게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아이의 손을 잡고 놀이터에 가면, 아이들이 매우 많습니다. 한국과는 달리 이곳은 키즈 카페가 없습니다. 실내 놀이 공간이 거의 없다보니 아이들은 동네 곳곳에 설치된 공원 옆 놀이터에서 놉니다. 아시아처럼 놀이 시설이 현대적이거나 세련되지 않았지만, 낡고 오래된 놀이터도 좋다며 아이들은 마구 뛰어다닙니다. 아이들은 마스크를 당연히 착용하지 않았고, 모래 위를 온 몸 던져 뒹굴기도 하고, 장난감을 서로 공유하며 가지고 놉니다. 일 년 전 이맘때의 놀이터 모습과 지금 모습에서 차이점을 전혀 찾을 수가 없습니다.(어른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것은 차이점으로 들 수 있겠네요!)

프랑스의 놀이터는 그들만이 사는 세상입니다.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2020년 현재를 과연 내가 살고 있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 곳은 딴 세상입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치솟는 상황 속에서도 곳곳의 놀이터에는 아이들로 가득하고 어른 외 아이들은 아무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


[2020년, 프랑스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면서…]

아이가 마떼흐넬을 다닌 지 이제 한 달이 넘었습니다. 초반과는 달리 친구도 많이 사귀어서 아침마다 친구들 보고 싶다며 빨리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합니다. 친구들과 뒤섞여서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운동도 하는 아이를 보면서 다양한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한국의 경우,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는 친구 간에 물건을 함께 나눠 쓰지 말며, 식탁 사이사이 투명 칸막이를 세워두며, 밥을 먹을 때 대화는 금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몸으로 놀면서 커야 하고, 서로 나눔의 정신을 배워야  시기에 코로나라는 무서운 바이러스가 아이들의 동심을 빼앗아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다고 프랑스가 옳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프랑스의 경우 조금  경각심을 가지고 위생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현재 그렇지 못하고 있으니 확진자 수가 한국과는 비교할  없을 정도로 치솟고 있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프랑스 아이들은 즐겁기만 합니다. 물론 학교에서 기침 예절, 손 씻기 등을 교육하고 있지만 그 외에는 특별한 조치 또는 제약 사항이 거의 없습니다. 학교에서 만들었다면서 색종이로 만든 새를 자랑하는 아이 얼굴을 보면서, ‘그래, 오늘도 너는 마냥 즐겁고 행복했구나. 아무 일 없이 안전하게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온 것만으로 감사하다.’라는 생각을 하며 함께 집으로 걸어옵니다.


2020년을 겪으며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프랑스인들에게도 변화의 바람은 조금씩 불고 있습니다. 이들도 디지털 및 온라인 교육의 중요성을 더욱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올랑드 전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전국에 초고속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정책을 그의 임기 중에 이미 내세운 바 있습니다. 이를 이어 엠마뉴엘 마크롱 대통령은 2020년까지 모든 시민이 고속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소비자 단체는 2020년이 저물어 가고 있는 현재까지 양질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는 대통령 목표에 매우 비관적입니다. 2020년 코로나로 인해 프랑스 사회에도 더 이상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교육의 새 바람이 불기를 기대해봅니다.


[맺으며]

정말로 앞으로의 세상은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 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얼마 전 장 카스텍스 프랑스 국무총리가 프랑스 국민들에게 남긴 말로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우리는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9월 11일, 장 카스텍스 국무총리가 국민들을 향해 연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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