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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도리 Sep 09. 2024

쭈쭈야, 이제 안녕

18개월 차, 단유를 결심하다

2024년 9월 9일 새벽에 우리 딸 해도는 서럽게 흐느끼며 울었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쭈쭈야, 잘 가



아내가 모유수유를 시작한 지 18개월이 되었다. 24개월까지의 모유수유가 좋다는 말, 그리고 남편인 나의 무조건적인 모유수유에 대한 믿음으로 우리는 모유수유를 계속해왔지만, 자연스럽게 해도가 18개월이 되는 지금 시기에 단유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정을 동시에 하게 되었다.


그래서 어느 날 새벽, 젖을 물고 자려고 하는 해도에게 말했다

"해도야, 아빠 옆에 앉아봐"


아내가 먼저 내 옆에 와서 앉자 해도도 따라와서 그 옆에 앉았다. 그리고 나는 말을 이어나갔다.

"해도야. 아빠 말 잘 들어. 이제 쭈쭈는 집에 가야 해. 지난번에 말한 것처럼 오늘이 바로 쭈쭈가 집에 가는 날이야. 그러니 쭈쭈에게 인사하자. 알겠지? 쭈쭈야, 안녕"


해도는 잘 듣는 것 같더니 아내를 향해 와락 안겼다. 그리고 젖을 물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해도에게 말했다.

"해도야. 쭈쭈는 집에 간데. 그래서 지금 인사하고 싶데. 지금까지 고마웠고, 나중에 다른 모습으로 만나자고 그러네. 그러니 쭈쭈에게 인사하자"


해도가 갑자기 흐느꼈다. 아내 가슴 쪽이 아닌 배 쪽으로 안기며 정말 서럽게 울었다. 훌쩍이기도 하고 뭐라고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대견하게도 더 이상 젖을 물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니 나 역시 눈물이 흘렀다. 내가 워낙 감성이 풍부해서 그런지 내가 말한 스토리에 내가 울컥하기도 했고, 해도가 상황을 받아들이고 쭈쭈를 보내며 우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다. 동시에 해도가 아내의 젖을 물며 자는 모습을 이제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내가 오히려 아쉽고 서운했다. 그렇다고 결정을 번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해도가 오히려 혼란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해도가 젖을 물고 자는 모습은 세상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귀엽고 사랑스러움 그 자체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해도의 그런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며 몰래 볼에 뽀뽀를 하기도 했다. 그 사랑스러운 모습을 이제는 내 핸드폰의 사진첩에서나 혹은 가끔의 기억 속에서나 봐야 한다.



아내를 위한 결정

표면적으로 단유를 결정한 것은 해도가 성장하며 사회성과 독립성을 기르고 건전한 수면습관을 기르기 위함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우리의 단유결정은 아내를 위한 결정이다. 아내는 내가 24개월간의 모유수유를 원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섣불리 단유 결정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결정했다. '여보, 고생했어'.


수유는 단순히 아기에게 젖을 주는 행위가 아니다. 모유를 제공함과 동시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쏟게 된다. 그래서, 수유가 끝나면 아내는 마치 마라톤을 뛰고 온 것 같은 모습이 된다. 땀으로 젖어있고, 허리와 어깨에 통증이 몰려오며 간혹 두통과 어지러움증까지 나타난다. 육체적인 고됨은 그나마 견딜만하다고 아내는 말했다. 그리고 아내는 정신적인 부분이 더 힘들다고 했고, 이제는 더 이상 수유를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다양한 방식으로 돌려서 말했다. 나는 애써 외면했다.


그리고, 오늘 새벽 아내를 위해 결정했다. 단유를 시작하고, 해도를 재우는 일을 조금씩 내가 맡아해야겠다고 말이다. 해도를 재우는 일은 전적으로 아내의 임무였다. 너무 고마운 일이다. 18개월간 단 하루도 빠짐없이 해도를 재운 아내이다. 이제는 내가 그 바통을 이어받아야 한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해도와 나의 또 다른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해도는 지금

해도는 쭈쭈와 인사하고 나서 더 이상 적극적으로 쭈쭈를 찾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은 생각이 나는 것 같다. 아내의 가슴에 앉길 때 잠시 쳐다보지만 곧장 시선을 돌리는 모습을 보면 정말 신기하다. 엄마와 아빠의 결정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지 말이다. 쭈쭈와 안녕을 하면서 해도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해도 나름대로 쭈쭈와 헤어질 준비를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때가 왔을 때 쭈쭈를 더 이상 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새로운 감정을 느꼈을 수 있다. 어찌 되었든 해도는 너무나도 의젓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서 너무 고맙고 사랑스럽다. 나의 딸이지만 정말이지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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