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
여러분!
너무나 속상한 내 이야기 좀 들어보실래요?
그러니까 대략 두 달 전의 일이었어요.
그날은 윗집 누수 때문에
얼룩져있던 거실 천장의 도배를 하는 날이었죠.
도배를 해야 하니까
거실에 있던 물건들을 베란다에 내놓고
방으로도 옮겨야 했어요.
주인은 거실에다 펴놓고 쓰는 상이 하나 있어요.
원래는 밥상인데 색깔이 너무 예뻐서
다용도 테이블처럼 사용하던 물건이랍니다.
다리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나무로 만든 상이예요.
오랫동안 상을 한 곳에 놓고 사용하느라
다리를 접을 일이 없어 몰랐는데요.
이게 너무 뻑뻑해서 잘 안 접어지지 뭐예요.
주인이 겨우겨우 상다리를 접어서 옮겨 놓았죠.
드디어 도배작업을 마쳤답니다.
작업하시던 분들이 가신 후에
주인이 바닥 청소를 마쳤고요.
상부터 다시 펼쳐놓으려고 했는데요.
주인이 다리를 하나씩 펴는데
뻑뻑하긴 해도 세 개의 다리는
그럭저럭 잘 폈거든요.
그런데 마지막 하나의 다리가
도무지 펴질 생각을 안 하는 거예요.
나와 한 팀인 네 번째 다리가
불안해하기 시작했어요.
"이거 너무 위험한데? 나 이러다 부러질 것만 같아."
맞아요. 내가 보기에도 위험했어요.
사람도 운동을 해야 건강하듯이
우리들도 그동안 접었다 폈다 하는 운동이
좀 필요했었다고요.
아, 내 소개가 늦었네요.
다리와 나, 우리는 오랜 세월 한 팀이었답니다.
나는 걱정이 되어 말했어요.
"4호야(네 번째 다리), 조심해.
너무 뻑뻑해서 잘못하면 부러질 수도 있으니까."
"야, 지금 나보다도 네가 더 문제야.
철사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불편한지 알아?
녹슨 네가 삐져나와서 나를 찌른단 말이야.
우리는 한 팀인데 네가 나를 공격하면 어떡해?
그동안은 몰랐는데 어쩜 이렇게 유연함이라고는 없니?
너 때문에 우리 팀만 다리가 안 펴지잖아."
4호의 그 말을 듣는데 너무 속상했어요.
자기 말마따나 우린 한 팀이잖아요.
같은 자세로 오랜 세월 버티느라
어디 스트레칭을 할 수 있기나 했어요?
접고 펴질 못했는데 어떻게 운동을 하냐고요.
한 팀이면서 내 탓만 하다니 너무 해요.
다리 네 개 중에서 1호, 2호, 3호가
그렇게 말했으면 덜 서운했을 거예요.
근데 우린 다르잖아요.
내가 4호랑 한 팀으로 보낸 세월이 얼마인데
그렇게 섭섭하게 말하냐고요.
속상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어요.
일단 1호부터 3호까지 다리들이 우리 때문에
일어서질 못한다고 투덜거리고 있는 중이니까요.
일단은 다리부터 펴놓고 상이 세워지면
말해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때였어요.
주인이 상다리가 너무 안 펴지니까
짜증이 났던가 봐요.
"아, 왜 상다리까지 안 펴지고 난리야!
근데 이 철사처럼 생긴 애는 뭐니?
이게 녹슬어서 작동을 안 하니까
다리가 꿈쩍도 안 하잖아."
와, 이거 도대체 뭡니까.
4호도 내 탓! 주인도 내 탓!
왜 모두들 내 탓만 하는 거예요?
잘못을 따지자면 애초에 주인이 잘못한 거라고요.
당신이 상을 한 번도 안 접어주니까
접고 펴는 법을 잊은 거잖아요.
그대로 굳어 있다 녹슨 건데
왜 모두 내 탓만 해요?
살살 부드럽게 다루어도 될까 말까인데
짜증 섞인 주인의 손이 억지로 4호를 힘주어 펴면서
뻑 소리와 함께 부러지고 말았답니다.
4호와 동시에 비명을 질렀어요.
나는 튕겨져 나와 바닥에 떨어졌고
4호는 주인의 손에 잡힌 채 울고 있었어요.
방금 전까지 내 탓만 해서 미웠는데
부상당해서 아파하니까 너무 가여웠어요.
우리들은 그때부터 두려움에 떨었답니다.
오래되고 부상까지 당한 우리가
이대로 버려지게 될까 봐 너무 무서웠어요.
4호와 나, 우리 팀의 부러짐으로 인해
다른 세 개의 팀도 제대로 힘을 못쓰게 됐으니
우리의 고향인 상의 운명을 알 수가 없었죠.
잠시 후 주인이 벌떡 일어나더니
방에서 강력접착제를 들고 왔어요.
그러면서 계속 구시렁거렸어요.
"천장 얼룩 해결되자마자 잘 쓰고 있던 상다리가
부러지고 난리냐.
근데 나무다리가 접착제로 붙인다고 붙으려나?"
주인은 긴장된 표정으로 4호에게 접착제를 칠했어요.
처음엔 무게 때문에 잘 안 붙어서
한 번 더 바닥으로 떨어진 4호는
아프다고 울고불고 난리였어요,.
다시 붙여준 후에는, 주인이 손으로 꾹 누르고 있었답니다.
한참을 그러고 있은 후에야 드디어 붙었어요.
다쳤던 내 파트너가 다시 붙은 걸 보니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주인은 4호가 완전히 굳을 때까지
일단 상을 뒤집어 놓았답니다.
그런데 큰일이 났어요.
부상당한 4호가 계속 울어대는 바람에 정신이 없어
잠시 잊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쓸모 없어지는 이 기분!
정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내게 닥친 일들이 너무 막막해서 4호를 불러보았죠.
"4호야! 자니?"
"아니, 다친 데가 아파서 잠이 안 와."
"4호야, 나는 이제 어떡하지? 너랑 같은 팀을 할 수가 없잖아."
"안타깝지만 어쩌겠니? 철사 너는 어차피 망가진걸.
나도 지금 아프고 도와줄 것이 없네."
빈말이라도 위로 좀 해주지.
나는 4호가 조금쯤은 더 슬퍼해 줄줄 알았어요.
그런데 자기 고통 심하니까 내 생각은 해주지도 않더라고요.
내가 1호부터 3호까지 한 번씩 쳐다봤는데
모두들 내게 해줄 말이 없으니까 눈을 돌려 버리더군요.
하긴, 그 애들이 무슨 말을 하겠어요.
해결해 줄 수도 없는데요.
아... 이제 방법이 없는 거구나.
머리는 알겠는데요.
그렇지만 이게 나의 끝이라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어요.
부러진 다리도 고쳤고 상도 멀쩡히 제자리에 서있어요.
모두들 원래대로 돌아갔는데 왜 나만 못 고쳐요?
나 혼자만 달라져버렸다는 게 슬퍼 울고 또 울었답니다.
그러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긴 거냐고 화도 나더라고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나는 온 마음을 다해 기도라도 했어요.
"이렇게 끝나고 싶지 않아요. 제발 다른 길을 알려주세요."
나의 간절한 마음이 통한 걸까요?
쓸모없으니 버리겠다던 주인이 갑자기 나를
책상 위에 올려놓는 거 있죠.
주인이 나를 망가뜨린 게 미안해서 오늘은 차마 못 버리겠대요.
그래서 늘 거실에 머무르던 내 자리가
처음으로 책상 위 구석이 되었답니다.
안 버려진 건 다행인데요.
하는 일도 없고 재미도 없고 멀뚱멀뚱 이게 뭔가 싶었죠.
그렇게 심심하게 두 달을 보냈어요.
오늘은 우리 주인이 나를 보더니
드디어 내가 할 일을 찾았다고 하는 거예요.
"너를 넣어서 그림을 그려 볼까 해."
그림이라고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그 말을 듣는데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몰라요.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이 펼쳐지려나 봐요.
나 그럼 새롭게 변신이 가능한 걸까요?
주인은 연습장을 펴더니 나를 올려놓고
정말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나의 방향을 바꾸어 가면서 말이에요.
나는 펜이 내 몸의 여기저기 닿을 때마다
너무 간지러워서 까르르 웃기도 하고요.
주인이 나를 어떻게 바꾸어 줄까 설레서
마음이 쿵쾅거렸어요.
잠시 후, 정말로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어요.
믿을 수가 없게도 나는 정말로 그림이 되고 있었어요.
내 모습이 다르게 변신할 때마다
얼마나 신났는지 몰라요.
내가 그렇게 많은 그림이 될 수 있는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거든요.
우리 주인도 나를 보면서 점점 신이 나는 거 같았어요.
"이거 안 버리길 너무 잘한 거 같아.
그림 완성하기 너무 재밌는걸."
그림이 될 수 있어 정말 행복한 오늘입니다.
내일은 어떤 그림으로 변신하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