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 세 짝의 아우성

내 맘대로 창작스토리-4

by 마이드림

"여기요! 여기 좀 봐주세요."


"우리 여기 바닥에 있다니까요!"


"우리 떨어졌어요!"


우리 셋이서 힘을 합쳐 소리를 질렀는데도

주인이 듣지를 못하고 그냥 가버렸어요.

한 번만 더 확인해 보고 갈 것이지

어떻게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릴 수가 있어요?


오늘은 우리 양말들도 세제를 푼 시원한 물에서

거품 목욕을 하고 싶은 날이었거든요.

마침 오늘이 세탁기에 들어가는 날이었다고요.

주인이 욕실 바닥에다 우리 셋만 질질 흘려놓고

다른 빨랫감만 들고 베란다로 가버렸지만요.


바닥에 떨어진 우리 셋은요.

빨래통에서 갑자기 떨어진 것도 속상한데,

우리들의 짝꿍과 같이 있지 못하고

생이별을 당해서 그게 더 슬퍼요.

양말은 반드시 짝꿍이 있어서

한 켤레라고 부르잖아요.

그런데 우리 셋은 지금 한 켤레가 아니라

한 짝씩 밖에 없는 양말이에요.


이때까지는 빨래통에서 미끄러져 본 일이 없던

우리들이었는데, 하필 목욕날에 빨래통에서

추락하는 황당한 일을 당하고 말았네요.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어서 잠시 멍했고,

꼼꼼히 챙겨주지 않은 주인에게 화가 났고,

마지막으로는 바닥으로 추락하는데

꼭 붙들어주지 않은 우리들의 짝꿍 양말들에게 화가 났어요.


다른 양말들은 빨래통이 기우뚱할 때

짝꿍들이 알아서 잘 챙겨주던데

우리 셋은 짝꿍들이 민첩함을 발휘하지 못해서

한 짝씩만 떨어진 상태랍니다.

그래서 모두 조금씩 심통이 난 상태예요.


처음엔 화가 나다가,

조금 지나니까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

깔깔대면서 웃음이 터졌어요.

한 짝씩만 떨어진 것이 우리의 공통점이라니

일부러 이렇게 떨어뜨리기도 힘들 것 같아요.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빨래들은 잘만 하고 있는

세탁기 회전 거품 목욕을,

우리 셋만 못하고 있단 게 너무 속상했어요.


처음엔 희망이 있었어요.

주인이 우리를 금방 발견해 주고

세탁기에 넣어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우리의 예상은 빗나갔지요.

주인은 세탁기를 돌리고 곧장 방으로 갔어요.

우리가 떨어져 있는 쪽으로 오지 않았어요.


결국,

다른 친구들이 세탁기에서 목욕을 마치고

개운해진 몸으로 건조대에서 재잘대는 것을

우리는 부러워해야만 했죠.

그래도 우리 양말 세 짝은

끝까지 희망을 버리진 않았답니다.


주인이 늦게라도 방에서 나왔다가

떨어져 있는 우리 양말 세 짝을 발견하면

손으로라도 조물조물 빨아줄 거라 기대했죠.

양말은 한 짝만 있으면 신을 수가 없으니까요.

한 켤레여야 비로소 완전체가 될 수 있으니까

우리를 발견만 하면 당연히 미루지 않을 거라 생각했죠.


주인이 우리들을 발견하기만 하면

아까 하지 못한 거품 목욕도 하고,

기분이 좋아질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아, 우리들의 기대는 왜 번번이 어긋나고 말까요.


방에서 나오지도 않다가 한참만에 나와서

우리를 발견한 주인이 그랬어요.


"어머, 양말이 세 짝이나 떨어진 거였어?

어떻게 똑같은 건 하나도 없고

세 짝이 다 다를 수가 있지?

이거 되게 신기하고 웃기네. 하하하"


아까는 우리도 신기하다며 웃었지만,

이제는 기다리다 지쳤습니다.

이런 상황에 주인의 천하태평 소리를 듣으니

우리들은 초조해져서 주인을 향해 외쳤어요.


"나도 빨리 씻은 후에 쉬고 싶어요."


"바닥에 떨어지면서 먼지 묻었다고요."


"다른 친구들은 건조대에서 마르고 있는데

우린 언제 씻을 수 있어요?"


설마 짝도 안 맞는 우리 셋을 이렇게 계속

내버려 두겠냐고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우리들의 기대와는 달리,

주인은 게을러도 너무나 게을렀습니다.

주인은 우리의 문제를 재빨리 해결해 줄

생각이 없었어요.


양말인 우리에겐 당장 원하는 씻기였지만,

주인에게는 조금 미뤄도 되는 빨래였으니까요.


"얘들아!

내가 피곤해서 손빨래하는 것도 귀찮고

그렇다고 다른 빨랫감도 더 이상 없는데

세탁기를 양말 때문에 돌릴 수는 없잖니?

너넨 그냥 다른 빨래 돌릴 때까지

계속 대기하고 있어라.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 셋이라서 외롭진 않겠네.

정말 다행이지?"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 셋은 모두 화가 났습니다.

아니 이보세요.

우린 아까 물 튀겨서 꿉꿉하단 말이에요.

그러면 물이라도 튀지 않게 보송하게라도 두던가.

습해서 이대로 두면 냄새날지도 모른다고요.

그렇게 게을러도 되는 거예요?


우리 주인에게 잔뜩 땀 흘린 뒤에

꿉꿉한 상태로 절대 샤워도 하지 말고,

며칠 동안 그냥 버티라고 한번 말해보고 싶네요.

입장 바꿔서 한번 생각해 보란 말이에요.

우리 양말 셋이서 성토대회라도 해야 할까 봐요.


"주인은 꼼꼼하게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

우리들이 열외 되지 않도록 안전권을 보장하라."


"주인은 우리 양말들의 청결권을 보장하라"


"주인은 양말들의 기본권을 보장하라!

바닥에 흘리는 부주의는 주인이 해놓고

한 켤레인 우리들이 짝꿍이랑 강제 이별이 웬 말이냐!"


어쩌면 오늘 밤에 우리 주인은

꿈속에서 양말 세 짝의 화난 모습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우리가 주인을 향해 외쳐대는 아우성에

밤새 뒤척일 수도 있으니 조심하세요.


양말세짝의성토대회.jpg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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