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나는 크리스마스를 즐기러 인도에 간다
이 말을 들으면 주변에서는 '이게 무슨 말이야?'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인도라는 나라가 힌두교의 나라라는 것은 웬만한 사람이면 알 것이고 또한 인도가 더운 나라라는 것 역시 두말할 것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하얀 눈과 산타, 기독교 등이 상징인데 그런 것들이 없는 인도에서 무슨 크리스마스를 즐긴다는 것인가?
집에 세계지도가 있다면 인도를 한번 찾아보았으면 좋겠다. 아니면 구글맵으로 인도라는 나라가 얼마나 큰 나라인지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인도의 대부분은 델리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과(북인도 일부) 남인도다. 이 지역은 여름에는 상당히 덥고, 겨울에는 우리나라의 가을날씨와 비슷하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지역은 크리스마스인 12월에도 눈을 볼 수가 없다.
하지만, 마날리(Manali)가 있는 히마찰프라데시(Himachal Pradesh), 레(Leh)가 있는 라다크(Ladakh), 잠무카슈미르(Jammu and Kashmir) 지역은 히말라야산맥을 끼고 있는 고산지역이기 때문에 겨울이 되면 하얀 산봉우리를 비롯하여 화이트크리스마스를 경험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인도 역시 크리스마스라고 기독교인들만 즐기는 축제가 아니다. 이미 거의 모든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축제로 여기고 즐기고 있다. 물론 인도에도 상당한 수의 기독교인과 교회들이 있어서 크리스마스가 되면 힌두교 성지를 제외하고는 모든 지역이 축제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인도를 여행하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여행을 한다면 상당히 이색적인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다.
인도인들과 Merry Christmas, 또는 Happy Christmas를 주고받는 것은 하나의 인사치레로 생각하면 되니 너무 종교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이게 바로 인도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모든 것은 포용하는 인도만의 매력이다.
해도가 태어나고 첫 해를 인도에서 맞았다. 그래서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러 인도여행을 결정했다. 여행지는 바로 타밀나두(Tamil-Nadu)의 첸나이(Chennai)이다. 사실 폰디체리(Pondicherry)를 가고 싶었다. 폰디체리는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고 지금은 프랑스 문화가 널리 퍼져있기 때문에 사실상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모든 호텔과 물가들이 기존의 몇 배가 된다. 이미 폰디체리를 3번이나 가 본 우리에게는 사람으로 미어터질 것 같은 폰디체리를 굳이 경험해야겠냐며(사실 돈이 너무 많이 들 것 같았다..) 스스로 합리화하였다.
첸나이는 내가 있었던 웰링턴(Wellington)에서 차로 10시간 정도 걸린다. 같은 타밀나두이지만 동서를 횡단해야 하는 정반대편의 지역이다. 첸나이는 벵골만을 끼고 있는 해안도시이기 때문에 연중 상당히 습한 날씨로 유명하다. 그래도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온화한 날씨와 수많은 성당이 즐비되어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크리스마스를 즐기러 첸나이로 향하는 길은 기대와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첸나이에는 역사적으로 중요하고 유명한 성당들이 많다. 특히 St. Thomas Cathedral Basilica는 정말이지 하얀 성당의 건물이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태를 뿜어낸다. 종교가 기독교이던 천주교이던 인도인들은 관심이 별로 없다. 그저 인류애로 무장한 채 외부인을 적극 환영하고 좋은 말과 기도를 해주는 것을 좋아한다. 요구하지 않아도 교회의 곳곳을 구경시켜 주거나 주변의 편의시설을 소개해준다. 물론 짜이는 기본으로 건네준다.
우리는 처음으로 호텔에서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로 하였고, 그래서 벵골만을 바라보는 환상적인 뷰를 가지고 있는 The Leela Palace를 선택했다. 호텔에는 엄청나게 큰 크리스마스트리를 이미 꾸며놓았고, 크리스마스 특별 케이크와 특별 디너, 특별 이벤트 등이 준비되고 있었다.
이렇게 우리는 무더운 크리스마스를 인도 첸나이에서 지냈고, 우리 해도의 첫 크리스마스를 인도에서 지낸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날씨는 무덥고, 하얀 눈은 없지만 인도에서의 크리스마스는 환상적이었다. 산타도 있고 루돌프도 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서로 축하해 주고 축복해 주는 문화가 발전해 있다. 행사도 파격적이다. 우리나라처럼 단순히 호객행위를 하기 위한 할인이나 이벤트가 아니다. 실제로 기뻐할 수 있고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이벤트가 가득하고 크고 작은 기업들의 사람들을 향한 선물과 혜택들은 파격적인 수준을 넘어 '이래도 되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후하다.
크리스마스 캐럴송은 모든 길거리에서 들을 수 있다. 저작권 같은 것을 우리 같은 시민이나 여행객들은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우리는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흠뻑빠져 즐겁게 즐기기만 하면 되는 곳이 바로 인도이고, 인도의 무더운 크리스마스만의 매력이다.
Reference
1. 더 릴라 팔리스 호텔에 대한 영상 : https://youtu.be/gAQlsnOPRzA?si=nfjgbNVbcCGlT3E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