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내 딸이구만

부모는 아이의 모든 것

by 전략가 김재훈

육아를 하면서 이 말을 생각보다 참 많이 한다.


역시 내 딸이구만


하루종일 아이와 있다 보면 마치 나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해도는 밥을 먹을 때 섞어서 먹지 않는다. 한 종류의 음식을 먹다가 조금 질릴만할 때 다른 음식을 먹는다. 그러다가 다시 그 음식이 재미가 없어지면 또 다른 음식을 먹는다. 나도 어렸을 때 그렇게 밥을 먹었다.

그래서 부모님께 많이 혼나기도 했다. 지금이야 내가 다 컸으니 부모님도 내가 그렇게 먹어도 굳이 잔소리를 하지 않지만, 여전히 나는 해도가 먹는 것처럼 음식을 먹는 경향이 있다. 지금 해도가 그렇게 먹는 모습을 보니, 부모님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나와 어쩜 이렇게 똑같을까라는 느낌에 너무 신기했다.




해도는 레고를 좋아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유일한 장난감이 레고였다. 아버지도 레고를 좋아하셨고, 나 또한 지금도 레고에 커다란 흥미를 느낀다. 해도에게 장난감은 잠시 스쳐가는 흥밋거리들이었다.


하지만, 어린이날에 첫 레고를 선물해 준 이후부터 해도는 레고에 큰 관심을 보였고, 두 번째 레고를 사줬을 때는 해도의 표정과 흥분을 잊지 못한다.


그렇게 좋아하는 표정은, 마치 나의 어렸을 때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잘 때도 레고를 그 귀여운 손으로 쥐고 잔다. 잠에서 깨면 침대에서 내려가자마자 레고박스로 향한다. 그리고 레고를 가지고 놀기 시작한다.


나도 레고를 좋아하기 때문에 나와 해도는 레고로 무언가를 만들고 해체하고를 반복하는 것이 전혀 지루하지가 않다.




해도는 나와 비슷한 이미지를 풍긴다. 나는 잘생긴 것은 아니지만, 주변으로부터 인상이 참 좋아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리고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나를 편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잘 웃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편한 캐릭터 이미지이기 때문이랴.


해도와 함께 다니면 사람들로부터 관심과 친절을 받는다. 해도가 워낙 잘 웃기도 하지만 귀엽고 뭔가 편한 이미지를 풍기기 때문이다. 아내는 나에게 말한다.

'여보, 정도껏 해'


하지만 어쩔 것인가. 사실인 것을. 아내도 인상이 참 좋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그런 쪽에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인상이 주 무기인 가족이다.




해도는 조심성이 있다. 처음 먹는 음식, 처음 보는 사람, 처음 만지는 물건, 처음 가보는 장소 등에 절대 먼저 다가가지 않는다. 항상 아빠 또는 엄마의 손을 잡고 '이게 뭐예요?'라는 눈빛을 건넨다. 안전하고 괜찮다는 것이 확인이 되면 그제야 다가간다.


내가 워낙 신경을 쓰는 탓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도는 아빠가 허락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 본인에게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나의 허락과 동의를 받기 위한 행동들을 한다.


지금은 귀여운 포즈나 자기가 먹고 있는 음식을 준다거나 미소를 보낸다거나 정도이지만 크고 나면 아마 날 논리적으로 설득할 것이다. 나와 똑같은 성향을 가진 내 딸이기 때문이다.




육아를 하면서 아이를 통해 나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매 순간 부모님이 나를 어떻게 키웠을까라는 궁금증과 함께 부보님에 대한 경외심이 내 가슴속 깊은 곳에서 올라온다.


이제 나는 나와 비슷한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러면서 내가 어떤 모습을 가지고 컸는지 간접적으로 체험해 본다. 그러면서 더욱 성숙해지는 나를 보게 된다. 그리고 나를 유심히 관찰하고 따라 하는 해도를 발견하게 된다.


부모는 아이들의 거울이라고 했던가.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부모의 모든 것들을 따라 하려는 본능을 지닌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들 앞에서 신중해야 한다.


해도는 나를 많이 따라 한다. 나의 걸음걸이와 평소 자세, 말하는 습관, 표정, 분위기, 이미지 등 나의 모든 면을 따라 한다. 그리고 나의 사고방식과 가치관 역시 따라 할 것이라 확신한다.


그래서 나는 더욱 나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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