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알람을 기억하니

어른을 위한 창작동화

by 마이드림

나를 처음 보았을 때 당신은

눈을 반짝이고 있었어요.

보자마자 내가 너무 귀엽더래요.


깜찍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굉장히 시끄러운 내 목소리마저

오히려 재밌다고 말해주던 사람이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당신은 나를 정말 예뻐했어요.

내가 어디 긁히기라도 할까 봐

늘 주변을 살펴주고,

위험해 보이는 건 먼저 치워주곤 했어요.

나를 향한 그 다정함이 좋았죠.



우리가 만난 건 운명이었던 거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당신을

깨워줄 내가 반드시 필요했으니까요.


내가 당신을 깨우는 방법은 바로

시끄러운 목소리!!!

이 쇳소리 때문에 당신이 일어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지요.


나는 알람 시계!


늦게 잠들고 아침에 눈뜨기 힘든 당신은

내게 모닝알람을 부탁했었죠.

나의 모닝알람은 언제나 힘이 넘쳐났어요.

깨워도 깨워도 못 일어나는 당신을 위해서

아주 크게 소리를 질러댔지요.


"때르릉 때르릉 때르르르릉~~~~~"


당신은 잠에서 깰 때마다 나를 보며

어이없다는 듯이 깔깔 웃었어요.

"아무리 봐도 귀여운 너의 외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야.

듣고 있으면 귀가 찢어질 것 같아."


당신의 말은 너무 솔직했지만

그때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어요.

애정이 있는 마음이 영원할 거 같았어요.

당신의 옆에 그 애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분명히 그랬어요.



어느 날 당신에게 모닝알람을 해줄

다른 존재가 나타났어요.


그 애는 재주가 많았어요.

할 줄 아는 게 어찌나 많은지

내가 봐도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검색도 할 수 있고, 전화도 할 수 있고,

음악도 들을 수 있고... 등등

손 안의 작은 컴퓨터 역할을 하는

능력자였어요.


그 애의 이름은 휴대폰이었답니다.


그렇게 능력도 많은 애가

내 자리까지 뺏어가더라고요.

나만 유일하게 담당하던 모닝알람까지

그 애의 전담이 되는 걸 보고

나는 참담한 심정이 되었어요.


그 애는 알람 목소리까지 예쁘지 뭐예요.

모닝알람으로 노래를 부르니까 달콤하기까지 해요.


한 가지 소리밖에 못 내는 나와 달리

목소리까지 다양하게 낼 수 있었어요.

저렇게 예쁜 소리로 모닝알람을 해주면

쇳소리나 내고 있는 나보다 당연히 더 좋을 수밖에요.



어느 날에 내가 용기를 내어

휴대폰에게 인사를 건넸어요.

"반가워. 너는 재주가 많아서 정말 좋겠다.

나는 모닝알람도 못하게 됐는데..."


그러자 휴대폰이 말했어요.

"어머 어머, 모닝알람 잘린 애가 바로 너구나?

너는 요새 할 일이 없어서 편하고 좋겠다.

아휴, 나는 귀찮아서 한 가지만 하고 싶은데

할 줄 아는 것이 많아서 피곤하네. 호호"


그 말을 듣는데 너무 속상했어요.

나는 큰 욕심이 없거든요.

그냥 알람시계인 내 일을 할 수 있으면 되는데...

아름다운 목소리가 내게도 있었다면

이렇게 밀리는 일은 없었을까요?


당신은 그 애에게 말하더군요.

"모닝알람으로 너의 노래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


나에게 다정하게 들려주던 목소리로

휴대폰에게 하는 말들은 꼴 보기가 싫었어요.

그런 마음을 갖는 내가 한없이 처량했고요.


그 아이의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제대로 푹 빠져버린 당신은

나에게는 완전히 관심이 없어졌어요.


내 몸에 쌓이는 먼지도 잘 닦아주지 않았고,

외모와는 다른 반전이라면서 재밌어하던

내 목소리도 듣기 싫다면서 알람설정을

완전히 꺼버리더군요.


"네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소음 같아."


같은 입으로 완전히 다른 말을 쏟아내는

당신을 보며 나는 눈물이 차올랐어요.



그래도 처음에는 침착하려고 애썼어요.

"모닝알람 못한다고 내가 뭐 시계가 아닌가?

마음 변한 사람도 시계는 볼 거니까 괜찮아."


그런데 내가 깜박한 게 있었어요.

휴대폰 걔는 알람이 가능한,

그러니까 시계도 되는 애라는 것을요.

나는 알람시계뿐만 아니라 탁상시계로도

내 자리가 사라졌음을 깨달았지요.


휴대폰이 있기에 시계로서의 내 자리도

딱히 필요치 않은 당신은,

내게 건전지도 갈아주지 않았어요.

에너지 보충을 제대로 못한 나는

느릿느릿 힘이 없어지고 있으니

조만간 완전히 멈추어 버리겠죠.


세상은 빠르게 변해가는 중이고,

휴대폰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당신을 즐겁게 해 줄 방법이 없는 내게서

멀어져 간 당신의 마음을

이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아요.


그렇지만 행복했던 그때가 그리웠어요.

알람 시계로서의 내 일을 열심히 하던

그 시절의 나는 반짝이고 있었거든요.



그래도 나는 비관하지 않으렵니다.

내가 시계라는 것을 잊지 않고 있으면

언젠가는 다시 기회가 올지도 몰라요.

그럼 그때는 웃으면서 당신에게 물어볼까 봐요.

"나의 모닝알람을 기억하니?"라고 말이에요.


지금은 비록 구석에 있지만

아직은 희망이 있어요.

완전히 내다 버린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고장 나지 않도록 나를 지키려고요.


나의 긴긴 휴식기가 끝나면

1분 1초의 소중함을 알 수 있게

째깍째깍 열심히 시곗바늘을 움직이는

씩씩한 시계가 될 거예요.

우리 나중에 다시 만나요.

.

.

.


아주 오래 잠을 잔 것 같아요.

내 몸에 건전지가 들어왔네요.

긴 휴식 때문인지 몸도 마음도

아주 가뿐하게 건강해진 것 같아요.


내가 오래 잠자는 동안,

휴대폰들은 더 재주가 많아졌다고 해요.

휴대폰으로 별거별거 다 하는 세상이

되었다지 뭐예요.


참, 말도 얄밉게 하던 그 휴대폰은

이미 수명이 다해서 교체된 뒤였어요.

아무리 재주가 많았어도 휴대폰은 결국

소모품이더라고요.

오히려 구석으로 밀려났던 내가

이 집에 아직 있네요.


"근데 나는 왜 다시 깨어난 거지?"

이유가 궁금했어요.


당신은 말하더군요.

"휴대폰이 아주 편리한 것은 맞는데

한눈에 숫자와 시곗바늘까지

속 시원하게 보이는 건 너잖아.

책상 위에선 네가 제일 잘 어울려."


"아휴... 그걸 이제야 알았다고?"


나는 다시 필요한 존재가 되어 탁상시계로

돌아오게 되었답니다.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여전히 모닝알람은 휴대폰의 노랫소리가

더 좋다는 당신입니다. 그건 나도 인정!!!

내 쇳소리보다는 휴대폰 알람이 더 좋은 걸요!


이제 알람시계로 활동했던 순간들은

소중한 추억으로만 간직하고 있어요.

지금은 1분 1초를 소중히 움직이고 있는 나!

성실한 '시계'인 내가 아주 마음에 들어요.



슬픈알람시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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