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2

슬픈 엄지

창작동화

by 마이드림

안녕하세요? 여러분!

아픈 것도 서러운데 속상한 일이 있어서

푸념 좀 하려고 해요.


아차차, 내가 누군지 말도 안 하고

푸념부터 하겠다니 너무 했네요.


내 이름은 오 엄지예요.

오른손의 '오', 엄지손가락의 '엄지'

그래서 이름이 오 엄지예요.


내가 며칠 전에 우리 오른손 가족들 중에서

혼자만 부상을 당했거든요.

검지도, 중지도, 약지도, 막내인 소지까지

다 멀쩡한테 나 혼자만 다친 거예요.


처음엔 나름 분위기도 훈훈했어요.

나는 단체로 아픈 것보다는

나 하나 아픈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사랑하는 동생들은 안 다치고

나만 다쳐서 너무 다행이었죠.


동생들은 언니 다쳐서 어쩌냐고

많이 아프냐고 빨리 나으라고

예쁜 말로 위로해 주고 그렇게

아주 분위기가 좋았답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 건

내가 병원에 다녀온 날부터였어요.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죠.

뼈는 부러지지 않았는데 붓고 통증이 있으니

움직이면 안 된다고 말했거든요.


그러면서 부목처럼 빳빳한 종이를 대고

반창고를 붙여서 고정시킨 후에

탄력 압박붕대를 칭칭 감아주었죠.


압박 붕대가 감기는 순간 거대해진 내 몸뚱이!


몸은 갑자기 살찐 것처럼 둔해서 불편하고

아무리 말복에 입추까지 다 지났어도

아직 30도가 넘어가는 무더위인데

여름에 패딩 꺼내 입은 것처럼

쪄 죽을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의사 선생님은 처방해 준 약 먹으면서

당분간은 몸을 쓰지 말고 있으라는 거예요.

아니 내가 엄지인데 어떻게 몸을 안 쓰고

가만히 있냔 말이에요.

엄지가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선생님의 얘기가 정말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조심은 해야겠다 생각했지요.

검지부터 소지까지 동생들도 아무 걱정 말고

푹 쉬라고 말해줘서 고맙고 기뻤답니다.


그런데요.

그 말을 들은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서부터

동생들이 변하기 시작했어요.

이번 일로 녀석들의 본성을 알게 됐지 뭐예요.


거대해진 몸을 굽히거나 움직일 수 없게 된 내가

힘을 쓰지 못하니까 말이에요.

동생들의 불만이 쌓여가기 시작했어요.

왜 일을 자기들만 하냐는 게 불만의 이유였죠.

그릇 하나를 들어도 손가락이 굽혀지지 않는 나는

힘을 보탤 수가 없었으니까요.


난 정말 동생들이 고마워할 줄 알았거든요.

"넷이서 힘을 합쳐도 엄지 언니가 잡아주고

받쳐줄 때만큼의 힘이 안 나와."

"그동안 이렇게 많은 일을 했던 거야?"

이런 종류의 말을 들을 거라고 기대했다고요.


그런데 내가 다치는 바람에 자기들이 할 일만

많아졌다면서 투덜대는 거 있죠.

이런 괘씸한 녀석들 같으니라고!


약지랑 소지는 그래도 직접적인 피해는

못 느끼니까 조용한데,

검지랑 중지 고것들은 얼마나 투덜거리는지

시끄러웠어요.


검지는 자기 전담이 아니었던 핸드폰 글자 쓰기를

너무 많이 해서 힘들다고 징징댔어요.


처음엔 문자 그거 몇 개나 치겠냐고 하더니만

핸드폰으로 글쓰기도 해야 한다는 걸 알고 나더니

저 저 삐죽 입 튀어나와 있는 것 좀 보라니까요.

그거 며칠 좀 해줬다고 유세 떠는 꼴이라니!


거기다 중지는 키도 제일 큰 자기한테

왜 자꾸 허리 아프게 가위 손잡이에

자길 구겨 넣냐고 불만이 많아요.

내가 몸이 거대해져서 가위 손잡이에 못 들어가니까

대신 검지랑 중지에게 부탁을 했거든요.


물론 나도 미안하긴 했어요.

검지랑 중지가 둘이서 가위질을 하기엔

참 불편한 자세가 된다는 걸 왜 모르겠어요.

그래도 잠깐이니까 즐겁게 도와줄 거라 기대했던

내가 바보였어요.


고작 그거 며칠 일했다고 둘이서 편먹고

불만이 장난 아니랍니다.

그래도 그건 안 하던 일이 늘어나서 힘들겠구나

생각하니까 이해가 되더라고요.

원래 내 일이었는데 떠넘긴 게 되어버렸으니 미안하잖아요.


내가 제일 서러운 건 나 때문에 자기들이

이 더위에 제대로 씻지도 못한다고 자꾸만

짜증 내는 것 때문이에요.


자기들은 그래도 나처럼 압박붕대 감고 있진 않잖아요.

물론 이 더위에 물에 맘껏 뛰어들지 못하는 거 힘들겠죠.

나도 안다니까요.


그래도 압박붕대까지 감고 몸을 굽힐 수도 없고

씻지도 못하는 나보다는 훨씬 자유로운 애들이

나 때문에 덩달아 며칠 좀 불편해졌다고

대놓고 나 들으라고 짜증을 내는 건 너무 하잖아요.


거대해진 몸 때문에 고무장갑에 내가 못 들어가니까

자기들도 덩달아 설거지 안 하고 쉰 적도 많았거든요.

자기들이 쉬거나 편했던 건 쏙 빼놓고

자기들 불편했던 것만 말하는

나쁜 녀석들 같으니라고!


설거지 미뤄진 건 그렇게 좋아해 놓고

세수할 때 물 안 들어가게 비닐장갑 끼고 했다고

그걸 그렇게 반복해서 투덜대는 거 있죠.

그 안에 갇히는 바람에 자기들도 덩달아

물에도 못 들어갔다나요.

이 더운 날에 얼마나 힘든지 아냐고 그러더군요.


그래도 자기들은 화장실 다녀오면

비누로 씻기라도 하잖아요.

물 들어갈까 봐 며칠째 씻지도 못한 나도 있는데,

비닐장갑 끼고 세수하는, 그 잠깐 동안을 못 참아주는 거

진짜 섭섭하고 서러운 생각 든단 말이에요.


나 때문에 같이 불편하게 만든 게 너무 미안했는데

더 힘든 나를 두고 자꾸 징징대는 아이들을 보니까

미안했던 마음이 쏙 들어가려고 해요.

다친 것도 속상한데 자꾸 서러운 마음 들게 만드는

녀석들 때문에 슬퍼요.


그동안 나는 우리 오른손 가족 중에

나 혼자만 뚝 떨어져 있었어도

외롭다 생각한 적 없었는데요.

이렇게 다치고 보니까 넷은 같이 모여 있고,

나만 혼자 뚝 떨어져 있는 것까지

새삼스럽게 외로워지려고 해요.

왜 엄지인 나만 키까지 제일 작아서

더 가여워 보이는 걸까요.


아, 오늘 밤은 정말 슬프네요.



슬픈엄미손가락.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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