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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도리 Sep 16. 2024

자립성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

아이의 첫 번째 마일스톤 : First milestone

육아는 힘들기도 하지만 보람을 동시에 느끼게 되는 순간들의 연속이다. 세상에 태어난 나와 닮은 아이가 나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무언가를 내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대단한 행운이자 즐거운 특권이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이러한 특권이 하나둘씩 사라져 가기 시작한다. 그게 바로 지금이다.


엄마아빠, 이제 나 혼자 하고 싶어


수영장을 가다

나는 수영을 좋아한다. 그래서 해도가 아내 뱃속에 있을 때부터 말했다. 

'해도야, 곧 아빠랑 매일 수영하러 가자!'


초음파 사진을 보면서도, 태어나자마자 목욕을 시킬 때에도, 처음으로 통목욕을 할 때에도, 여행지 수영장에서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 모습을 볼 때에도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역시 해도가 나를 닮아서 수영을 좋아하네!'


올해도 어김없이 수영장이 있는 호텔로 여행을 갔다. 그리고 같이 수영을 했다. 평소 같으면 엄마나 아빠에게 꼭 안겨서 발장구를 치는 해도였다. 그리고 두 손으로 내 수영복을 또는 내 손을 어떻게 해서든 놓지 않으려고 하는 해도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내가 내미는 손길을 뿌리치기 바빴다. 거의 내가 잡아달라고 강요하는 수준이었다. 해도야 왜 그래?



무언가를 느낀 나

순간 느껴졌다. 

'우리 해도가 컸구나'.

해도는 혼자서 물 위에 뜨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다 이내 힘이 빠지면 나에게 도와달라는 눈길을 보냈다. 그때는 내가 도와줘도 되는 상황이다. 다시 해도가 물에서 안정을 찾으면 나는 해도를 잡고 있던 손을 슬그머니 놓았다. 해도도 금방 눈치챘는지 더욱 혼자 수영을 해보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지난번에 비해 보다 역동적이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수영장에서 보여주었다. 물론, 내 딸이기에 더욱 과장되어 보였을 것이라 확신하지만 해도는 내가 기대하는 멋진 모습을 수영장에서 보여주었다. 최소한 물에 대한 거부감은 전혀 없어 보였다. 나는 행복했다. 그리고 동시에 서운했다.



나는 왜 서운할까?

자녀의 자립심을 키워줘야 한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은 대부분의 부모라면 알고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다만 내가 직접 해도를 키우면서 해도의 자립심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선택의 순간을 마주하면서 느낀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것이다. 사실 말로는 청산유수다. 자녀 인생에 있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고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 자립심을 키워야 한다는 말은 수만 가지 예를 들어가며 설명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막상 해도의 자립성의 선택의 순간을 맞닥뜨린 순간에 나는 서운함의 감정을 느꼈다. '이렇게 하나씩 내가 해준 것들은 과거의 기억으로만 남겠구나'.



자립성이 중요한 아이

선택이 쉽지 않다고 해서 선택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진심으로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바란다면 부모는 자녀의 자립성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의 자립성을 키워주는 방식은 다양하며 표준화된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환경과 조건, 상황과 문제 등 여러 가지에 의해서 자립성을 키워주는 방식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본질은 이렇다. 아이의 자립성은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 후로 해도는 다양한 상황에서 혼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화장실을 가는 것, 옷을 입는 것, 신발을 신는 것, 양말을 신는 것, 음식을 먹는 것, 길거리에서 걷는 것, 카시트 안전띠를 매는 것, 양치를 하는 것, 물을 마시는 것, 기저귀를 벗는 것 등 어찌 보면 대부분의 것들을 스스로 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아직까지 완벽하게(이 역시 성인기준이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결국에는 엄마와 아빠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최소한 스스로 먼저 해보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기다려주고 있다.


음식이 몸에 묻던, 양말을 거꾸로 신던 전혀 상관없다. 그저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로서는 우리 해도가 너무 대견해 보이고 대단해 보인다. 그래도 본인이 하다가 잘 안 되는 것이 있으면 '아빠~'하고 달려오는 모습이 이제는 너무 사랑스럽다.


이제 막 육아의 첫 번째 마일스톤에 도달한 것 같다. 해도의 자립심 키워주기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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