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피도리 Sep 30. 2024

아빠와 같이 있는 게 좋은 딸

역할의 중요성

나는 이제 느낀다. 18개월 차인 딸 해도가 점점 나와 같이 있는 것에 전혀 거부감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예전에는 해도가 아빠와 아무리 재밌게 놀고,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어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본능적으로 엄마를 찾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빠와의 시간에 온전히 집중한다.


아빠를 바라보는 해도

의도적으로 해도와 물리적인 시간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한 것은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직장보다는 가정에, 일보다는 육아에 집중하였다. 그리고 육아 전반에 있어 나의 역할을 확실히 하고 아내의 육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였다.


물론,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은 아내가 대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만의 것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 첫걸음은 바로 설거지다.



단순하지만 시간을 잡아먹는 설거지

아이를 키우다 보면 오만가지 식기류가 동원된다. 유아식을 만들고 음식을 담고 먹일 때마다 설거지거리가 나온다. 하루에 세 번만 먹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시로 설거지를 해야 식기들이 순환이 가능하다. 음식도 자주 남는다. 그러다 보면 음식 쓰레기가 많이 배출되는데 시간이 지나면 음식쓰레기를 줄이는 기술이 발달하기도 한다.


설거지는 아내가 편하게 아이의 ‘식‘부분을 담당하게끔 확실히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씻고 건조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언제 어떤 식기류가 쓰일지 판단해서 그런 종류의 식기 위주로 설거지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설거지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갖고 있어야 한다. 즉, 아내가 아이의 밥을 원활하게 먹이기 위한 설거지를 나는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고 임한다.


육아에 있어서 설거지는 온전히 내 것이 되었다.



해도와 같이 있기

엔터테인먼트는 나의 영역이다

우리 집에서 놀이와 관련된 주제와 방식은 나의 영역이다. 아빠는 본능적으로 아이와 노는 것에 특화되어 있다. 그래서 어떤 효과를 위해 무슨 방식으로 놀아줘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물론, 아내의 전폭적인 지지는 필수다.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아내와 놀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나와 아내의 역할이 어떠한 놀이에도 조화롭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아이들과 놀아줄 때 흔히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 바로 놀이의 과정이다. 간혹 놀이의 목적과 결과에 집착한 나머지 아이가 놀이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되는 경우가 있다.  아이와 미끄럼틀을 탄다고 생각해 보자. 어른들은 자연스럽게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이미 미끄럼틀이 무엇이고 어떻게 즐기는지 경험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미끄럼틀을 처음 보거나 아직 생소하다. 그런 아이들에게 미끄럼틀 계단을 올라가서 바로 타고 내려오는 모습을 원하는 것은 어찌 보면 가혹한 암묵적 강요일 수 있다. 아이들을 미끄럼틀을 보고 자기의 방식으로 만져보고 느껴보고 올라가 보고 하다가 신기하게도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온다. 그러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이는 아이들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을 스스로 알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아빠를 찾는 딸

아이에게 엄마는, 그리고 아빠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항상 의문을 가지고 답을 찾으려 애쓰지만 쉽게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무언가 가슴으로 와닿거나 느껴지는 것은 확실히 있다. 해도가 아빠인 나를 필요로 하고 찾고자 하는 것이 어느 시점부터 느껴진다는 의미이다.


해도에게 있어서 내가 바라는 나의 존재, 그리고 해도가 바라는 아빠의 존재는 같을 수도 또는 다를 수도 있다. 그 어떠한 존재가 되더라도 불변의 법칙은 있다. 바로 행복이다.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의 모든 것을 관찰하고 따라 한다. 그리고 부모의 생각과 가치관도 닮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는 어떠한 경우에도 아이에게 올바른 도덕적 가치관과 인성, 그리고 비전을 제시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를 통해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전 15화 아빠는 육아휴직을 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